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원 우려속 출범…무과실 분담 2016년 재검토 의료분쟁조정제 8일 시행…대불금 모든 의료기관 강제징수
기사입력 2012-04-08 12:00 이창진 기자 (news@medicaltimes.com)
의료계의 우려 속에 의료사고에 대비한 의료분쟁중재원이 공식 출범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분쟁조정제도를 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는 23년만에 입법화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의 발효에 따른 것이다.
제18대 국회에서 최영희, 심재철, 박은수 의원의 법안 및 청원 제출을 거쳐 본회의 통과 후 지난해 4월 7일 공포됐다.
◆중재원 추진 배경
그동안 의료사고에 따른 분쟁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소송기간 장기화(1심 평균 26.3개월), 비용과다, 전문적 지식 부족 등으로 환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의사의 경우도 소송에 따른 경제적 부담 뿐 아니라 환자의 시위와 농성 등으로 진료환경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의료사고 발생시 소정의 수수료 부담으로 의료중재원에 조정, 신청하면 90일(최대 120일) 이내 조정결정·중재 판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조정절차 및 신청대상
의료분쟁 조정·중재 신청은 환자와 의사 모두 할 수 있고 피신청인이 참여 의사를 밝혀야 조정·중재 절차가 개시된다.
절차가 개시되면 의료사고감정단이 인과관계 및 과실 유수 등에 대한 전문적, 객관적 조사를 통해 감정을 실시한다. 감정부는 의사 2명, 법조인 2명(검사 포함), 소비자 권익위원 1명 등 5명이다.
이어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공정한 심리를 통해 손해배상액 산정 및 조정결정·중재 판정을 내린다. 조정부는 법조인 2명(판사 포함)과 의사 1명, 소비자권익위원 1명, 대학교수 1명 등으로 구성하고 있다.
신청대상은 2012년 4월 8일 이후 발생한 의료사고를 대상으로 한다.
의료사고 범위는 병의원과 한의원, 약국 등 요양기관에서 발생하는 진단과 검사, 치료, 처방, 조제를 포함하고 있으며,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 환자도 적용 대상이다.
▲ 의료분쟁조정제도 이용절차 모식도.
다만, 4월 8일 이전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사고는 한국소비자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으며, 의료중재원은 정보제공 및 상담 역할도 담당한다.
◆대불제도와 무과실 보상 등 제도의 특징
환자에게 손해배상금 지급이 지체될 경우, 의료중재원에서 우선 환자에게 지급하고 추후 의료기관에 구상하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실시된다.
초기 재원 마련은 건보공단에서 요양기관에 지급되는 돈 일부를 원천징수해 중재원에서 넘겨주는 방식이다.
의료기관별 상급종합병원 600만원, 종합병원 100만원, 병원 10만원, 의원급 3만원 등 종별 분담금이 원천 징수된다.
산부인과와 갈등을 빚고 있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는 1년 후(2013년 4월 8일) 적용된다.
뇌성마비 및 분만과정 산모 또는 신생아 사망 등 분만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는 3천만원 한도에서 보상한다.
보상금 재원은 국가와 분만 의료기관이 7대 3 비율로 분담하며, 적립된 재원으로 의료중쟁원에서 직접 환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분담비율은 제도 시행 3년 후(2016년 4월 8일) 적정성에 대한 추가 검토가 이뤄진다.
▲ 사전브리핑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는 김원종 보건의료정책관과 신현호 변호사.(사진 왼쪽부터)
복지부는 다만, 오는 9월까지 6개월간 산부인과 발전협의체를 구성해 분만 진료환경 개선에 대한 현안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의사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형사처벌특례제' 역시 내년 4월부터 시행한다.
◆무과실 보상금 분담 등 제도 안착 불투명
의료인이 범한 업무상과실치상죄에 대해 조정이 성립된 경우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다만,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해 중과실 및 중상해는 특례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제도 안착에 난관이 예상된다.
산부인과는 분만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금 분담의 부당성을, 의사협회도 법 조항 개선을 요구하며 비상임 위원 명단 미제출 및 의료기관의 조정 거부 등을 지속하고 있어 반쪽짜리 중재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환규 의협회장 당선자도 의료분쟁법의 사문화를 주장하고 있어 중재원과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한편, 의료중재원은 오는 16일 오전 임채민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개원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 `의료기관 자료 거부시, 과태료와 면허정지` Q:대불제도의 초기 재원 마련 방안과 의료기관 분담액은.
=1년에 약 7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재원의 절반인 35억 정도를 의료기관 개설자로부터 징수해서 운영해볼까 한다. 상급종합병원은 600만원, 종합병원 100만원, 병원 10만원, 의원급 3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Q:산부인과발전협의체 논의 내용과 방향은.
=산부인과 단체로부터 의견을 받고 있다. 현재 808개 분만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나 앞으로 축소될 우려가 있어 새로운 것을 짓는 것보다 지금 시설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의 안건에는 중재원의 조정, 중재 절차 외에도 수가 문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의견수렴을 거쳐 6개월 내 종합적으로 정리해 발표하겠다.
Q:의료기관에서 자료제출 등 조사 비협조시 제재방안은.
=자료협조 거부시 3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과 면허정지 처분 등이 병행되지 않을까 싶다. 중재원이 소액사건 위주로 될 개연성이 있어 1억원 이상의 고액사건 조정을 위해서는 감정위원과 조정위원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피신청인인 의료기관이 조정에 응하지 않을 때 패널티를 줘야 하지 않나.
