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시장 질서 문란 근거 없다…형사처벌 검찰권 자의적 판단`
|메디칼타임즈 이인복 기자|환자가 지인을 소개하면 수십만원의 비급여 할인 상품권을 준다고 광고한 의사를 형사 처벌한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비급여 항목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것은 환자 유인행위로 볼 수 없으며 환자들의 지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의료시장의 질서를 해친 것도 아니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헌법재판소가 환자가 지인 소개시 비급여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광고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정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자료화면
헌법재판소는 기존 환자가 지인을 소개하면 비급여 할인 상품권을 제공한다는 포스터를 게시했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의사가 이러한 처벌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심판 청구에서 의사의 요구를 모두 인용했다.
4일 결정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7년 의사 A씨가 지인을 소개하면 기존 환자에게 30만원 상당의 비급여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붙이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검찰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환자 유인행위를 했다며 A씨를 기소했고 의사는 결국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의사는 이러한 형사 처벌이 자신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그 취소를 요구하는 심판을 청구한 것.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인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의사의 청구를 그대로 인용했다. 환자 유인 행위가 아닌 내용으로 형사 처벌을 내린 만큼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는 것이 최종적인 결론이다.
헌재는 `비급여 진료비를 면제해주는 것은 의료법상 금지하고 있는 본인부담금을 할인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비급여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포스터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불법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어 `또한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금품 제공은 환자가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인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할만한 경제적 이익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며 `하지만 이 상품권의 핵심은 의사의 병원에서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못박았다.
이 상품권을 다른 금품으로 바꿀 수 있거나 유통시키는 등 본래의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는데다 독립적인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수사 또한 이뤄진 바가 없다는 점에서 이를 금품으로 볼 근거가 없다는 판단이다.
결국 헌재는 비급여 상품권을 제공하는 것이 의료법 제27조 3항 즉 환자 유인행위 금지 조항이 명시하고 있는 본인부담금을 면제 또는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는 행위,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행위에 어느 것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의사의 처벌에 영향을 미친 의료시장 질서 문란에 대해서도 헌재는 근거가 없다고 봤다.
헌재는 `지인을 소개한 기존 환자들에게 상품권을 제공하는 것 뿐이고 비급여 진료 혜택을 받는 것 외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러한 행위가 의료시장의 질서를 현저하게 해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비급여 상품권을 제공한다는 포스터를 게시한 것을 환자 유인행위로 보고 형사 처벌을 내린 것은 자의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의사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된 만큼 이에 대한 형사 처벌을 모두 취소한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