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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액투여 환자 18명이 C형간염에 집단으로 감염된 서울 양천구 소재 다나현대의원이 '역학조사중'이라는 공고문과 함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서울시 양천구 소재 다나현대의원에서 집단으로 C형간염 감염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보건당국이 주삿바늘 재사용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다나현대의원이 문을 연 2008년 5월 이후 치료받은 환자도 2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추가 감염자를 확인하는데 적어도 2~3주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건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또 해당 병원이 C형간염 발생을 사전에 알고도 은폐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어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경찰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다나의원을 이용한 적이 있는 C형간염 감염자는 현재까지 18명으로 확인됐다.
이 중 해당 의원 원장의 아내와 종사자 2명에게 C형간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15명은 같은 의료기관에서 수액주사(정맥주사)를 투여 받은 환자로 추정된다.
그동안 치료 등을 위해 방문한 환자도 2000여명에 이른다. 때문에 추가 감염자를 가려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인 하루 전인 19일 익명의 제보로 세상이 알려졌다는 점이다. 이 익명의 제보에는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관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행히 환자들은 증상이 거의 없거나 경미한 상태로 확인된다. C형간염은 일상생활에서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감염경로는 대부분 주사기 공동사용, 수혈, 혈액투석, 성 접촉, 모자간 수직 감염 등이다. 주삿바늘 재사용이 감염경로로 좁혀지는 대목이다.
주요 증상은 감기몸살, 메스꺼움, 구역질 등이다. 만성으로 이어지면 간부전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당국 `잘못 밝혀지면 민형사상 책임 묻겠다`
보건당국은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 부실을 주요 발병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해당 의료기관의 명백한 잘못이 밝혀지면 관할 보건소를 통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만약 의료기관 책임이 나오면 환자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현재 주삿바늘과 감염 관리 외에 다른 사안을 발병 원인으로는 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기관에서 주사제를 준비하거나 처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의료기관 부주의로 발생한 집단 C형간염에 대해 의사에게 무거운 처분이 내려진 전례가 있다. 2013년 1회용 주사기를 소독하지 않고 사용한 탓에 10명 안팎의 환자가 C형간염에 걸리고 일부는 사망하게 한 혐의 등으로 60대 의사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역학조사 결과와 함께 또 다른 관심은 C형간염 감염자들이 어떤 치료를 받을지 여부다. 당국은 의료기관 잘못이 명백하면 끝까지 환자를 치료해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C형간염은 완치가 어려웠지만 지난 9월과 10월 두 달간 국내에서 완치율이 90%에 달하는 C형간염 신약 소발디(성분 소포스부비르)와 복합제인 하보니정(성분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치료 가능성이 열렸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신약 제조사인 길리어드 한국법인이 본사에 12주 치료에 3000만원 내외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