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봉?…약제비 환수·과태료 재추진
이정돈 2008-08-14 14349
의사가 봉?…약제비 환수·과태료 재추진
박기춘의원 등 12명 건강보험법 개정법률안 발의
17대국회 장향숙 의원이 낸 법안과 대동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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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강보험법 개정법률안. 거짓이나 그 밖에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기관이 보험급여 비용을 받았을 경우 환수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의 진료비에서 약국에게 지급한 약제비를 환수하고,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12일 국회에 제출됐다. 지난 17대 장향숙 의원등이 이 법안과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출했다가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을 산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적지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기춘 의원이 대표발의(의안번호 591, 강창일·전병헌·정장선·박선숙·양정례·우제창·최재성·강성종·우윤근·박영선·박지원 등 총 12명)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법률안에는 거짓이나 그 밖에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기관이 보험급여 비용을 받았을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서 약국 약제비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겨있다.

박기춘 의원 개정안에는 요양기관이 거짓이나 그 밖에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의 내용을 누락시켜 보험급여비용을 청구한 경우에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공단은 2006년까지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를 적용, 의료기관의 부적절한 처방으로 인해 약제비가 지급된 경우 의료기관에 책임을 물어 과잉처방 금액을 환수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이 2006년 12월 8일 "원고가 원외처방을 함에 있어 부적절한 처방을 해 공단에게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하더라도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은 약국 등 제3자이지 원고가 아니다"며 "공단에서 보험급여비용을 받지도 아니한 원고로부터 직접 부당이득금을 징수하는 처분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리자 공단은 민법 제 750조(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를 내세워 약국 약제비를 의료기관에서 환수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박기춘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은 법안을 제출한 이유에 대해 "요양기관에서 고의로 처방내역의 일부 또는 전부를 누락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부적절한 과잉처방에 따른 부담주체를 명확히 규정하고 부당한 약제비의 환수근거를 마련하여 과잉처방을 방지하고 건강보험재정의 누수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장향숙 의원 등이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다가 의료계의 반발에 밀려 폐기된 개정법률안과 내용이 대동소이해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의료계는 "과잉처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법안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과앙이나 부당에 대한 기준부터 명확하게 정해 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2006년 12월 대법원 판결에 앞서 같은해 5월 19일 규제개혁위원회 행정사회분과위원회가 ""의사들로부터 과잉처방약제비를 환수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에 해당한다"며 해당조항의 철회를 권고한 바 있다"며 "대법원이 의료기관에서 약제를 환수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고, 규제개혁위가 지나친 규제라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법률안을 개정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환자들을 위해 심사기준이나 규정에서 벗어나는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질병이 악화되는지를 알면서도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 개원의는 박기춘 의원 홈페이지에 "환자에게는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슐린이나 약제중 1가지만 치료제로 인정한다. 또한 골다공증약도 요즘은 싸고 좋은 약이 많이 나왔지만 예전처럼 진행된 골다공증 수치가 나와야 약을 쓸 수가 있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 인정기준은 불합리하고, 실제 의사들이 쓰고 싶어하는 기준보다는 더 엄격해 결국은 조기에 치료하고자 하는 의사나 환자의 욕구에 맞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협신문 송성철기자 songster@kma.org  
입력: 2008.08.13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