더탁터 이원표 회장 파워 인터뷰
사무국 2010-05-04 14493
     
`쌍벌제 도입 약제비 오히려 높일 것`
이 원 표 신임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
2010년 04월 30일 (금) 14:56:06 권미혜 기자 mhkwon@thedr.co.kr
오리지널 약 처방 증가 뻔해…영세 제약사 몰락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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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에 멍든 한국 의료계에 선비정신의 가치를 담는 이가 있다. 뛰어난 논리에 이성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리더가 의료의 시대정신을 읽어낸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이원표 회장(노원구 위앤장 이원표내과의원장). 그는 `한국 의료계 특히 개원가가 처한 위기는 전문성과 도덕성의 추락에 있다`고 말한다. 공유의 철학과 설득력 있는 분석, 확고한 신념으로 주지적(主知的) 색채가 강한 그에게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본질적 화두를 던졌다.

의료계에도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최대 쟁점화된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입법은 의료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유독 내과개원의에게 거대 파편을 쏟아냈다. 그 논란의 중심이자 핵심영향권 내에 있는 개원내과의사회의 이원표 회장. 쌍벌제 도입 파문과 관련, 그는 `의사집단이 건강보험 재정위기의 약제비 상승 주범으로 매도되고 리베이트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너무 커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고 난감해 한다. 특유의 논리와 직설 화법으로 풀어가는 그와의 담론은 대한민국 의료라는 큰 그림에 비전과 방향성의 한 획을 긋는 섬세한 붓터치와도 같았다.

의사-국민과 소통 시급
 
그만의 '소리'가 있다. '의사'가 감동과 존경을 주는 아우라(aura)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는 없을까. 새 임기를 시작한 이원표 회장을 만나 이에 대한 명제를 찾는 의료와 국민, 사회와의 소통을 시도했다. 타협과 거래가 뒤엉키고 흥정하는 혼탁한 의료사회에서도 분명 '희망'은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 국회 통과 후 의료계는 일순간 혼란의 늪에 빠졌다. 혼돈과 공허 속에서 일전(一戰)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의 중심부에 탄식의 소리가 높다. 대한민국 의료가 처한 총체적 위기 국면을 어떻게 해석할까. 본질적 질문을 던지자 그는 먼저 경제적·재정적 측면에서 핵심으로 접근했다.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상승과 의료수요의 기대치 상승,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의료재정의 악화 등이 있으나 이는 거의 모든 선진국의 공통 현상입니다. 한국 의료가 처한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에 대한 국민과 정부, 사회의 인식 등에 있습니다. 포퓰리즘이 의료부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저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를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대신 행위별 수가에 의한 과잉진료, 약품 리베이트에 의한 약제비 증가 등 주로 의료계를 희생양으로 삼아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가 고작`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행여 절감효과가 있다고 해도 위기를 막기에는 태부족`이라며 `지불제도를 바꾸면 어느 정도 의료의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당연한 사실도 왜곡, 호도한다`고 개탄했다. 특히 현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하면서도 의료비 또는 보험료 인상, 사보험, 의료수요의 제한 등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정책은 언급 자체를 꺼리는 정책의 부조리를 정면 비판했다. 맞는 평가다. 역시 그다운 논리로 핵심을 탄탄하게 짚어간다.

리베이트 쌍벌제, 내과에 직격탄
 
`한국의료계 특히 개원가가 처한 위기는 전문성과 도덕성의 추락에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희소성의 상실 즉 의사 공급 과잉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성의 위기는 정보개방의 시대적 흐름도 있고, 우리나라 특유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국민 정서와 한의사 및 그 외의 비주류·사이비 업자의 영향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덕성의 위기는 억울하게 희생양이 되어온 대외 환경 탓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성숙치 못한 의료계 자체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다.
 
`희소성 가치의 상실에 따라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경제적 어려움을 여러 방법으로 보전하려는 의료계의 일부 행태가 전문성과 도덕성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했다고 봅니다. 급변하는 시대상에 따라 선도적으로 사고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점도 위기를 초래한 한 원인입니다.`
 
최대 현안인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에 대한 과제와 해법에 대해서도 물음을 던졌다. 쟁점화된 리베이트 쌍벌제와 총액예산제, 원격진료 등 의료계 핫 이슈들은 모두 내과에 직결되는 굵직한 아젠더들이다.
 
