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 http://joongang.joins.com/article/170/16632170.html]
지난달 말 지방 소도시의 내과의원 원장이 목숨을 끊었다. 이유는 경영난이었다. 지난 3월 3억원을 빌려 개원했으나 환자가 많지 않았다. 한 달 진료수입은 약 1600만원. 전국 내과의원 월평균(4300만원)에 크게 못 미쳤다. 임대료·금융비용 등을 제하면 남는 게 없었다. 그는 “아빠 노릇 못해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의사의 꽃’으로 불리는 내과 의사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전공의 모집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원의 92%밖에 채우지 못했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때 원외처방료가 신설되고 진료 수가가 크게 오르면서 내과는 인기가 좋았다. 전공의 지원율이 2006년 161.3%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 줄곧 내리막길이다.
고령화로 내과 환자가 느는 데도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전문의 자격을 따더라도 개업이 쉽지 않다. 매년 600명가량의 내과전문의가 나온다. 개업할 데가 마땅치 않다. 이명희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은 “진찰료(약 1만원, 재진 기준)가 낮은 데다 건강보험이 안 되는 진료(수익성이 높음)가 거의 없어 환자를 많이 봐야 하는데, 2009~2013년 내과의원이 8.4% 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고 말한다. 대한의사협회 보고서(2012)에 따르면 하루 환자가 50명이 안 되는 내과의원이 27%이고, 비보험 진료 비율이 5%(외과 25%)에 불과하다. 전공의 수련기간(4년)에 내시경·초음파 검사를 배우지 못하는 점도 내과 기피 요인이 됐다. 전공의를 마친 전임의사(세부 전공을 배우는 임상강사) 영역으로 바뀌어서다. 송명제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주 130 시간 일하면서 고생해도 전공의 4년을 마치면 개원해서 보상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명희 회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진료가 결정타”라며 “이게 시행되면 고혈압·당뇨 환자의 내과 방문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리베이트 단속이 강화되면서 약을 통한 음성소득이 줄어 내과가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산부인과는 저출산 여파로 2005년 정원 미달 전공으로 전락하더니 2009년부터 반등해 올해는 지원율이 105.3%가 됐다. 정부가 꾸준히 산부인과 지원책을 시행한 데다 병원들이 임금을 올린 덕분이다. 또 전문의 배출이 줄면서 희소가치가 올랐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산부인과 전공의는 “내과·가정의학과 전공의를 마치고 서울에서 일자리를 잡으려면 원하는 임금을 받기 어렵지만 산부인과는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증가하는 불임·난임 환자도 산부인과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신성식·박현영·장주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