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금지 금지규정의 문제점과 대응방안
윤용선 2008-09-01 14376
처음으로 글 올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정책이사입니다...
10월 1일부터 시행예정인 중복처방 금지규정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정리해보았고...
더불어 포스터 초안도 잡아봤습니다...
혹시 부족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시고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중복처방 금지규정의 문제점 및 대응방안

 

정부는 지난 2008년 5월 13일 고시를 통해 동일처방의 경우 180일 기준 7일 이상 중복처방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2008년 10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장기처방의 경우 약제가 소진되기 전 처방을 받아 처방기간이 중복되어 약제비가 상승되므로 이를 금지한다는 취지입니다. 이 규정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대응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 중복처방 금지규정

 

1) 근거규정

 

. 보건복지가족부 고시 제2008 - 35호

 

2) 내용

 

. 기존에 처방한 약제가 소진되기 7일 이전에 동일요양기관에서 동일성분의 의약품을 중복으로 처방하면 안된다.

. 예외규정

(고시)

- 환자가 장기 출장 또는 여행을 하는 경우

- 요양기관의 예약 날짜로 인해 중복처방되는 경우

- 의약품 부작용, 용량 조절 등으로 약제변경이 불가피한 경우

- 파우더 형태의 조제 등으로 인해 기존 처방의약품 중 특정 성분

만을 구분하여 별도 처방할 수 없는 경우

(심평원 Q&A)

- 정신과질환 등으로 처방받은 의약품을 투여횟수나 투약량을 초과

복용하여 약제가 조기 소진되는 경우

-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약제가 소실된 경우 (도둑, 화재, 치매환자

등)

- 질병의 악화 등으로 처방받은 의약품을 과량 복용하도록 의사가

복용방법을 변경하여 지시함에 따라 약제가 조기 소진되는 경우

- 처방받은 약제가 변질된 경우 등

. 환자가 의약품을 분실하는 경우 전액 환자 부담

 

2. 문제점

 

1) 법적인 문제점

 

① 중복처방의 원인이 의료인인가 ?

 

. 실제 현장에서 약제가 소진되기 전 조기처방하는 경우는 대부분 환자의 요구에 의합니다.

. 복지부나 심평원이 예외규정으로 하는 이유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경우 환자는 조기처방을 요구합니다.

- 의약품 분실

- 상기도질환이나 소화장애, 또는 근골격질환등 다른 질환을 진찰받

기 위해 내원하면서 장기처방을 함께 처방받는 경우

- 다른 이유로 병의원 근처에 올 일이 생겨 조기처방받는 경우

. 즉, 환자의 부득이한 사정이나 편의증진을 위해 조기처방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특별한 치료목적 이외에 의료기관의 의지로 조기처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조기처방이 된다하더라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중복처방된 의약품을 불순한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 결론적으로 다른 불순한 의도로 조기처방을 받던 순수한 의도로 조기처방을 받던 거의 대부분 환자의 의도에 의한 것이지, 의료기관의 의도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 중복처방이 약제비 절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렇듯 중복처방의 귀책사유가 명백하게 환자에게 있음에도, 그 책임을 전적으로 의료기관에 물어 삭감하겠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자와 실제 책임을 지는 자가 서로 상이한 것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해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② 삭감의 근거에 대한 문제점

 

. 의료행위는 의료인 고유의 전문적 행위로서 다른 어떤 이유로던 방해받을 수 없음이 이미 벌률에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 그럼에도 의료인의 전문적이고 배타적인 의료행위인 처방전 발행을, 그것도 귀책사유가 명확하게 환자에게 있는 사안임에도, 이를 삭감 및 환수하겠다는 것은 상위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입니다.

. 실제 얼마전 급여기준 초과처방에 대한 원외처방 환수가 불법임이 법원의 판결로 증명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본다면, 복지부나 심평원의 중복처방 금지 및 환수가 얼마나 불법적인 행위인지 알 수 있습니다.

 

2) 의료기관의 피해

 

. 복지부의 위 고시가 시행되는 경우 의료현장에서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지 살펴보겠습니다.

