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도 제가 못났거나 제가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 그런 것이라고 제 스스로를 달래보곤 하지요.
간혹, 몇 년전에 한 두번 왔다가 그동안 감감 무소식이기에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환자가 자기가 지금 대학 병원에 있는데 그리로 진료의뢰서를 팩스로 보내 달라는 전화가 오기도 하고 가뭄에 콩나듯이 아주 드물게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제 병원에 온 적도 없는 사람이 단지 자신이 제 병원과 같은 동네에 산다고 아니면 제 병원에 다니고 있는 누구 누구와 아는 사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지금 대학 병원에 있는데 진료의뢰서를 그리로 팩스로 보내 달라는 황당한(?)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오늘도 그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혈기 생생(?)한 예전 같했으면 "뭐 그리하냐?"고 입빠른 소리를 하기도 하였으나 지금과 같이 액티비티도 떨어지고 우울(?)한 시기에는 "알겠노라." 하고 더이상 일체의 토를 달지 않고 개발새발 손으로 흐적흐적 갈겨 쓴 진료 의뢰서를 그냥 보내 주지요. 아마도 제 진료의뢰서를 받아 본 대학병원 선생님께서 그것을 보시고 "이 인간 뭐 이 따위로 의뢰서를 쓰는거야? 게다가 글씨 한 번 더럽게도 못쓰네." 하고 내심으로 제 욕을 하시겠지요.
그동안 당뇨와 고혈압으로 잘 다니시던 분들이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고 그리로 가시겠다고 하며 그동안 자신들이 먹었던 약이 어떤 것이였냐고 써 달라고 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동안의 정도 있고 제가 자기를 얼마만큼 정성(?)을 들여 친절하게 대해주었는데 치사(?)스럽게 그까짓 돈 몇 푼때문에 이렇게 할것이냐 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마음을 고쳐 먹고 제가 환자의 입장이 되어 보면 너나없이 먹고 살기가 힘든 처지에 좀더 저렴하게 치료를 받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제 입장만을 생각하여 의리없게 그러면 아니되는 것이라고 기분이 나쁘다고 이야기를 할 수고 없는 것이고 그것도 다 제 팔자요, 보건소가 옆에 있는 제 처지때문에 그러한 것이니 인상을 찌프리지 말고 써주라고 제 스스로를 달래 보곤 하지요. 그런데 언젠가는 환자가 보건소에 있다고 하면서 보건소 팩스번호를 가르쳐 주면서 자신이 먹었던 지난 달의 처방전을 그리로 팩스로 보내 달라고 할 적에는 속좁은 이 인간의 마음에서 좀 짜증이 나더만요.
섭섭한 환자를 떠나서 대학 병원에서 팩스로 진료 의뢰서를 받아도 되는 것인지, 보건소에서는 동네 병의원들과 서로 도우면서 같이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 것이지 여기저기에서 치이고 불쌍(?)하기도 하고 경쟁력(?)도 별로 없는 동네 의원을 가여이 여기지 못할 망정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그러한 기관들이 그러한 동네의원들을 향해 전투(?) 모드로 바꿔 상대를 해준다면 어이할꺼나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 오기도 하지요. 사실, 극히 일부의 동네의원을 빼고는 우리 주위에 있는 대다수의 동네의원들은 시설이나 부수 인력면에서는 대학병원에 치이고 환자 본인에게서 받는 수가 문제에서는 보건소와 게임이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요.
대학 병원에 계신 선생님들도 극히 일부는 빼고는 언제까지 그곳에 근무하는 것이 아닐테고 언젠가는 개원가에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보건소에 계신 선생님들도 언젠가는 개원가로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또한 사람의 팔자란 훼카니하고 손바닥 뒤집듯이 하루 아침에 뒤바뀔지도 모르는 것이니 자신들이 좀 힘(?)이 있는 자리에 있을 때에 동료 개원가 의사들의 어려움을 좀 인지 하시고 그들에게 섭섭한 마음을 들게 하는 행동들을 좀 지양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곤 하지요. 물론, 그 자리에 있으면서 그렇게밖에 할 수없는 그네들의 처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날씨도 무척 더운데 다들 여름 휴가를 떠났는지 찿아 오는 환자도 없음에 그래도 가뭄에 콩나듯이 찿아오는 환자를 반가이 맞아 주려고 없는 살림에 에어컨만 빵빵하게 틀고 기다리고 있음에 그러한 제 정성도 모르는 채 오라는 환자는 오지 않고 그러한 영양가없는 전화를 받고 보니 괜시리 섭섭한 마음에 주접을 떨어 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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