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스러움.
송태원 2009-01-21 14374

90년 초에 개원가에 처음 나왔을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액티비티가 있게 열심히 한답시고
또 저한테서 죽을 환자면 대학병원에가서도 죽을 것이라는 오만 방자함을 떨면서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환자들마저 트랜스퍼를 하지 않고 보는 만용을 부렸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액티비티도 떨어지고 여기저기서 의료문제로 고생을 하고 있는 선후배
의사 선생님들의 자주 접하게 되니 점점 소극적인 진료 혹은 방어적인 진료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문득문득 발견하고 이래서 어디 밥이나 먹고 살 수 있겠는가 하는 탄식의 소리도 나오곤 하지요.

그동안 아무 탈없이 잘 하고 있던 내시경만하더라도 주위에서 EGC를 놓쳐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고 더욱 조심스럽게 시행을 하고 좀 이상타 생각이 들면 예전 같으면 적극적인 Bx등을 통하여 
제가 병을 진단 내려 대학병원으로 트랜스퍼를 하거나  자주 f/u 하여 제가 질질 끌고 갔으나
이제는 나중에라도  신경이 쓰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미리 걱정을 하여 속편하게
애시당초에 Bx도 하지 아니하고 큰 병원으로 가서 다시 정확하게 검사를 하라고 진료 의뢰서를
떼 주고 있는 처지이지요.

오늘도 타병원에서 불과 몇 개월전에 내시경을 하였는데 위염만 조금 있을뿐 별 문제가 없다는 분을
내시경을 하였는데 EGC를 발견하고 더욱 주눅이 들었지요. 그러한 실수라는 것은 의사가  욕심을 
부리거나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누구한테나 하시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이기에 말이지요.

이러다가는 왠만한 환자들은 거의 모두 대학병원으로 트랜스퍼시켜서 먹고 살기가 더욱 궁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욕심을 부리지 말고 제가 의사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큰
의료분쟁이 없이 수훨케 지내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실력도 미천한 자가 개원가에 나와서 큰 의료 분쟁이 없이 먹고 살려고 하니 참으로 힘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