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회창 前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인해 대선판도가 혼미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안정적 지지율을 확보, 범여권의 거듭된 공세에 느긋하게 대응해 온 한나라당은 비상이 걸렸고 대통합민주신당을 비롯한 범여권도 "이회창 바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前 총재의 귀환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의료계에도 상당한 의미를 던지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 前 총재가 의료계의 전폭적 지지를 얻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선에서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의료계 입장에서 이회창 前 총재의 복귀가 갖는 의미와 파장을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昌"의 의료정책 회고
이회창 前 총재는 지난 2002년 당시 어떤 의료정책 공약을 제시했을까?
이 前 총재의 의료정책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공약은 바로 의약분업 전면 재검토였다. 이 前 총재는 당시 의료계의 최대 현안이었던 의약분업과 관련, 전면 재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의료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더욱이 "의약분업은 장기적으로 잇점이 더 많기 때문에 그 원칙과 틀을 유지하겠다"며 의약분업 지속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노무현 대통령과 대조를 이루면서 의료계 표심 잡기에 성공했다.
이회창 前 총재는 "의약분업은 김대중 정권이 한 개혁 중 가장 실패한 사례"라며 "아주 졸렬하고 졸속으로 시행됐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재정 절감방안 역시 이 前 총재는 의료계의 입장을 우선 순위에 뒀다.
노무현 대통령이 의료기관의 허위청구, 과잉진료 등 보험재정의 누수현상을 막는 등 "비용절감형" 제도 정비에 중점을 둔 반면 이 前 총재는 자율정화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회창 前 총재는 상대가치 수가체계를 정비하고 포괄수가제 등 진료비 지불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의 의료비 지출 억제책을 구사했다.
이는 보험당국이 허위부당청구를 잡는 "타율적 제재" 보다 의료계가 진료비 절감에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로, 의료계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 외에 의료시장 개방과 영리법인 허용과 관련, 이 前 총재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前 총재는 의료시장 개방에 반대하면서도 성형외과나 한방 등 비보험 분야 등을 선별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그러나 보험진료 분야의 개방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의료정책 방향, 큰 변화 없을 듯
이회창 前 총재가 이번 대선에서 내놓을 의료정책 공약은 2002년 자신이 내놓은 공약과 거의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불과 대선까지 4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분야에서 자신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공약을 내놓기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시대적 상황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의약분업, 보험정책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서는 2002년 대선 공약과 궤를 같이 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대 모 교수 등 현직 교수들을 중심으로 전직 특보단 가운데 핵심 인사들이 이 전 총재와 그동안 꾸준한 교감을 가져 온 것으로 알려져 이들을 중심으로 조만간 정책팀이 꾸려질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의료계 표심, 어디로 향하나?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의료계의 표심은 단연 이회창 前 총재에 집중됐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이례적으로 경북의사회와 전북의사회, 민주의사회 등이 공개적으로 이 前 총재의 지지를 선언하는 한편 타 지역 의사회 역시 회원들에게 연고자추천서를 발송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특히 의협은 공식적인 지지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표를 방지하기 위해 전 의사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환자들에게 의약분업의 폐단을 알리는 등 이 前 총재 지원군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의료계의 표심이 여전히 이회창 前 총재를 향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 前 총재의 은퇴 선언 이후 의료계는 한나라당과 정책 파트너로서 유대관계를 지속해 왔으며 의사 출신 국회의원도 3명이나 배출, 정치적 역량을 강화했다.
때문에 의료계에 대해 전향적 정책방향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으로 의사들의 표심이 기울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회창 前 총재가 7일 대선 출마와 함께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기 때문에 의료계로서는 이 前 총재에 대한 기대심리가 줄어들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이 의료계에 대해 전향적이기는 하나 아직까지 뚜렷한 의료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의료계의 구미를 당기는 정책을 갖고 잇는 이 前 총재에게 표심이 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