`의료계에 공통된 과제이지만 내과개원의에게 끼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약가의 거품은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부와 제약회사 사이에서 생성되었고 대부분의 의사들은 리베이트와 상관없이 환자의 질환에 따라 처방할 약제의 성분을 결정합니다. 일단 처방할 성분이 결정된 후에 수많은 복제약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합니다. 오리지널약과 복제약 사이의 선호도, 제약사 영업사원의 홍보 노력 외에 리베이트가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리베이트를 받든 또는 받지 않든 간에 이 행위가 국민건강, 건강보험 재정, 환자 부담금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아 대부분의 의사에게 큰 양심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이원표 회장은 정부가 리베이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약제비 상승을 줄이겠다는 의도라고 하지만 실제로 리베이트를 금지한다고 약제비가 감소할 가능성은 없다고 정면 비판했다. `싼 복제약의 경쟁력은 리베이트와 약간의 약품 값 차이입니다. 저렴한 약품을 사용하면 환자의 부담이 약간 줄게 되지만 현재의 약품 값 차이는 보험혜택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큰 동인이 되지 않습니다. 리베이트를 없애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확실한 오리지널 약으로 처방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는 약제비의 상승과 토종 영세 제약사의 몰락을 초래할 가능성을 유발합니다.`

초·재진 제도의 개선 시급
 
그는 의약분업으로 약제비를 절감하려던 정부의 시도가 오히려 약제비 상승과 약국의 조제비 발생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 전례를 숙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논리로 국민과 사회를 설득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면서 `하지만 이런 솔직한 접근 외에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고 소통의 투명성을 환기시켰다.
 
화제를 총액예산제 문제로 넘겼다. 이 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되었지만 최근에 부상한 총액예산제 문제는 한국 의료와 의료계에 의약분업보다 더 충격적인 변화가 된다`고 예단했다. 의료계에는 치명적인 손실을 야기하고, 의료의 질 저하와 접근성의 저하도 불 보듯 뻔 한 일이라는 것이다. 의료계로서는 결사적으로 반대해야 하지만 이때의 논리도 의료의 질과 접근성의 저하로 국민건강에 손해라는 것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과는 물론 모든 개원가에 가장 중요한 수가는 기본진찰료. 이 회장은 진찰료 인상, 초·재진 제도의 개선(세분화 또는 초재진 통합, 재진 기준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만성질환관리료의 개선 또는 고혈압, 당뇨병을 포함하는 생활습관병으로의 재분류 및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것.
 
불합리하게 인하된 자동화 검사의 수가 인하는 최소한 개원가만이라도 적정 수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아울러 올해부터 건강검진의 시설기준이 완화돼 많은 개원의가 검진에 참여하게 되었으나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정책 대응 여지를 남겼다.

리더의 소명, '위기 극복' 고민
 
기자의 섣부른 판단을 바로잡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전히 선비의 단정한 풍모 그대로 였지만, 이미 그는 타고난 전략가이자 지장(智將)으로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때를 노려 의료계의 리더십이 갖춰야 할 시대적 소명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올려놨다.
 
`너무나도 어렵지만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외부적으로는 국민과 사회가 의료 문제에 대해 정확한 실상과 솔직한 권리(기대)· 의무(부담)를 이해하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의료계가 현실을 직시하고 기본 사고, 사회적 책무, 소통의 방법 등을 이끌어 가야 합니다.`
 
리더가 가져야 될 덕목으로 성인군자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일갈(一喝)이다. 위기의 한국 의사들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무에 대해 묻자 `당연히 건전한 상식과 선의를 가진 전문가의 역할이 기본 책무`라며 `개인적인 이익 추구는 자연스럽고 부끄러워할 일도 아닌 당연한 권리`라고 내세웠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전문가로서 환자의 건강 나아가 국민보건 향상이 의사에게 주어진 필생의 책무`라며 의료계와 사회, 국가에 대한 봉사의 자세를 환기시켰다. 또한 `의사를 비난할 때 흔히 동원되는 '사회 지도층'이라는 용어에 저항감을 느끼는 의사가 많겠지만, 아직도 의사는 기득권층이고 사회의 시각이나 요구도 마찬가지`라고 폭넓은 시각을 요구했다.
 
`우선 우리의 사고와 인식이 변해야 합니다.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 외부의 시각 등을 냉철히 파악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근본적인 변신이 필요합니다. 문제 해결 방식이나 소통 방법에도 개선이 필요하지요. 우리 내부에서나 이해되고 통용되는 시각, 논리, 소통 방식으로는 우호적인 아군이 거의 없는 현실의 개선은 어렵다고 봅니다. 다른 직종에 있는 의료인들의 비협조적인 시각에 대해 우리의 잘못은 없는지 반성이 필요합니다.`
 
그는 정형화된 삶의 법칙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이라도 합리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우리는 건전한 상식과 선의를 지닌 전문가 역할을 할 사회적인 책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분석하는 냉철한 이성과 동시에 인성에 포함돼 있는 선의와 사랑을 받아들이는 감성도 필요합니다.`
 
역시 그만의 절제된 논리에는 감성적 호소력이 있다. '이성(理性)'이 차갑고 냉정하며, 엄격한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본질과 핵심을 꿰뚫는 '따뜻한 이성'이다. 그는 늘 '최선을 다하자'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경구에 따라 살려고 노력한다.

