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분 관련 대회원 서신문 -의협
대회원 서신문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그간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6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의 쌍벌제 이후 리베이트 수수행위에 대한 집중단속 결과를 발표하였으며, 보건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8월 5일 관련자들에 대한 후속조치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J제약으로부터 랜딩비 및 시장조사비 명목으로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의사 319명에 대해 2개월의 면허자격 정지처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보건복지부의 발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며, 성급한 것이었습니다.
첫째, 불법 리베이트 사실에 대한 인식 부재로 비난가능성이 소멸되는 의료인이 있을 수 있음을 간과하였습니다.
주지하시듯 시장조사는 제약회사가 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하여 특정 질환에 대한 환자별 특성, 시장규모, 소비자의 요구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으로서 한국제약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고 있는 자율규약인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에 의하여 인정되고 있는 것입니다. 검찰의 보도자료 역시 이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정당한 시장조사를 위해서 조사기관이 조사대상 의료인을 자체적으로 선정케 하고, 조사대상 의료인에게 조사의뢰 제약회사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사의뢰 제약회사에도 조사대상 의료인 명단을 공개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설사 제약회사와 조사기관이 리베이트 제공을 목적으로 시장조사를 실시했다 하더라도 시장조사에 참여한 의료인이 받은 시장조사 대가가 리베이트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이 그 사실을 알았는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번 건의 경우 J제약이 자사제품의 판매촉진을 위해 시장조사기관과 사전에 협의하여 의료인의 명단을 선정한 것일 뿐 여기에 연루된 의료인들은 실제 자신이 J제약의 자사제품의 판매촉진 시장조사 대상에 선정된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하였고, 아울러 해당 시장조사에 참여하는 행위가 불법인지 조차 알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와 연루된 의료인을 모두 불법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간주하여 행정처분 사전 예고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수수 여부를 명백하게 확인한 후에 행정처분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약사 행정처분절차 진행」보도자료(2010.8.4 배포)를 통해 “이번 처분은 검찰에서 제공자의 제공사실 확인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어 통보해 온 것이어서 이의제기나 소명을 통해 당사자가 제공받았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 등을 통해 확인한 후 처분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건에서 문제가 된 ‘기간IT(선지원금)’, ‘품목개척IT(랜딩비, 물품지원)’ 부분에 있어서도 J제약의 사업부장/팀장이 영업사원에게 현금을 전달한 사실은 확인되었으나, 영업사원이 의사에게 해당 현금을 그대로 전달하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검찰의 근거자료 또한 J제약 자체의 비용 결재서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실제 보건복지부 차원에서도 개별의사에 대한 리베이트 수령여부 조사는 실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의료인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며, 따라서 보건복지부가 일률적으로 행정처분을 사전 예고하고, 의료인에게 자신이 결백하거나 무죄임을 입증하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서,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정당화될 수 없다 할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보도자료를 발표하기 전에 먼저 중앙의료심사조정위원회 심의결정과정을 거쳤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건을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에 따른 품위손상행위 중 “전공의 선발 등 직무와 관련하여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한 때”를 근거로 처분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2항은 “특정한 행위가 제1항의 품위 손상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의심이 있을 때에는 중앙의료심사조정위원회에서 심의하여 결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은 의료인의 모든 품위손상 행위에 대해 위원회의 심의결정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합리적으로 검토한 결과 의심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상기 위원회의 심의결정을 거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함과 더불어 의심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로서, 의료인이 검사로부터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고, 해당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이 잘못되었다고 의심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를 언급하고 있습니다.(2011.4.8 선고 2010누37775 판결)
그런데 이번 건의 경우 검찰에 의해 정식 조사나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불입건 조치 된 사항이므로 법원에서 인정하는 “합리적으로 검토한 결과 의심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할 것이며,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번 보도자료 발표 전에 반드시 중앙의료심사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쳤어야 합니다.
경제적 이익 제공자(J제약)의 의견도 반드시 참고가 되었어야 합니다.
우리협회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이번 건에서 경제적 이익 제공자로 문제가 된 J제약은 영업사원들을 통해 의료인들에게 현금을 제공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현금이 전부 의료인들에게 전달되었는지 확인된 것이 아니며, 실제 현금 전달과정에서 이를 받지 않은 의료인들도 있을 수 있다고 의견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J제약은 시장조사의 경우에도 해당 업체가 시장조사업체에게 역학조사를 의뢰하고 용역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역학조사에 응한 의사들의 경우 시장조사 업체의 의뢰에 응하여 법에서 허용된 역학조사 용역을 수행하였을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보건복지부가 어떠한 사전조사 없이 곧바로 행정처분 사전예정 통보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할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실 이번에 보건복지부에서 리베이트 혐의가 있다고 발표한 의료인들은 검찰이 ‘리베이트 쌍벌제’ 관련 의료법 개정 이전의 행위임을 이유로 ‘입건유예’ 결정을 하고, 보건복지부 쪽으로 통보된 사람들입니다. 검찰에서 리베이트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어떠한 정식 수사나 조사과정도 거치지 않은 사람들이며, 보건복지부 또한 리베이트 혐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어떠한 사전조사도 진행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의료인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행정처분 대상자로 간주하여 행정처분 사전 예정통보를 진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협회는 사태 발생 즉시 관련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한 후, 『리베이트 혐의 행정처분 관련 대책회의』를 개최, 향후 대응책을 마련한 후 법무법인에 법률자문을 진행, 법적 대응책을 검토하였으며, 동시에 구체적인 사전 조사 없이 수수금의 상한선만을 정해서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행하고자 하는 보건복지부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이에 행정처분 사전 통지를 내리기 전에 반드시 명명백백히 리베이트 수수 여부를 수사․조사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였습니다.
또한 동 건과 관련하여 선의의 피해를 당하는 회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시도의사회 등을 통해 회원님들께 당부하였으며, 이어 개최된 전국 시도의사회장회의에 관련 대응 조치를 보고하여 시도의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8월 25일 보건복지부 담당 과장을 면담하여 이번 행정처분 진행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회원 여러분!
우리 협회는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 예고 및 이에 따른 행정처분의 단행이 부당함을 계속 주장할 것이며, 적법절차에 의해 진실이 밝혀지게 함으로써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회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정부의 리베이트 척결 의지는 확고합니다. 일선 회원들께서도 제약회사나 의료기 업체로부터 의심스러운 경제적 이익 제공 약속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이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여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법적인 문제를 피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행정처분 예고를 받으신 회원님께서는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 및 대책 추진을 위해 우리 협회(의사국 법제팀 담당, 02-794-2474, 내선 121~123)에 제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회원님들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2011. 9. 1.
대한의사협회 회장 경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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