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김용익 아노미 -김 교수 `내 역할은 의료쪽 아닌 복지 분야
성상규 2012-03-25 14361
한손엔 무상의료, 한손에 입법권…의료계 ‘김용익 아노미’
민주당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정…김 교수 `내 역할은 의료쪽 아닌 복지 분야`

 ▲ 지난 2월2일 열린 민주당 보편적복지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용익 교수와 한명숙 대표.

4.11총선을 향한 정치권의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가 시작됐다. 

최근 각 정당이 발표한 지역구 공천과 비례대표 후보 선정 결과에 의사출신 인물들이 적지 않게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의료계에서도 총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주요 정당별로 공천이 확정된 의사출신 후보를 보면 새누리당에서는 신상진 의원(경기 성남중원)과 안홍준 의원(마산을), 정의화 의원(부산 중·동구), 박인숙 교수(서울 송파갑) 등 4명의 의사출신이 지역구 공천을 받았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경우 지역구 공천을 받은 의사출신 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

통합진보당에서는 고창권 원장(부산 해운대구 기장군갑)과 안호국 전 민주노동당 당대표 비실장(부산 사하구갑) 등 2명의 의사출신 후보가 지역구 공천을 받았다.

지역구 공천에 이어 비례대표 공천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은 연세의대 신의진 교수를 당선권인 비례대표 7번에 배정했고, 민주통합당은 서울의대 김용익 교수를 당선권인 비례대표 6번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당별 지역구 공천과 비례대표로 선정된 의사출신 인물 중 의료계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인물은 김용익 교수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은 20번 안팎으로 보고 있다. 비례대표 6번에 배치된 김용익 교수는 사실상 당선이 확정적이다.

그는 ‘국민의 정부’에서 2000년 의사들의 필사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 도입을 주도했다는 과거 이력 때문에 아직도 많은 의사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최근에는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기조로 한 무상의료 도입을 주도한다는 이유로 또다시 의사사회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와 의사사회는 향후 김용익 교수의 19대 국회 입성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민주당의 보편적복지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이 총선과 올 연말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지난 2월 발표한 ‘보편적 복지구상과 정책과제’의 틀과 핵심 내용은 사실 김 교수가 전반적인 기조를 드라이브했다고 평가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듯 싶다.

민주당이 마련한 보편적 복지구상과 정책과제는 ‘보편적 복지 3 3’이란 목표 아래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일자리복지 ▲주거복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무상의료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입원진료비의 90%까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환자본인 부담상한액 연간 100만원까지 제한, 환자간병비의 단계적 건강보험 적용, 의료사각지대 해소 및 선진국형 의료체계 확립을 위한 보건의료 인프라 개혁 등을 목표로 한다.

민주당은 이런 내용의 복지정책과제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이번 총선은 물론 대선 공약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복지정책과제는 참여정부 시절 김용익 교수가 주도적으로 나서 기획한 한국형 복지국가 구상을 담은 ‘비전2030’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하면 민주당이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제시하는 보건복지 공약에는 김 교수의  영향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의료계는 김용익 교수가 19대 국회에 입성해 보건의료 분야와 관련된 입법 활동을 펼칠 경우 반의료계적 정책 입안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한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공개 토론회에서 ‘무상의료 정책 저지’를 표명하고, 김용익 교수의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우려하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만 봐도 의사사회에서 ‘반 김용익’ 정서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짐작할 만하다.

김용익 교수도 의료계의 이러한 분위기를 인식하는 듯 하다.

김 교수는 지난 20일 비례대표 선정 결과가 발표된 이후 기자와 가진 통화에서 “의료계 쪽에서 너무 걱정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만일 국회의원이 된다면)나의 역할은 의료 분야보다는 복지 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에서도 의료 분야가 아니라 복지정책 전반에 걸쳐 역할을 맡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큰 틀에서 민주당의 복지정책 기조를 다듬는 역할에 주력할 뿐 의료와 직접 관련된 입법 활동에 적극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란 뉘앙스다. 

그는 “민주당의 무상의료 등 정책 기조는 작년 초에 발표한 보건복지 정책 기조를 기본으로 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참여정부의 정책을 복원하는 것이나 새로운 민주당의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교수의 국회 입성은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상의료와 공공의료 강화를 주장하는 진보 성향의 보건의료단체에는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올 연말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져 민주당이 집권하면 ‘무상의료 레토릭(rhetoric)’은 더욱 공고해져 보건의료의 현실적 정책 프레임이 될 수도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전략기획단장은 `김용익 교수가 민주당내 보편적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등 당내 위상도 있기 때문에 향후 국회에 입성하면 무상의료 관련 법제화나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보건복지 예산 확보에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