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새 정권, 의사 목 더 죄나” 우려
이정돈 2007-12-03 14336
의료계 “새 정권, 의사 목 더 죄나” 우려
이명박·이회창 등 대선 유력 후보들 “전문직 탈세하면 자격 박탈”
 
대선을 20일 앞둔 지금, 각종 여론 조사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이 잇달아 의사들의 목 죄는 발언을 하고 있어 의료계가 곤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 이익과 배치되는 단체 모임에서의 언급[관련기사 참조]은 차치하더라도 공익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정책에서 의사나 변호사 등의 탈세 문제를 단골 메뉴로 등장시키고 있는 것.

두 후보는 하나 같이 “고의 탈세의 경우 가산세율을 현행 40%에서 100%로 인상하고 의사와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탈세에 대해서는 자격을 박탈하고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16일 공공부문 개혁 입장을 밝히면서 그리고 이회창 후보는 28일 증권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은 정책을 공식화했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의료계는 불만과 걱정이다. 유력 후보라는 점도 그렇지만 그나마 의료계가 기대하고 있는 후보자들까지 자신들에게 등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 때문이다.

한 개원의는 “이번 대선과 관련해 의료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들인데 우리가 짝사랑에 빠진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의료인도 “자격 박탈 자체도 문제지만 이같은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은 후보자들이 의사들을 불신한다는 반증아니겠냐”며 “결국 누가 정권을 잡든 의사들은 더욱 코너로 몰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의료계의 자성을 외치는 목소리도 있다.

모 의료계 인사는 “일반인들에게 심어진 의사사회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우리의 목소리보다 강하게 어필된 결과”라면서 “이제라도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의 양심적인 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광길기자 (kk@daily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