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닳도록 의대 교수들 찾는 이유 임솔 기자 | 2014/11/04 16:47
삼성전자(005930)가 헬스케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주요 의대 교수를 비롯한 국내 의료계 관계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쟁사인 애플도 이미 미국의 메이요클리닉을 비롯해 주요병원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 헬스케어 시장을 둘러싼 두 경쟁사간에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4일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 연구진들이 최근 서울시내와 수도권 의대 진단검사의학과와 심장내과를 잇달아 방문해 의료기기 개발과 관련해 기술 자문을 의뢰했다. 이 가운데는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하거나 연간 단위로 자문계약을 체결하자는 제안도 있었던 것으로 의료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혈액검사 결과를 분석하는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들은 삼성전자의 혈액검사기에 대한 자문 의뢰를 받았다. 서울의 한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구급차에서 혈액검사를 실시하고 병원 도착 전 미리 알맞은 처치를 하는 사업을 확대하려고 한다”며 “유럽에서는 이미 시도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현장진단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보건소와 가정에 혈액검사기를 보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즉시 측정해 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 여부를 가리는 장비다. 실제 전국에서 처음으로 원격의료와 원격건강관리 시범사업에 나서는 강원도는 도내 보건소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혈액검사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의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가정에서도 콜레스테롤을 측정할 수 있도록 가볍고 편리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병원에서만 혈액검사기를 구입하면 시장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생체 측정기능을 넣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들에 자문도 구했다. 삼성전자 측은 맥박수와 심박수 외에 심전도 측정기능을 스마트폰에 추가할 경우 효용성이 있는지 가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애플이 올초 선보인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에 포함한 호흡수와 체온, 체질량, 체지방 확인 기능을 스마트폰에 추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표준화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술 외주를 담당하는 한 업체는 “삼성전자는 애플이 메이요클리닉, 듀크대 등 의료기관과 협업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미국 보험사와의 연계를 추진하고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까지 연동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서울병원과 헬스케어 기기 개발과 관련해 긴밀히 협력해오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삼성이 개발한 엑스(X)레이를 구매하고 자문을 하고 있지만, 다른 X레이 장비에 비해 사용빈도는 절반 이하에 그친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달 30일부터 내달 5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영상의학회(RSNA)에 새 X레이 장비와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를 전시할 계획이다. 서울시내 한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는 “삼성이 CT업체 뉴로로지카를 인수한 뒤 새 CT 제품을 처음 내놨다”면서 “헬스케어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전략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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