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지침 앞서 의료현실 고려해야 2011년 08월 25일 (목) 홍미현 기자 hong9785@naver.com 최근 의사와 제약사간의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의사들은 제약사로부터 금품로비, 연구비 지원, 학회 부스유치 제안에 이어 최근엔 학회장 제약사 부스에서 제공하는 음료수까지도 리베이트로 간주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의료계는 정부의 이런 행보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내 비쳤다. 특히 의사와 제약사간 리베이트 문제가 대두되면서 국민들의 인식이 곱지 않아 불편한 심기다.
의료계는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으로 의료계와 제약산업에 쏟아지는 비난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에 대한 윤리지침을 마련, 지난 19일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된 윤리지침은 △환자이익 우선의 원칙 △이해상충 관리의 원칙 △의사-제약산업체 관계 설정의원직 등 3가지 기본원칙을 기반으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시된 윤리지침은 일선 의료현장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을 설득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더욱이 관계윤리 지침이 마련되더라고 실효성이 있을 지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
A의과대학 교수는 “의료인의 윤리의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환경은 OECD 중 높지 않으며 의료보험료 또한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월급의 10% 이상을 의료보험비로 지출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3.5%에 불과하다고.
더욱이, “매년 의사의 수는 급증하고 여기에 한의사라는 제도까지 있는 우리나라에서 의사와 약사가 나눠 가져야 하는 어려운 의료환경속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는 주장이다. 그는 법을 개정해야지 윤리만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의사와 제약사들은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윤리지침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모습은 아니다. 원칙에 벗어난 금품이나 항응제공에 대해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선 이런 지침에 앞서 우리나라의 의료환경과 보험, 그리고 수가가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원칙에 벗어난 제도를 바로잡으려는 정부의 시도는 당연하고 옳은 행동이다. 그러나 갈수록 열악한 의료환경을 만드는 제도와 수가는 변경할 시도도 하지 않은 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의료인들에게만 희생을 하라는 것은 맞지 않은 정책이다.
물도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는 말이 있다. 의료인의 의견에도 귀를 귀울여 환자의 이익의 최우선은 물론 의료계와 제약산업의 관계가 서로 상생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홍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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