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 설문조사 리베이트를 받는 사람에게도 쌍벌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제약회사들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이 날을 거듭할 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쌍벌제 통과와 관련 의사들 10명 중 9명 이상이 '쌍벌제 5적'에 이름을 올린 제약회사의 책임이 있으며, 이들 제약회사의 제품을 처방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전국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진료실 출임금지조치 움직임과 관련 의사 10명 중 6명은 동참할 의사가 있다고 해 '쌍벌제 5적'에 대한 의사들의 반감이 높았다. 본지는 지난 5월 10일자 커버스토리 <쌍벌제 5적 제약사 `나 떨고 있니…`>에 이어 회원들이 실제로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17~19일까지 대회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이틀간 실시됐으며 회원 1117명이 참가했다. 설문조사 문항 1. 쌍벌제법 통과와 관련해서 제약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2. 쌍벌제 5적으로 회자되는 제약회사의 이름을 알고 계십니까? 3. 경남 등 일부지역의사회에서 영업사원들의 진료실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할 의사가 있습니까? 4. 이번 일을 계기로 오리지널과 제네릭 처방의 패턴을 바꾸시겠습니까? 5. 쌍벌제 도입을 요구했던 제약회사의 약을 처방하지 말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해당 제약회사의 약 처방을 줄이거나 제한할 의사가 있습니까? 6. 약 처방을 줄이거나 제한한다면 어느 제약회사의 제품을 처방하지 않겠습니까? 7. 한국제약협회는 그동안 '저가구매 인센티브(시장형 실거래가제)'를 반대하기 위해 '쌍벌제'를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쌍벌제 통과이후 제약협회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빨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줄 몰랐다`며 난색을 표하는가 하면, `일부 제약회사들은 쌍벌제 시행 이전에 의료수가 현실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언급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의료계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 회원 95.2%`제약회사 책임 크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회원 중 거의 대다수(95.2%)가 쌍벌제 관련 법안 통과 때 제약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 '책임이 매우 크다' 56.2%·'일부 책임이 있다' 39%·'책임이 없다' 2.4%·'잘 모르겠다' 2.3%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제약회사 영업사원 진료실 출임금지 조치를 가장 먼저 실시한 경상남도가 제약회사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경남은 제약회사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응답한 회원이 70.8%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강원도(66.7%)·서울(58.3%)·경기(56.5%)·울산(56.3%)·대전(56.0%)순을 보였으며, 충북(39.4%)과 충남(47.2%)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쌍벌제 5적 알고 있다…출임금지 동참할 것
쌍벌제 5적으로 지목된 제약회사를 '모두 알고 있다'고 응답한 회원은 65.1%나 됐다. 5곳 중 '일부만 알고 있다'고 응답한 회원은 26.8%, '1곳도 모르고 있다'는 8%였다.
시도의사회에서 영업사원들의 진료실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것과 함께 전국 회원들 59.9%가 '의도에 매우 동의하며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견은 37.2%로 나왔다.('관심없다'는 제외) '의도에는 어느정도 동의하지만 동참하지는 않겠다'는 32.1%, '의도에도 동의하지 않으며, 동참하지 않겠다'는 5.1%, '관심없다'는 2.8%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남(72.9%)이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대구(68.8%)·인천(65.6%)·대전(64.0%)·제주(63.6%)·강원(61.9%)·충남(61.1%)·경기(60.1%)순을 보였다. 최근 강원·대전지역에서 발생한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 회원들의 정서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울산은 적극 동참하겠다고 응답한 회원이 50.0%로 낮았으며, '의도에는 동의하지만 동참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43.8%로 가장 높았다.
개원의는 61.2%가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으며, 교수는 50.0%가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교수는 의도에는 동의하지만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37.2%로 공무원 75.0% 다음으로 높았다.
■제네릭보다 오리지널 처방 늘릴 것
이번 일을 계기로 오리지널과 제네릭 의약품 처방 패턴을 바꿀 의사가 있는지를 물은 결과 회원 63.1%가 '오리지널 처방을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제네릭 처방을 늘리겠다'는 4.2%, '기존 처방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28.1%, '처방을 하지 않아 해당사항 없다'는 4.6%로 나왔다.
국내 제약회사 대부분이 제네릭 제품으로 영업을 하고 있고, 일선 진료현장에서 회원들이 수 많은 영업사원들과 만나야 하는 현실에서 앞으로는 리베이트 문제로 얽히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예 처음부터 오리지널 제품을 처방하고, 제네릭 처방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오해를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리지널 처방이 많아질 경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품비 절감정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회원 55.5%, H제약사 제품 `처방하지 않겠다`
회원 77%가 쌍벌제 도입을 요구했던 5개 제약회사의 약에 대해 처방을 줄이거나 제한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약 처방을 줄이거나 제한하고 있는 회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제약회사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약 처방을 줄이거나 제한할 의사가 없다'는 11.3%, '잘 모르겠다'는 7.6%, '처방을 하지 않아 해당사항 없다'는 4%로 나타나 대부분의 회원들이 '쌍벌제 5적'으로 거론된 제약회사에 불만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직능별로는 개원의가 처방을 제한하겠다는 응답이 높았으며, 진료과별로는 성형외과·소아청소년과·신경외과·비뇨기과·가정의학과·내과 등이 처방을 제한하겠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쌍벌제 5적' 제약회사 가운데 H제약회사는 회원 55.5%가 약 처방을 줄이거나 제한하는 의미로 '처방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D제약회사는 14.9%, J제약회사는 4.7%, L제약회사는 3.9%, I제약회사는 2.6%로 나타났다. '처방을 하지 않아 해당사항 없다'는 18.2% 였다.
진료과별로보면 H제약회사는 가정의학과·이비인후과·안과·일반과에서 처방을 않겠다는 응답이 높았고, D제약회사는 신경외과·성형외과·재활의학과·정형외과·비뇨기과·마취통증의학과·정신과·피부과에서 높았다. J제약회사는 흉부외과·산부인과·피부과·내과·비뇨기과·신경과에서 높았다.
■한국제약협회에 `강력 항의해야`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시장형 실거래가제)'를 반대하기 위해 쌍벌제를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한국제약협회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도 높았다.
설문조사 결과 한국제약협회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는 68%를 차지했다. 또 '유감표명 정도는 해야 한다' 16.9%, '대응할 필요가 없다' 15%로 나타났다.
이밖에 '모든 의사들이 쌍벌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수 있게 뜻을 모아야 한다', '죄의 시작은 제약회사이면서 이제와서 의료인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제약회사들은 퇴출되어야 한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약품처방내역을 발급해주지 말아야 한다', '제약회사에 대한 비판 이전에 의사 자신부터 반성해야 한다', '제약회사들의 이중적 태도에 매우 불쾌하다', '제약회사가 좀더 신중했어야 한다.
의사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 '제약회사보다 정부의 행태가 훨씬 역겹고 괴씸하다', '제네릭의 약가를 현저히 낮춰야 한다', '의협 집행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의협의 정치적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영업사원 출임금지를 전국적으로 일시에 시행해야 한다'는 기타 의견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