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政 잇단 엇박자로 주수호 회장 "험난"
이정돈 2008-05-01 14342
醫-政 잇단 엇박자로 주수호 회장 "험난"
의협, 정책 목표 상당한 타격 예상
 
"의약품 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에 이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까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당초 보수 성향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허니문을 기대했던 의협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최근 들어 정부가 의료계가 반대했던 정책을 잇달아 쏟아내면서 "의정 간 채널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 정부의 "건보 당연지정제 고수" 방침이 큰 여파를 미칠 전망이다.

의협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보건의료 환경 새 틀 짜기가" 기초부터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다.

당연지정제 완화를 시작으로 민영의료보험 도입, 영리법인 의료기관에 이르는 시장주의적 보건정책 도입은 상당한 궤도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의협의 최우선 규제개혁 과제인 "건강보험 보험자의 분리·운영" 방안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의협은 "정부의 당연지정제 고수 방침은 합리적 판단을 무시한 "싸구려 인기 영합주의다"라고 강력히 반발했지만, 별다른 묘수가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영화 식코(Sicko)로 촉발된 여론 악화와 보건의료를 둘러싼 정치 환경이 매우 불리하다는 점도 고민이다.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은 최근 "이명박 정부가 건강보험 민영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면 결국 정권기반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여기에 민주노동당도 "무상 의료 실현과 건강보험 지키기 운동본부"를 발족시키고 정부의 보건의료 산업화 정책에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때문에 경제성장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새 정부가 정치 쟁점화될 수 있는 보건의료 정책을 애써 외면한 것이라는 의견이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한 관계자는 "현 사태는 이미 1월부터 예고된 바다. 올초 주수호 집행부에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의견을 전달했지만, 아무런 행동이 나오지 않았다"며 "정부가 의협에 반하는 정책에 쐐기를 박은 상황에서 별다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결국 정부 안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의협은 현재의 보건의료 정책 방향 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의협 관계자는 "당연지정제가 완화된다고 해서 일반 국민이 진료를 못받는다는 식의 논리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다만 이번 정부의 발표로 정책 수립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서 의협이 정책 방향을 수정한다거나 되돌릴 가능성 또한 지극히 낮다. 향후 집행부와 정부 간 냉각기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음상준기자 블로그 기사등록 : 2008-04-30 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