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힘든 개원의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 많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코로나19(COVID-19)가 장기화되면서 개원의들이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은 병원을 찾기 꺼리고, 건강검진을 하는 사람들도 대폭 감소했다.
사람들의 이동 자체가 억제되면서 다른 직종들처럼 병원도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오래전부터 경영이 어려웠던 진료과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이들 진료과의 개원의사회 회장들을 만나 현 상황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고민한다. 첫 번째로 만난 회장은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박근태내과의원 원장)이다. 박 회장은 서울 은평구에서 18년째 내과를 운영하는 소화기내과, 노인병내과 전문의다.
- 코로나19가 개원의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 내과 개원의들 상황은 어떤가?
개원내과의사회 회원들 모두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회원들에게 간략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경영악화가 수치로도 읽혔다. 개원한 지 약 10년 된 의원은 10%, 5년 이내는 20~25% 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적으로 약 15%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건강검진센터를 함께 운영하는 의원들은 50% 정도 감소한 것 같다.
올해 5월 의사회를 처음 맡을 때 '일 잘하는 내과, 하나 된 내과, 국민과 회원이 함께 하는 강한 내과'를 표방했는데 코로나19로 환경이 어려워져 걱정이 많다.
- 정부가 경영이 어려워진 내과 개원의들 대상으로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올해 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 대상으로 시행하던 요양 급여비용 선지급 제도를 계속 운용했으면 한다. 3~5월 지난해 급여 매출의 90%를 지급했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
또 11월 초 국세청이 시행하는 종합소득세 중간예납 시기를 연기하는 것도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다. 이 외에도 1%대 저금리 대출도 정부가 큰 노력 없이 내과 개원의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다.
-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전화 상담과 처방을 허용했다. 실제 이를 이용하는지 궁금하다.
우리 의원은 단 한 번도 전화 상담과 처방을 한 적이 없다. 비대면진료는 오진이나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한 의료사고 시 책임 소재 등 사회적 합의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문제가 많다. 개인적으로 대구에서 신천지로 인해 코로나19가 급격하게 번졌을 때는 전화 상담과 처방이 필요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외의 상황에서는 의사가 직접 환자를 만나 진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부가 추진한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와 운영이 지지부진하다.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환자를 대비해 정부가 전국 256개 시군구에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보건소에 설치하고 지역 의사가 돌아가며 진료하는 '개방형 클리닉'과 민간 의료기관을 지정하는 '의료기관형 클리닉'이 있다.
의사회는 처음부터 의료기관형 클리닉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도 의사도 모두 만족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애물단지가 된 상태다. 지금이라도 개방형 클리닉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의사가 돌아가면서 진료를 봐야 한다. 의사에게 인센티브도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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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개원내과의사회 회장에 취임하면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언급했다. 구체적인 요구 사항은?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상급종합병원 쏠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회 차원에서 정부에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특히 의사회는 정부가 '업 코딩' 방지대책을 세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료 의뢰를 받은 의사가 환자의 중증질환 여부를 결정할 때 그 사유와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해당 진료를 본 교수가 해당 상병과 근거를 입력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본다. 이 외에도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 약품 처방 일수를 30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대학병원 교수는 외래를 줄이고, 입원환자 진료와 연구에 집중해야 의료전달체계가 살 수 있다.
- 내과 개원의들을 위해 검진 관련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과를 찾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은 건강검진을 통해 합병증 등 다른 질병을 알게 된다. 따라서 내과 의사가 건강검진을 어떻게 하는지 잘 알아야 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경영 문제다. 최근 내과에서 건강검진을 하지 않고서는 병원을 운영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의사회가 내년 2월에 건강검진 관련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의사회 명칭 변경에 대한 논의는 끝났나?
내년 4월 대한개원내과의사회를 대한내과의사회로 바꾼다. 이는 봉직의들이 함께하기 때문인데, 앞으로 새로운 내과의사회의 면모를 갖출 것이다. 더불어 국민과 함께 하는 의사회를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유튜브 채널 '내 몸에 닥터'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들이 참여해 대상포진으로 시작해 독감 예방접종,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대장내시경 받기 등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질병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