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환자의 우선순위?
김용범 2014-03-29 14479

그다지 오래전도 아니다. 한 중년의 환자가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내원했는데 매우 유쾌하게 진료실에 들어오는 것이 그가 지난 수 년간 앓아 온 당뇨병에 대해선 전혀 걱정은 없는듯했다.  스스로 약도 끊어버리고 병원도 안오고, 병에 대해서 완전히 잊어 버린듯 하다. 혈당을 측정해보니 조금 올라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정상치의 4배나 된다.

의사에게 이런 환자를 만나는 일은 폭탄을 지닌 것일거다. 어떻게 그렇게 오랜 기간 위중한 병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리고 지낼 수 있을까?   

환자가 병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그가 당뇨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다만 그의 인생에서 이순간 당뇨병이 그의 우선순위가 아닐 뿐이다. 의사인 나에게는 꼭 기억해야 할 7점만점에 7점짜리 순위인데도 말이다.

의사와 환자간에 서로 상이한 순위목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병에 대해서 서로 다른 관점과 환경에서 접근하고 있다.  분명히 이러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나의 환자는 전체 생애를 관장하는 넓은 시각으로 보기에 당뇨병은 단지 조그마한 부분에 속할 뿐이라 생각하고 의사는 수분간이라는 진료시간에 맞추어, 당뇨병이라는 질병에 나의시각을 한정하고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중하고 서둘러야하는 병으로 인식시키려 한다.

우리들 사이에 놓여진 도전은 각각의 시각을 조정해서 당뇨병을 공동 관심사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않다면 환자를 위한 나의말 하나하나가 공허한 메아리일뿐.

내 뇌리에 고정된 당뇨병 관리 알고리즘은 그의 엄청난 혈당수치에는 인슐린 얼마를 투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환자는 듣고싶지 않은지 그가 원하는 스스로의 것에 매달려 있다. 우리의 당뇨병 관리 알고리즘이 알려주지 못하는 것들에는 서로 같은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때 어떻게 해야 된다든지,  지금은 건강한 사람이 당뇨병으로 눈이 멀고, 발기부전이 오며, 다리를 절단해서 휠체어 신세로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실행가능한 해답을 찾을 수 있게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은 다음 수 개월간 나와 환자사이에 실질적이고도 철학적인 내용을 서로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으며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보여서 시간에 쫒겨서 길거리 음식을 사먹고 운동이라곤 하루 종일 자동차 페달을 밟는 것 이외에는 없는 택시 운전기사가 어떻게 하면 혈당조절을 위해 식이요법과 운동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만들었고 당뇨병약을 복용후 경험한 설사에 대해서, 종교가 그의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는지, 또한 가끔은 그의 수명이나 자식에게 남겨줄 유산 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실생활에서 각자가 결정해야 할 방식들에는 복잡하기도하고 뒤섞여있으며 개개의 다른 방식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그는 단호히 그의 현재의혈당수치를 조절하기에 최적의 수단으로 내가 제시한 인슐린 주사를 거부했으며 그에게는 그저 낮은 순위인 높은 혈당치료를 위한 의사로서의 나의 본능을 접어야 했다. 그의주 관심사는 생활이 불편하지 않게끔하는 것일 뿐, 주사는 관심사 밖이었다. 할수없이 치료는 경구약에 한정되었고 당뇨병의조절목표도 나의 입장이 아닌 그의목표인 과도한 구갈이나 소변증상을 없어지게하는 수준으로 조정되었다.  마치 중동평화협정과도 같은 아니 그 이상의 중재였다.

성공적이었을까? 글쎄~~, 그의 혈당은 나의 초기 목표치인 정상수준에는 턱없이 미치지못했고 현재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의견의 일치를 보이는 정상수치와는 동떨어진 결과는 나의 전공의 시절의 훈련과정과는 딴 판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얻은 소득도 있다. 당뇨병을 우리의 공동의 관심사로 만들수 있었으며, 둘 모두 당뇨병이란 질병이 없었다면 좋았으련만 그래도 좋든 싫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음식을 어떻게 선택하고 운동을 어느 수준으로 하면 당뇨병이 나아지는지 악화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의 혈당은 현재 예전보다는 낮아졌고 정상수준에는 접근조차 못하지만 어느 정도 합병증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었다. 그는 약 복용을 잘하고 있으며 그의 식생활에도 어느 정도의 변화를 볼수 있게 되었다.

이번 기회로 나는 환자로 하여금 목표에 도달하게 할 때 내가 생각하고 있던 나의 우선 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배웠으며 의학이라는 것이 복잡하고 미묘해서 환자를 다양한 측면으로 심도있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알았다.

`질적인 면`으로 본다면 나의 의학적 시계로는 이 환자는 아직도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 등을 볼 때 실패로 표시되겠지만, 이 환자가 당뇨병을 그의 관점 밖으로 밀어내서 내 진료실을 찾지 않았을 때 초래되는 객관적이고 결과위주로 생각해 본다면 나는 좋은 평점을 받는 의사로 기억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다.

나와 환자 둘 모두에게 운이 좋게도, 그도 계속 진료를 계속받고 있으니까 우리 둘 모두에게 성공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 The New York Times, Danielle Dffri의 기사중에서 발췌 - 

신창록 김용범 선생님의 자작 수필인지 알고 계속 읽어내려 가며 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가졌으나 마지막 한줄에 실망을 했네요. ㅋㅋ 2014-03-29 13:20:00
김용범 근데 번역실력은 괜찮죠? ㅋㅋ 2014-03-30 07:07:00
김용범 혼자 읽기 아까워서 한번 써봤는데 자주 올릴게요 2014-03-30 16:35:00
양만석 참 이런 환자가 많은데,보통은 포기하고 챠트에는 기록해 두고, 자기 원하는데로 주는데 이런 관점도 괜찮네요 잘 읽고 갑니다. 2014-04-08 09:40:00
방수관 잘 보아ㅛ습니다 2014-04-09 08:25:00
김종웅 가장 좋은 치료는 순응도를 올리는 길이라 다른 분에게서 들었습니다. 2014-05-31 12:4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