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윤용선 2010-06-08 14364

건강관리서비스,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변웅전 의원에 의해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이 발의되어 국회에 제출되었습니다만, 이미 2008년도 참여정부 때부터 건강관리서비스는 정부차원에서 논의가 되었던 사안입니다.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이 어떤 내용이며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 건강관리서비스란.


. “건강관리서비스”란, 건강의 유지, 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 악화 방지 등을 목적으로 위해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상담, 교육, 훈련, 실천 프로그램 작성 및 이와 관련하여 제공되는 부가적 서비스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1) 건강관리서비스는 누가 하는가.


① 건강관리서비스 기관


. 보건복지부령에서 정하는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추어 시장, 군수, 구청장의 개설허가를 받은자로서, 의료기관이건 비의료기관이건 소정의 조건만 갖추면 모두 개설이 가능합니다. 개인과 법인, 모두 개설 가능합니다.


② 건강관리서비스 요원


.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에 소속되어 실질적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수행하는 자로서, 건강관리서비스 교육을 이수한 의사, 한의사, 간호사를 비롯하여 영양사가 포함되며,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자격과 경력을 소지한 자입니다.

. 후자의 경우, 복지부 공무원의 설명에 의하면 운동처방을 수행하기 위한 헬스 트레이너가 여기 속하며, 아직까지 약사가 관여하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2) 건강관리서비스의 내용은 무엇인가.


. 개인의 생활습관 개선과 올바른 건강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제공되는 서비스로

        ㄱ. 건강위험도 평가 결과 및 건강상태에 관한 상담

        ㄴ. 생활습관 개선 등을 위한 교육

        ㄷ. 영양, 운동 등에 관한 지원, 지도 및 훈련

        ㄹ. 건강에 대한 정보 제공

        ㅁ. 건강상태의 지속적 점검 및 관찰

        ㅂ. 그 밖에 건강의 유지, 증진과 생활습관 개선 등을 위하여 필요한 서비스


3) 건강관리서비스는 누가 받는가.



   <서비스 제공 체계도>

             건강위험도                          서비스 제공

건강측정

 

(국가검진,

민간검진 등)

질환군

의료기관

(의뢰서 발급)

건강관리

서비스기관

 

 

건강주의군

 

건강관리서비스 이용

 

건강군

  (필요시 건강관리서비스 이용)

 


. 위 건광관리서비스 체계도를 보면, 건강측정을 통해 대상자를 “질환군”, “건강주의군”, “건강군”으로 나눈 후, 질환군은 의료기관의 의뢰서를 발급받아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으로부터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으며, 나머지 두 군은 의료기관의 의뢰서 필요 없이 바로 건강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즉, 건강관리서비스의 대상은 질환이 있건 없건, 모든 국민이 대상이 됩니다.


4) 건강관리서비스에서의 의료기관의 역할은.


. 건강관리서비스 체계상 의료기관은 건강측정을 담당하게 됩니다. 또한 의료기관 자체가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2. 건강관리서비스의 문제점


1) 건강관리서비스 “개념”의 문제점


.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라는 것이 건강상태 및 생활습관 개선을 위해 제공되는 교육 및 영양, 운동 등과 관련된 서비스이므로 의료행위와는 구분된 별개의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서비스 내용이 의학적 중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그 목표가 예방의학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점,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결과물의 의학적 평가는 결국 의료행위라는 점 등을 고려해본다면, 건강관리서비스도 결국 의료행위의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현재 의료기관에서 위와 같은 서비스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현행 의료법이나 국민건강보험범에 영양지도나 운동처방에 대한 수가가 정해져있지 않고, 정부가 정한 법정비급여 이외의 모든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하는 제도적 모순 때문이지, 의료행위가 아니라서 시행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의료기관은 치료의학만 시행하는 곳이며, 예방의학은 민간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이 담당하는 꼴이 됩니다. 또한 의료적인 행위임에도 민간인이 하면 합법이 되고, 의사가 하면 불법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됩니다.


2) 건강관리서비스 “주체”의 문제점


. 법안대로라면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은 의료기관이건 민간이건, 법인이건 개인이건 요건만 갖추면 누구라도 자유롭게 개설이 가능합니다.


. 미국의 경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질병관리서비스가 비교적 활성화된 나라로, 대부분이 보험자가 주체가 되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 이유는 만성질환자가 중환으로 이환되기 전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질병의 상태를 모니터링하여 미리 조치하는 경우, 중환으로 이환되어 보다 많은 의료비가 소모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일본은 미국과는 개념이 조금 다른 형태로 2008년도부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일본은 만성질환자 자체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만성질환 예방 프로그램”의 형태로 정부 주도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 즉, 우리나라처럼 전적으로 민간에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습니다. 비록 미국의 경우 질병관리서비스 회사가 있기는 합니다만, 이 역시 보험자로부터 아웃소싱의 형태로 서비스만 제공할 뿐,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자료나 결과물의 축적, 활용은 전적으로 보험자의 몫입니다.


3) 건강관리서비스 “객체”의 문제점


. 우리나라의 건강관리서비스는 환자 및 건강위험군을 비롯하여 건강한 사람까지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미국의 경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이고, 일본의 경우 건강위험군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즉, 우리나라는 궁극적으로 모든 국민이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 미국의 경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질병관리서비스의 효과는 이미 많은 데이터를 통해 입증이 되었습니다. 만성질환자의 평소 상태를 모니터링하여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생활습관을 교정하여 중환으로 이환되는 것을 막아 의료비를 감소시킨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건강위험군이 만성질환으로 이환되는 것을 막는다면 이 역시 의료비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이 되나, 2008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라 아직 정확한 데이터는 없는 실정입니다.


