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 년간 동네 의원의 몰락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으며 급격한 의사 수 증가로 인해 앞으로 그 정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추측되며, 결국 의료계 내부의 제살 뜯어먹기 경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정부의 원격의료 시행, 영리법인 도입 등의 의료 정책을 추진하려는 시도가 우리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의료계는 아직도 현상 유지만의 소극적 태도로 새로운 의료정책을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 전세는 점점 불리해지고 있어, 난관 타개를 위해 새로운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내세웠던 전략으로, 1차 의료 활성화를 위해 의료수가 인상과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10여 년 넘게 부르짖고 있지만 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새로운 영역을 확장·개발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만 합니다.
이미 WHO와 UN에서 “향후 인류 보건의료정책의 최대 목표를 '전염병 퇴치'에서 '만성질환(비감염성질환) 관리'로 전환했다”고 공식 발표했고 우리나라 보건소의 주된 업무도 ‘전염병관리 사업’에서 ‘만성질환관리 사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만성질환 관리는 결코 의사가 다른 직역이나 공공기관에 빼앗겨서는 안 되는 우리 본연의 영역이며 정부가 이를 위해 재정을 마련해 준다면 우리는 반드시 주도적으로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우리의 만성질환 관리만으로 충분하다”라는 주장도 국민들에게 더 이상 수용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국민의 요구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만성질환을 관리 모델을 의료계가 앞장서서 주도하여 우리의 새로운 영역으로 확정시키고, 그것을 발판으로 지역의료 전반을 동네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 지역 의료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의료전달체계도 자연스럽게 확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략적으로 구태의연한 방어 태세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일차의료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선도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정부의 강제적 정책에 좌우되는 우리의 현실을 타개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가 포기한 만성질환 관리를 보건소나 건강보험공단, 건강관리 서비스를 표방한 IT 산업 기업체(삼성, LG, Sk 등) 들이 그들의 영역으로 확정짓게 되면 의사들은 “갑”이 아닌 “을”로서 미래의 의료 체계에 주도권을 상실하고 말 것입니다.
따라서 의원 주도형 만성질환 관리 사업에 주도권을 갖고 우리의 역량을 발휘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