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호 심평원장, 노조 반발에 결국 "낙마"
이정돈 2008-08-06 14316
장종호 심평원장, 노조 반발에 결국 "낙마"
취임 두 달여만에 사표 제출…낙하산 인사 논란 등 오점
 
[이슈분석]=장종호 심평원장 사퇴배경과 경과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첫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으로 임명된 장종호 원장이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임명 초기부터 이어진 내·외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 심평원 노조가 제기한 도덕성 시비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취임 두 달도 넘기지 못한 채 원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장 원장의 사표제출이 전재희 복지부 장관 임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데일리팜은 그 동안 불거졌던 논란과 장 원장의 사퇴 배경, 향후 경과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임명 직후 건보료 체납 등 도덕성 논란 불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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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평원 정문에는 두 달째 노조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5일 사표를 제출한 장종호 원장은 복지부의 임명제청 시점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되면서 심평원 노조 및 건강연대, 건약 등 시민·사회단체의 상당한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심평원 노조 등은 장 원장이 강동가톨릭병원 이사장 재직하면서 의료계의 이익을 대변해 온 인물로 건강보험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이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이에 심평원 노조는 장 원장의 취임에 맞춰 취임식 불참투쟁을 시작으로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한 임명 반대 집회 등 장 원장의 해임을 위한 다각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특히 심평원 노조는 장 원장이 강동가톨릭병원 이사장의 재직할 당시 직원들의 건강보험료 및 국민연금 체납, 임금체불을 비롯해 1987년 1회용 치료재료 재사용으로 구속수사를 받은 전력 등을 공개하면서 도덕성 문제를 적극 부각시켰다.

심평원 노조는 "직원들의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하는 인물이 심평원장 자격이 있겠느냐"며 "청와대는 즉시 장 원장을 해임하고 공정하고 도덕성 있는 전문가가 원장으로 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종호 원장, 노조 주장 적극 반박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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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임 후 업무추진 방향을 설명하는 장종호 원장
심평원 노조가 건보료 체납, 의료법 위반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장 원장도 취임 한 달째로 접어드는 시점부터는 노조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서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는 임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으면서 소극적인 대응이 오히려 논란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장 원장은 취임 직후 한동안은 공식적인 행사를 제외한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비판적 여론에 대해서도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 줄 것을 요청하는 등 몸을 낮추는 자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장 원장은 취임 한 달째로 접어든 지난 달 15일 공식해명자료를 통해 건보료 체납은 병원의 재정상태 악화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밝히는 등 노조가 사실을 왜곡·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장 원장은 "병원장 재직시절 직원들의 건보료 등을 적기에 납부하지 못한 것은 병원의 재정 상태가 악하된 데 따른 것으로 고의적 지연납부가 아니었으며 후에 완납했다"고 해명했다.

심평원 노조 고공시위로 임명 갈등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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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는 장 원장 해임을 요구하며 고공시위도 불사했다
그러나 장 원장의 공식해명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더욱 강력한 해임투쟁으로 장 원장을 압박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임명 논란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 과정에서 김진현 노조위원장이 지난 달 24일 심평원 본원 건물 외부에 매달려 7시간 동안 장 원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고공시위를 벌이면서 한 달째 이어오던 심평원 노조와 장 원장의 갈등이 정점에 이르렀다.

고공시위를 통해 처음으로 노사 양측이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합의서를 마련하는 등 협의를 진행했지만 기본적으로 노조의 요구가 장 원장의 해임이라는 점에서 극적인 타협점을 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의 고공시위를 기점으로 장 원장 해임 움직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심평원 직원들도 노조의 입장이 동조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노조가 진행한 장 원장 해임 촉구 서명운동에는 심평원 전체 직원 1700여명 가운데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참하는 등 장 원장 임명 반대 목소리가 심평원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였다.

"장 원장, 노조 반대에 심적 부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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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공시위 이후 장 원장 임명 반대 움직임은 더욱 확산됐다
심평원 노조의 임명 반대투쟁이 당초 예상을 넘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장 원장도 상당한 심적 부담을 느끼며 거취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해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1000여명이 넘는 직원들이 동참하는 등 내부의 반발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원장직을 원활하게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노조의 반대 투쟁이 장기화 되면서 장 원장도 심적 부담을 느껴왔다"며 "최근 원장직 수행을 놓고 고민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장 원장의 사표 제출이 단순히 노조의 반발 때문이라기 보다는 신임 전재희 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의지도 일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전 복지부 장관 내정자가 자격 시비를 겪고 있는 장 원장이 더 이상 심평원장직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전 장관 내정자의 임명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장 원장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평원 노조 관계자도 "장 원장의 사표 제출은 두 달간 이어진 투쟁의 성과물"이라면서도 "복지부에서 사표를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복지부와의 사전 의견교환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다만 전재희 장관 내정자측은 대통령이 임명한 심평원장의 거취에 관여할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장 원장의 사퇴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 장관 내정자측은 "장 원장의 사표 제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며 "대통령이 임명한 심평원장에 대해 왈가왈부한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달 중순 신임 심평원장 재공모 실시될 듯

장 원장의 사표가 이미 복지부를 거쳐 행정안전부로 넘어간 상황에서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하는데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장 원장에 대한 사표 수리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 즉각적으로 신임 심평원장에 대한 공모를 다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 원장이 사표를 제출해 이미 행안부에 면직요청이 이뤄진 상황"이라며 "사표 수리까지 일주일 정도를 소요한다는 점에서 이후 조속하게 재공모가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창엽 전 원장 퇴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장 원장이 다시 사표를 제출하면서 원장 해임에 대한 심평원 내부의 갈등 및 재공모 기간 동안의 업무공백 등을 수습하는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초대 서재희 심평원장이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중도하차 한데 이어 다시 장 원장이 자질 시비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표를 제출하면서 심평원의 대외적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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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호 심평원장, 전격 사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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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 박동준 기자 (pdj30@dreamdrug.com)
블로그 : http://blog.dreamdrug.com/gladiator707
기사 입력 시간 : 2008-08-06 06:2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