. 그러나 그 어느 나라도 건강한 사람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의료비가 감소하고 비용대비 효율적이라는 보고는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3. 향후 예상되는 부작용


1) 유사의료행위의 만연


. 현재의 법안은 민간 건강관리서비스 회사에서 실질적인 의료행위를 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특히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관리서비스의 실효성이 대단히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나름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왜곡된 형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개연성이 다분하며, 이는 곧 유사의료행위가 성행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또한 건강관리서비스 기관 개설자에 따라 서비스를 통해 피부관리, 건강기능식품 판매, 약국 영양제 판매 등의 행위와 연계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2) 건강관련 비밀 누설


. 건강관리서비스 받는 모든 대상, 즉 환자를 포함하여 건강위험군, 건강군 모두 그들의 건강과 관련된 자료는 건강관리회사 기관에 축적됩니다. 이는 향후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특히나 민간보험회사나 대형병원 체인에 연계된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이라면 그 자료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개연성이 많습니다. 사실 이러한 데이터는 국민건강관리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자료임에도, 민간회사의 이윤을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비단, 이러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다른 불순한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예컨대, 어떤 개인에 대한 건강관련 자료가 필요한 경우, 그 개인이 이용했던 건강관리회사를 통해 쉽게 그 자료를 취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국민 의료비 상승


.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질병관리서비스의 의료비 감소 효과는 이미 증명이 되었으나, 건강위험군과 건강군을 대상으로 의료비가 감소한다는 보고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따라서 건강위험군과 건강군이 모두 포함된 우리나라 건강관리서비스는 별다른 의료적 효과는 없이, 의료비만 낭비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4)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 건강관리회사는 민간인 뿐 아니라 의료기관도 개설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력이나 시설이 충분한 대형병원에서도 서비스 기관을 개설할 수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에 의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병원 또는 대형병원 체인의 서비스 회사는 당연히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것이며, 잠재적으로 향후 환자가 될 수 있는 건강위험군이나 건강군을 다수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이들이 환자로 이환되는 경우 이용하는 의료기관은 당연히 서비스 회사가 속해있는 대형병원이 될 것입니다.


. 또한 민간의료보험과 대형병원 체인이 연계를 하고, 이들이 건강관리서비스 회사를 개설하는 경우, 민간보험 - 대형병원 - 건강관리서비스 회사라는 거대한 카르텔이 형성되어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민간보험회사에서 피보험자에 대해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받고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 연계된 대형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한다면 그 파급력은 대단히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4. 대 안


. 정부는 국민들의 건강욕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민의료비를 감소시키기 위해 건강관리서비스가 필요하다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발의된 건강관리서비스는 유사의료행위의 성행, 건강관련 비밀 누설, 국민의료비 상승,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의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안을 없는 것일까요.


1) 건강관리서비스 “주체”와 “객체”의 수정 - 질병관리서비스로 전환


. 건강관리서비스 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체”와 “객체”에 있습니다. “주체”가 민간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객체”가 객관적으로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건강위험군과 건강군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 바로 이것이 문제이고 핵심입니다.


. 건강관리서비스의 “주체”를 의료공급자 주도로 하거나 또는 보험자로 하여, 실질적인 건강과 관련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때 일부 서비스를 민간 건강관리서비스 회사에 위탁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정부가 원하는 의료서비스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서비스 회사는 서비스 행위를 대행하는 것일 뿐, 기타 다른 사항의 책임은 의료공급자나 보험자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 건강관리서비스의 “객체”는 비용대비 효과가 이미 증명된 “질환군”으로 한정한다면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즉, 보험자나 의료공급자의 주도하에 환자들을 대상으로 질병관리서비스를 한다면 서로 윈윈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공단 건강검진 사후 관리 강화


. 이미 실행되고 있는 공단검진을 통해 대상군을 선별하고, 의료기관에서 이들에 대한 사후관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표준화하여, 사후 관리에 대해 급여 또는 비급여 항목을 허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3) 개설자, 대상, 서비스 항목 그리고 서비스 요원에 대한 제한


. 위와 같은 대안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에서 건강관리서비스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최소한의 대안으로 다음과 같은 사안을 요구하고 관철시켜야 할 것입니다.

        ㄱ. 부작용 방지를 위한 개설자격의 철저한 제한

        ㄴ. 유사의료행위의 빌미가 될 수 있는 건강군 제한

        ㄷ. 유사의료행위 방지를 위한 건강관리서비스 항목의 구체적 명시

                : 만성질환 관리에 필요한 교육, 영양, 운동 관리 이외 다른 행위 금지

        ㄹ. 서비스 요원에 대한 의사의 지도 및 감독권한 부여



이상 건강관리서비스 법안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기관에서 대상자에 대한 건강측정을 할 수 있으니 오히려 새로운 수입원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낙관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며,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법안통과를 반대하고 있으므로 가만히 있어도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건강관리서비스로 인해 “의료”라는 개념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고, 특히나 원격의료와 연계되어 시행되는 경우, 자칫 의료계에 거대한 쓰나미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여러 복잡한 정치구도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나, 최소한 의료를 하는 의료인이라면 정치구도에 연연해하지 않고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시각에서 본 사안을 접근해야할 것입니다. 특히나 이 건강관리서비스 법안이 이미 참여정부때부터 논의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본다면, 향후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내부적으로 본 사안에 대해 공론화하고, 보다 면밀하게 문제점을 검토하여 어떻게 주장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논의해야할 것입니다.


(이상 개인적인 의견이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의 좋은 의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