 

① 행정적 낭비

 

. 지금까지 환자의 사정에 의해 조기처방해주던 관행이 이번 고시를 통해 금지됨으로써, 의료인 입장에서는 조기처방을 요구하는 환자에게 그 법적근거를 설명하기 위한 불가피한 행정적 낭비가 발생합니다. 진료행위를 수량적으로 판단해본다면 의료수가 인상의 요인이 됩니다.

 

② 환자와의 신뢰관계 훼손

 

. 고시의 내용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원하는 처방이 이루어지지 않아, 환자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가 훼손될 여지가 많습니다.

 

③ 조기처방 거부시 진료거부 ?

 

. 현행 의료법 제15조에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 환자가 7일을 초과한 조기처방을 원하는 경우, 위 고시대로라면 의료인은 180일 기준 7일을 초과하지 않는 날짜에 다시 내원하도록 유도하고 돌려보내야 합니다. 그러나 환자가 이를 진료거부로 인식하고 의료법 위반으로 시비를 건다면 의료인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처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처방전 발행하면 삭감, 발행하지 않으면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④ 환자의 거짓 발언에 대한 책임소재

 

. 중복처방의 예외규정 중에 환자가 출장이나 여행을 가거나, 도난이나 화재같은 환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약제가 소실되거나, 약제가 변질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 어떤 불순한 의도를 가진 환자가 이런 예외규정을 이용하여 매번 출장이나 여행을 간다거나 약제가 도난당했다거나 또는 변질되었다며 상습적으로 조기처방을 받는 경우, 의료인 입장에서는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조기처방을 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 그러나 심평원 입장에서는 심사 과정에서 상습적으로 예외규정을 이용하여 조기처방이 되는 경우, 환자건 의료기관이건 어떤 불순한 의도가 개입되었음을 인지하고 그 책임을 누구인가에 물으려 할 것입니다.

. 그동안의 관례로 보아 심평원은 이런 책임은 대부분 의료기관에게 물었습니다. 그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처방한 의료기관의 잘못이라 규정할 것입니다. 결국 의료기관은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어, 환자와의 신뢰관계는 무시한 채 환자의 상습적인 거짓말을 밝혀내는 수사관 노릇까지 해야 합니다.

 

3) 환자의 피해

 

① 의사와의 신뢰관계 훼손

 

. 위에 전술한 바와 같이 기존에 요구대로 처방되오던 조기처방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과정에서 의료인에 대한 불신이 조장되고 의료인과의 신뢰관계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② 의료비 상승

 

. 환자가 의약품을 분실하는 경우, 그 분실된 만큼은 급여혜택을 받을 수 없어 환자 전액본인부담으로 해야한다고 이전에 복지부가 고시한 적이 있습니다.

. 내원시마다 60일치를 처방받는 환자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 환자가 15일치 의약품을 분실하여 내원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고시에 따라 15일치는 비급여로 처방하고, 단기간내에 추적관찰을 요하는 문제가 없다면 이전처럼 추가로 60일치를 급여로 처방할 것입니다. 즉, 한번 내원하여 15일치 비급여, 60일치를 급여 처방합니다.

.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심평원에 청구시 비급여항목은 빠지므로 심평원으로 가는 문서에는 60일치 급여처방만 전달이 되어, 15일이 조기처방된 것처럼 기재가 될 것입니다. 결국 7일을 뺀 나머지 8일치는 삭감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15일치 비급여 처방만 하고 15일 후에 다시 내원하여 60일치를 급여처방해야 합니다.

. 환자 입장에서는 15일 후 또 내원해야하는 불편함이 발생합니다. 또한 1번의 진료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2번의 진료를 해야 해결되므로 환자의 의료비는 당연히 상승합니다.

