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이 이래서야 (펀글)
조연희 2008-08-23 14398
구의사회 홈피에 올라온 글을 올립니다.


"WHO" 비만=질병, 제약사 "비만"이 "질병?"
행정법원·WHO 모두 "비만은 질병"으로 규정…의사들 "불매운동" 전개
대웅제약이 최근 약사를 상대로 비만전문가 과정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의료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비만을 질환으로 생각하지 않는 제약사 측의 무지함과 더불어 의약분업위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대웅제약은 지난 20일 "만성질환의 근본원인인 비만을 지속 관리할 수 있는 "약사전문가"를 양성하는 Say Health Diet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Say Health Diet"는 약사를 대상으로 "비만관리 전문가"를 선정, 기본 및 전문가 과정의 교육을 실시하고 판매제품과 연결시켜 체계적인 다이어트 상담을 진행한다는 것.

이를 통해 약국 약사들이 "동네 건강 지킴이"가 됨과 동시에 약국 비즈니스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의약분업의 원칙과 현행 법체계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처사라는 것.

의료전문가인 의사를 배제한 채 약사를 동원해 국민의 생활습관병인 "비만"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의약분업의 취지를 망각한 명백한 불법의료행위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데는 "비만은 질병"이라는 생각을 제약사 스스로 부인하고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의협 관계자는 "생활습관병의 일종인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에서 질병으로 분류돼 있다"며 "의약품 조제를 담당하는 약사가 다이어트 상담과 비만제품 식이요법 운동을 처방하는 행위는 명백히 불법적인 진료 행위"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도 "비만은 매우 다양한 질병을 유발해 세계보건기구(WHO)도 ‘비만은 병이고 그것도 장기적인 투병이 필요한 질병’이라고 지적한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이 판결로 인해 비만치료 자체가 과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될 지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후 복지부는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개정·고시를 통해, "비만에 대한 진료는 비급여대상이지만, 비만과 관련된 고혈압, 당뇨병 등 합병증에 대한 진료는 요양급여 대상"이라며 비만이 사실상 질병의 원인이 됨을 인정했다.

굳이 WHO의 권위와 행정법원 판결, 복지부의 고시개정 등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데 의의가 없음에도, 대웅제약이 "약사를 비만 관리 전문가로 하겠다"는 것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무식함의 발로"라고 의사들을 입을 모은다.

경북 구미의 소아과 이모 원장은 "대웅제약이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어이가 없을 지경"이라며 "비만이 국가적 질병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비만 전문가는 명백히 의사임에도, 약사를 대상으로 이런 사업을 하고 있는 대웅제약은 과연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 원장은 "약사를 대상으로 전문 교육을 하고 판매제품과 연결시켜 체계적인 다이어트 상담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의사의 역할인 진단과 처방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이라며 "동네 건강 지킴이는 약사가 아니라 주치의 개념을 가진 1차 의료기관의 의사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원장은 "대웅제약은 의사들의 권한을 침범하거나 전문가로서 배제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지만, 이는 칼을 들고 죽일 생각이 없다는 것과 같은 형국"이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서울의 내과 윤모 원장도 "이는 한마디로 제약사가 무식함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이런 회사가 어떻게 비만관련 전문약을 런칭하고 의사들에게 영업을 하고 다니는 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이어 윤 원장은 "그동안 대웅제약 제품을 본의 아니게 사용해 왔는데, 이참에 대웅제약의 약을 처방 리스트에 뺄 것"이라며 "의사들의 진료권과 처방권을 존중하지 않는 회사의 제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며 사실상 불매운동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한편 대웅제약은 "프로그램의 기본 취지인 비만의 위험성을 일반대중에게 알려 비만 문제의 해결에 전 의료계가 동참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프로그램을 중단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