의사여, 냉철한 이성과 감성 갖자
 
그가 회장에 선출되자 지인(知人)들은 대뜸 `그렇게 도망 다니더니, 웬일인가`하고 갸우뚱한다. 옆 자리에서 `그러게요`라고 거든다. 그러면서도 그의 전면 등장을 놓고 `인품과 덕망을 갖춘 존경받는 리더`라며 환영 일색의 찬사가 쏟아진다. 주위의 강권과 설득도 큰 몫을 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논리의 법칙을 내세운 자기 확신과 내적 필연성이 그를 '움직이게' 했으리라.
 
진료실을 벗어나면 그는 늘 자유롭다. 삶의 여백이 넉넉하다는 의미다. 오랜 벗들과 골프도 즐기고, 밤늦도록 와인 바에서 정담(情談)을 나누는 날에는 열혈 순수 청년으로 돌아간다. 약간의 도발적 삶의 통찰이 있어 매력을 더한다. 인생의 참 멋을 아는 그에게 '회장'이라는 고된 직함은 그 여백을 잠시 내려놓으라 청한다.

■ 개원내과의사회는
 
의료계에서 개원내과의사회가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은 각별하다. 회원 수와 의료의 출발인 내과라는 특성으로 개원의사회 또는 개원의협의회에서 최고의 위상과 비중을 갖고 있다. 반면에 개원내과의사의 권익에만 치중하고 전체 의료계 나아가 국민건강이나 의료제도에 대한 정책적인 접근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개원내과의사회 이원표 회장은 `설립 목적과 구성상 내과개원의 권익이 우선하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앞으로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그 목적 추구에서 의료계 전체나 의료제도, 국민건강에 위해가 되는 방식을 취한 적은 없다고 자평한다.
 
최근 들어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면서 개원가의 몰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 개원의들은 전문 진료과와 상관없이 내과 진료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현실에서 내과개원의를 위한 정책이 타과 개원의에게도 실제적인 혜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개원의의 권익보호를 위해 개원내과의사회가 그 중심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다.

`분야별 TF팀 구성…회원 권익·조직 정비 주력`
회무…어떻게 꾸려가나

`산적한 여러 현안 타개를 위해 능력 있는 부회장을 중심으로 분야별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 체계적으로 접근해 나가겠습니다. 항상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개발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易地思之) 이해하며, 소통의 자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원표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많은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겸양해 하면서도 `내과개원의사회 창립 초심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해 뛰어 보겠다`고 회원들의 확고한 지지와 참여를 호소했다.
 
이원표 회장은 임기 중 회원 권익 강화와 조직 정비 등 내치(內治)에도 집중한다. 초·재진 및 만성질환 관리료 등 보험 수가와 검진 부문에 대한 정책 강화를 시도한다.
 
조직 강화를 위해서는 내부 소통과 규정 정비, 투명·공정한 회무에 주력한다. 아울러 대 회원·대 의협·대 정부에 대한 정책 노선을 확고히 했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사회 참여도 그가 내세우는 사회와의 소통이다. 
 
`의사를 대변하는 정통성을 가진 의협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최대한 협조해 나갈 것입니다. 다만 개원내과의사회의 존재 이유처럼 때로는 의협이 부족한 점 또는 의협이 나설 수 없는 부분에서는 별도의 소리를 내도록 긴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협에 대해서는 '협조'와 '견제'를 오가는 발전적 견제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정부에 대해서는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정책을 끈질기게 요구하겠다`며 `내과개원의의 권익을 위하면서도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고 정부 정책의 흐름에 맞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대 회원 정책으로는 공정하고 투명한 회무를 통해 신뢰를 얻겠다는 각오다. 적극적인 소통으로 지지를 확보하면서 회원들에게 실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1978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이원표 회장은 내과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를 시작으로 내과학회, 의협, 심평원, 복지부 등에서 보험 및 상대가치, 신의료기술평가위 위원을 맡아 전문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다. 특히 개원내과의사회 검진대책위원장을 맡아 검진 시설기준을 완화, 진입장벽을 허용하는 데 결정적인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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