 

③ 기회비용의 증가 및 환자의 불편 증가

 

. 만성질환자의 대부분이 노인입니다. 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하여, 의료기관 주변을 지나는 길에 방문하여 조기처방을 받거나, 다른 질환으로 진료는 받는 과정에서 조기처방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시골의 경우 비록 기존의 약제가 소진이 되지 않았더라도, 5일장에 맞추어 의료기관을 내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그러나 위 고시가 시행이 되면, 예외규정에 해당되지 않는 이상 조기처방이 불가능하여 약제가 소진될때까지 기다려 다시 내원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합니다. 즉, 며칠전 어렵사기 의료기관의 근처를 방문할 일이 있어도 처방을 받지 못해 며칠후 다시 내원하거나, 다른 질환으로 의료기관에 방문했어도 약제가 소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후 다시 방문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합니다. 의료비 상승, 기회비용 증가는 물론이고 환자의 편의마저 무시되는 것입니다.

 

3. 대응방안

 

① 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한 고시철회

 

. 현재 이 사안과 관련하여 복지부와 어떻게 협의가 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위와 같은 수많은 문제점이 예상되는 바, 가능하면 시행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② 대국민 홍보작업

 

. 만약 고시철회가 되지 않는다면, 최대 피해자가 될 국민에게 이번 고시의 부당함을 알리는 작업을 해야할 것입니다.

. 여러 방안이 있겠으나 가장 쉬운 방법인 포스터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 포스터 예

 

 

10월 1일부터

혈압약, 당뇨약을 미리 처방받으실 수 없습니다 !

 

보건복지가족부 고시 (2008 - 35호)

180일 기준 7일 이상 중복처방 금지 !

(약제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미리 처방받는 것이 약제비 증가의 원인이라 함.)

 

약이 1주 이내로 남은 상태에서 처방받으셔야 하며,

그것도 6개월에 1회만 가능합니다.

 

예외규정

(다음과 같은 경우 약제를 미리 처방받으실 수 있습니다.)

- 장기 출장 또는 여행을 하는 경우

- 예약 날짜로 인해 중복처방되는 경우

- 의약품 부작용, 용량 조절 등으로 약제변경이 불가피한 경우

- 파우더 형태의 조제 등으로 인해 기존 처방의약품 중 특정 성분만을 구분하

여 별도 처방할 수 없는 경우

- 정신과질환 등으로 처방받은 의약품을 투여횟수나 투약량을 초과복용하여 약제

가 조기 소진되는 경우

- 약제가 도둑, 화재로 인해 소실된 경우 및 치매환자에 의한 약제 분실

- 질병의 악화 등으로 처방받은 의약품을 과량 복용하도록 의사가 복용방법을

변경하여 지시함에 따라 약제가 조기 소진되는 경우

- 처방받은 약제가 변질된 경우 등

 

* 약제를 분실한 경우 보험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이번 중복처방 금지규정으로 인해 환자의 불편이 커지고, 의료비가 상승됩니다 !

 

문의하실 곳

보건복지가족부 OOOOO 부서 OOO - OOOO

 

 

대한의사협회

 

 

 

 

4. 결론

 

. 이번 중복처방 금지규정은 환자의 요구에 의해 조기처방이 되어왔던 현실을 무시한채 그 책임을 의료기관에 묻겠다는, 즉 귀책사유와 책임소재가 서로 상이한 대단히 불법적인 규정입니다. 그 책임에 대해 이미 불법으로 규정된 삭감 및 환수를 버젓이 자행하겠다는 의도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 또한 환자와의 불필요한 마찰이 예상되고 조기처방 거부에 대한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어 의료기관에도 큰 피해가 예상되지만, 약제가 소진되기 전 조기처방을 받을 수 없어 발생하는 불편함과 의료비 증가로 인해 환자의 피해, 특히 노약자들의 큰 피해가 예상됩니다. 더욱이 환자의 악의적인 예외규정 남발이 행해지는 경우 실질적인 약제비 감소의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이런 불법적이고 환자의 고통을 담보한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은 보건복지가족부 스스로가 국민의 건강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 따라서 의협은 10월 1일 시행 이전에 고시철회가 될 수 있도록 만전의 노력해야할 것이며, 만약 불가피하게 시행될 수밖에 없다면 이 고시가 얼마나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줄 것인지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작업을 해야할 것입니다.

 

.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의협의 발빠른 대처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