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철] 의료기관 영리화의 당위성과 명암(明暗)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대 의료 정책 즉, 영리의료법인의 허용, 당연지정제 손질, 민간보험의 확대에 대해 연구하고 논의하기 전에 먼저 도대체 의료기관 영리화 즉, 영리의료보험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영리의료법인이란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병원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은 모두 비영리일까? 그렇지 않다. 대학병원은 비영리의료기관이겠지만, 대다수의 의원과 법인이 아닌 병원은 영리기관이다. 즉,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개인 병원은 이윤 추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개인 영리 병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기준으로 개인병원 (의료법인이 아닌 병원)은 전체 병원의 54%를 차지한다. 즉 우리나라 병원의 절반 이상은 이미 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고, 영리 추구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다. 문제는 나머지 46%에 해당하는 병원들이다. 이 병원은 비영리의료법인(약 20%), 공공병원(9%), 학교법인(6.5%)과 기타 재단병원, 사회복지 병원 등이다.
이들 의료법인의 상당수는 대규모의 병상을 가지고 있고, 그에 걸맞는 의료 시설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현 의료수가 체계에서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는 없겠지만 의료인을 저렴한 임금에 고용하고 이런 저런 편법을 동원해 병원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법은 현재의 비영리 의료법인이 이익을 발생시킬 경우에 의료업과 고유 목적 사업에 재투자하도록 하고, 외부 자금 조달이나 이익 배당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되게 되면, 이 46%에 해당하는 상당수의 병원들이 비영리에서 영리로 법인을 전환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규모 비영리의료법인들은 상당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영리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꽤 많은 투자자들을 유치할 수 있고, 투자금을 통해 병원 경쟁력을 더욱 더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대부분의 의원과 54%에 해당하는 개인병원의 대부분은 소규모 자본을 가지고 있거나 영세하다. 따라서 병원 시설도 낙후되어 있을 가능성도 많고 수익률 역시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영리법인으로 전환한다한들 투자자를 유치하기에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이 의료계의 양극화를 가속화 할 것으로 보는 이유이다. 물론 현재 제도 하에서도 의원이 의료법인 혹은 대학병원과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리 의료기관이 도입 될 경우 그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정부가 의료산업화를 추진하는 이유 혹은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 여러 이유 중 뚜렷한 것은 첫째,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보험 재정의 문제이다. 보험 재정이 악화되는 이유는 1) 보험급여의 확대 2) 보험금 인상의 어려움 3) 담배부담금 인상 실패를 그 원인을 생각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04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을 발표하여 건강보험급여율을 2008년까지 70%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건강보험급여율은 의료비 지출 중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비율을 말한다. 2005년 현재 보험급여율은 약 53.6%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더 많은 보험 혜택을 주기로 하고 2006년부터 주요 중증질환의 비급여 부분과 법정본인 부담 부분을 축소하고 보험 적용이 되는 기준병실을 확대하며 병원 식대에도 보험을 적용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또 이후에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로 2007년 1월부터는 6세 미만의 아동의 병원 입원에 대한 본인 부담을 면제하고 2007년 7월부터는 본인부담상한제의 본인 부담상한을 기존 6개월간 300만원에서 6개월간 200만원으로 인하함으로 고액중증질환자의 보장성을 강화하였다.
보험 혜택을 늘려 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것 외의 또 다른 커다란 문제는 고령화 진전에 따른 의료서비스 다소비 계층의 증가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에 이르러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에 들어섰으며, 오는 2018년에는 14.3%에 이르러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2026년에는 고령인구의 비율이 20.8%에 이르러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 (Super-aged society)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급속한 고령화는 향후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에 있어 의료서비스 다소비 계층의 급증과 이에 따른 의료서비스 수요 규모의 확대를 야기할 것이다. 65세를 기준으로 볼 때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의료서비스 건당 진료비는 약 60내지 70% 높고, 이용 건수 역시 2 배 이상 증가한다.
이와 같은 여러 이유로 말미암은 보험 재정은 이미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나 담배부담금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늦었고, 영국의 NHS 시스템처럼 정부가 재원을 부담하지 않는 한 정부 차원의 해결 방안은 없다.
반면 정부가 의료산업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다른 이유는 향후 의료서비스 시장의 규모가 괄목할만하게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최근 생명공학의 발달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어 온 세계 바이오 산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바, 지난 2003년 현재 4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2010년경에는 1,540 억 달러 규모로 커지는 등 연평균 11%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유전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건강관리 분야와 예방의학의 체계적인 접목은 의료서비스 산업 시장이 확대되는 계기를 낳을 것이다. 즉, 과거에는 질병이 발생할 때 비로소 의사의 역할이 생기는 의사의 문지기 (gate-keeper) 역할에서 향후에는 출생과 동시에 의사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이 ‘처방’되는 맞춤형 진단 및 치료 시스템이 활성화 될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각종 스포츠나 피트니스 산업등 건강관리 분야와 의료서비스 분야가 독립적으로 발전했던 것과는 달리 맞춤형 진단 및 의료서비스가 통합형 건강과리로 발전하게 될 것이며, 이는 의료계의 고유 영역인 <치료>를 넘어선 광범위한 의료 산업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당장은 한미 FTA를 통해 해외 의료기관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는 점과 싱가폴과 태국처럼 불과 10여년 만에 해외 환자를 유치함으로써 국부에 도움을 주었다는 선례를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체로 동남아 지역의 병원 진료비는 미국 병원의 20%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태국 범룽랏 병원에서는 미국에서 수련 받은 의사에게 목 디스크 수술을 받는데 필요한 비용은 불과 1만 달러 수준이다. 반면에 같은 수술을 미국에서 받을 경우 약 9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GDP가 증가하고 고급 진료를 원하는 계층이 늘어날수록 자국의 의료기관을 벗어나 외국의 의료기관을 통해 치료받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의 의료 수준이나 설비를 보자면, 영리 의료법인을 도입하고 의료 산업화를 통해 해외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 또한 정부에서 감안해야만 하는 사실인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보험 재정의 악화이건 혹은 해외 환자의 유치이건, 의료기관이 영리화될 경우 모든 병의원, 모든 의사들에게 그 수혜가 갈 수 없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된다. 또 이런 이유로 의료계의 첨예한 양극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 또한 쉽게 상상되는 일이다.
이 때 <동네 병원> 혹은 <동네 의원>들이 이런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분명한 사실은 의료 환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현장 의료 즉, 동네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병의원은 반드시 필요하고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의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지금도 연구중이고 또 앞으로도 중요한 아젠더가 될 것이다. 다음에는 이 같은 대처 방안에 대해 언급하기로 한다.
2008년 5월 20일 송우철 (자유미래의사회 상임이사, 서울강남병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