=헌법에 재판받을 권리가 기본권으로 보장되어 있다. 원고 입장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거꾸로 재판을 안받을 권리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조정에 강제로 응하게 하는 것은 위헌적 소지가 크다.
Q:의료분쟁법에 의료기관내 의료사고 예방위원회 구성이 명시되어 있는데 의무사항인가.
=종합병원 이상에 해당되며, 의무사항이긴 하나 벌칙조항이 없다. 향후 병원 평가시 예방위원회 유무에 따라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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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과실 의료사고 비용 전가는 '위헌' 기사입력시간 2012.03.12 10:07:02 의협신문 Doctorsnews | admin@doctorsnews.co.kr ▲ 현두륜(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며칠 전 산부인과학회와 분만병원협회가 공동연수강좌를 개최하고,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한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산부인과의사회 이외에도 이비인후과의사회와 성형외과의사회가 전면 거부를 선언했고, 이러한 흐름은 다른 과에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의료분쟁조정법 공포 이후 가장 강력하게 이 법안에 대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비용을 분만의료기관에 분담시키고 있는 제46조 규정이다. 해당 규정은 아래와 같다.
제46조(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① 조정중재원은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였다고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분만에 따른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사업을 실시한다.
② 보건복지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의료사고 보상사업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③ 조정중재원은 제1항에 따른 의료사고 보상사업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게 분담하게 할 수 있다.
④ 제1항에 따른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제3항에 따른 보건의료기관개설자의 범위, 보상재원의 분담비율, 보상의 범위, 보상금의 지급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그에 따라 동법 시행령(안) 제21조는 보상에 필요한 재원을 국가와 분만의료기관 개설자가 절반씩 분담시키고 있다. 그러나 위 규정은 평등권과 과잉금지원칙 위반·위임입법의 한계 일탈·부담금관리기본법 위반·과실책임주의 원칙 위반 등과 같은 점에서 위헌적인 요소가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특별부담금 부과에 관한 헌법적 한계를 벗어났다는 점이다.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비용을 의료인에게 부담시킬 경우, 이는 '특별부담금'에 해당한다. 특별부담금은 특정한 공익사업 등 일정한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세 납부의무자인 일반국민들 중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에 대해서만 추가적으로 부담시키는 또 하나의 공과금이다.
따라서 특정인의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고,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며, 조세법률주의나 조세에 대한 헌법적 통제장치를 회피하는 수단으로서 악용될 소지가 높다.
그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는 특별부담금 부과의 요건으로서, 1) 집단적 동질성(일반인과 구별되는 동질성을 지닌 특정집단에게만 부과할 것) 2) 객관적 근접성(특별부담금의 부과를 통하여 수행하고자 하는 정책 과제와 특별히 객관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3) 집단적 책임성(그러한 과제의 수행에 관하여 조세외적 부담을 져야 할 책임이 인정될 만한 집단에 대해서만 부과할 것) 4) 집단적 효용성(특별부담금의 수입이 특별부담금의 납부의무자의 집단적 이익을 위하여 사용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헌재 2003. 12. 18. 2002헌가2).
먼저, 객관적 근접성이 있는지 여부이다. 정부가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사업을 실시하려는 목적은 저출산을 극복하고 출산 친화적인 사회분위기를 조성함에 있다.
그러면 과연 저출산의 이유는 무엇인가?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해서 보상을 하면 저출산이 극복되고 출산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까? 분만사고를 염려하여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한 보상제도가 마련된다고 해서 출산율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분만사고에 대한 보상사업이 출산 친화적인 분위기 조성이라는 정책 목적과 객관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음은 저출산이나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해서 조세외적 부담을 져야 할 책임이 분만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있는지 여부이다.
분만 의료기관은 저출산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으므로, 출산을 장려해야 할 의무 또한 없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나 분만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사업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이지, 분만의료기관의 의무는 아니다. 그리고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을 분만의료기관에 부담시키는 것은 집단적 책임성 요건에 위반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통제할 수 없고 책임질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다면, 이는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고, 분만 의료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마지막으로, 특별부담금의 수입이 납부의무자인 분만의료기관의 집단적 이익을 위하여 사용되는지 여부이다.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해서 보상을 해준다고, 분만의료기관에 돌아오는 이득이 있을까? 이득이 있다면, 과연 그 이득은 무엇일까? 약간의 정신적 위안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러한 이득은 분만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비하면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무분별한 소송 제기나 신뢰 관계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비용 분담으로 분만의료기관에게 이득이 돌아온다면 산부인과 의사들이 지금과 같이 반대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의도하고 있는 정책 목적과 부담금의 부과 사이에 객관적 밀접성이 존재하지 않으며, 집단적 책임성과 집단적 효용성의 요건도 충족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한 비용을 분만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분담시키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 제46조는 위헌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나 무과실 분만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헌법이 국가에게 부과한 의무이다. 따라서 그 비용은 전부 국가가 부담해야 하고, 그로 인한 재원은 일반국민으로부터 징수한 세금이 돼야 한다. 그 비용의 일부를 분만의료기관에 부담시키는 것은 책임 전가이고 위헌적인 발상이다.
그로 인해 분만 의료기관이 분만을 포기하거나 기피한다면 '출산친화적인 분위기 달성'이라는 정책 목표에 역행하게 된다.
국민 어느 누가 분만에 대한 열의와 소명감이 없는 의료인에게 출산을 맡기겠다고 할 것인가? 정부가 정녕 출산친화적인 분위기 조성을 원한다면, 먼저 어려운 여건에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에 전념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분만의료기관이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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