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네 팔자가 내 팔자보다 좋은 것 같다.
송태원 2008-07-29 14327


너는 무슨 걱정이 있겠니?
때로는 아무 걱정이 없는 네가 부럽기만 하구나.


너는 나처럼 
이 무더운 여름 날에 환자가 없다고 좁은 공간에 죽치고 앉아서 끙끙거리지도 아니할테고,
같은 동료가 적군(?)의 신문에 아군(?)에게 피해를 주는 광고를 실은 것을 보고 
쓰잘데 없는 정의감(?)에 사로잡혀 열불 터질 일도 없을테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인간이 친한 척 하면서 대학 병원에서 진료 의뢰서를 팩스로 보내 달라고 할때에
속좁은 나처럼 팩스료가 아깝다는 등 주절대면서 입안에서 맴도는  육두문자가 터져 나오지  않게 하려
괜시리 그 잘난  얼굴에서 꼴사나운 우거지 인상을 쥐어 짜지 않으려고 욕을 보지도 않을테고,
배운대로 약을 썼다가 과잉 처방을 하였다고 나랏님한테 야단을 맞고 분통을 터뜨리는 일도 없을테고,
환자를 볼때마다 의사로서의 권위 그딴 것은 애시당초에 엿으로 바꿔 먹은지 오래되서
말같지도 않은 말을 주절주절대서  한 대 쥐어 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환자들에게도 
그 마음을 억누르고 무슨 기생오래비처럼 "네,네" 할 필요도 없을테고,
매양 
환자를 볼때마다 혹시라도 실수를 하여 나중에라도 말썽의 소지가 있을 법한 병들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노심초사하여 해마다 늘어나는 자기 머리통의  흰머리카락을  보고 
불현듯 자신에게 측은 지심이 발동하여 깊은 한숨을 쉴 필요가 없을테고,
돈을 조금밖에 벌지 못한 날에는  "도둑이 지 발 저리다."고 집에 들어가서 
그 얇은 돈다발를 마누라한테 건네줄 때  괜시리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을테고.....


너는 전생에 무슨 공덕을 그리도 많이 쌓았는지
지금과  같은  육수가 줄줄 흐르는 무더운 삼복 더위에도 너를 보양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주인과 인연이 되어
어려서는 귀엽다고 사랑을 듬뿍 받고
커서는 낮선 사람이 오면 잘 짖어 된다고 사랑을 받고
배가 고프면 밥달라고 짖어되면 그만이고
졸리우면 아무데나 누워서 퍼 자면 그만이고
혹시라도 
마당에서 얼쩡거리는 뱀이나 쥐들이 네 눈에 보이면 네가 먼저 가차없이 처리하여 또 한번 사랑을 받고
하는 일 없이 동네방네 싸다니고 돌아 다니가 예쁜 처자(?)와 눈이 맞아  사랑을 속삭이거나 
이 처자 저처자를 줏대없이 만나면서 방탕한 생활을 할지라도
널더러 나쁜 놈이라고 그것은 불륜이라고 손가락질 할 사람은 이 세상 광명천지에 한 사람도 없을테고
때에 맞춰 하루 두끼 밥을 챙겨주는 주인이 있으니 밥을 거를 걱정도 아니하고
그야말로 똥개인 널더러 이 사람 저사람이 침을 삼키며 똥개라고 이야기 해도
너는 그 말의 뜻을 알아 듣지 못하기에 네 자신이 똥개인줄도 모르니 마음 상할 일도 없을테고
네가 늙어 천수를 다 누리고 죽거나 어디서 급살을 맞아 죽거나
아니면 
병들어 죽을지라도  네 주인은 그동안 너와 같이 즐겁게 산 날을 잊지 못하여
너를 양지바른 산등성이에 고이 묻어 줄테니 죽더라도 아무 여한이  없을테고
.......


그런 너를 두고  나온 말이
"개 팔자가 상팔자" 인가?
아니면 
"오뉴월 개팔자" 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