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를 통해 석면 가루를 많이 흡입할 경우 오랜 잠복기간을 거쳐 나타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질병은 악성(惡性) 중피종이다.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이나 배 안의 장기를 감싸고 있는 복막에 생기는 암(癌)으로, 평균 생존기간이 12개월 정도에 불과한 악성이다.
폐 세포 덩어리들은 공기가 쉽게 들락날락 거리기 위해 말랑말랑한 상태로 유지돼야 하나 흡입된 석면이 이를 딱딱하게 만들어 폐 기능을 망가뜨리기도 한다(석면 폐증). 석면이 폐암도 일으키지만 담배보다 폐암 위험성은 낮게 평가된다. '석면 병'들은 상당 기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발생, 평균적으로 25~30년 이상이 지나야 질병이 나타난다. 하지만 호흡기로 흡입하는 경우 외에 입으로 먹거나 피부에 발랐을 때 유해하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호흡기: 석면 파우더 뿌렸다면
석면은 미세한 실 같은 섬유 모양 광물이기 때문에 파우더를 바르거나 뿌리는 과정에서 숨 쉴 때 호흡기로 흡입될 수 있다. 파우더 사용시 바닥에 떨어진 석면도 실내 공기 오염원이 될 수 있다.
베이비파우더를 바르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1㏄ 공기 중에 석면 섬유가 0.4개 꼴(0.4f/㏄)로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는 대기 기준의 40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대기 기준은 24시간 평균 노출을 의미하므로, 하루 종일 이러한 석면 농도가 유지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석면방직 공장이나 석면 광산 등 석면 노출 작업장은 공기 1㏄당 석면 섬유 10개(10f)가 넘는다.
가톨릭의대 산업의학과 김형렬 교수는 `베이비파우더 석면에 1~2년 정도 노출되는 수준이라면 '석면 폐증'이나 폐암을 일으킬 정도의 양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다만 악성 중피종의 발생위험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악성 중피종은 100만명당 1~2명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흡연자에겐 석면이 더 위험할 수 있다. 한양대 환경 및 산업의학연구소 노영만 교수는 `흡연자는 같은 양의 석면을 흡입하더라도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90배가량 높아진다`고 말했다.
소화기: 석면 알약·껌 먹었다면
탈크는 먹는 알약을 찍어낼 때 기계에 약이 달라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그 양은 알약 무게의 1% 미만이다. 탈크의 석면 오염 정도가 2~5%라는 것이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이고, 알약의 무게가 500~1000㎎인 것을 감안하면, 알약 1정당 0.1~0.5㎎의 석면을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통상적으로 성인이 하루에 수분으로 섭취하는 석면 양은 0.02~0.075㎎이다. 따라서 알약을 통해 노출되는 석면 양은 위험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소화기를 통한 석면 노출 위험성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05년 `입으로 섭취된 석면이 건강에 위험하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피부: 석면 화장품 발랐다면
석면에 오염된 파운데이션이나 크림을 바른 경우, 석면이 피부를 통한 침투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위험성은 미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얼굴에 사용하는 화장품을 쓰면서 피부에 톡톡 칠 때 석면 섬유가 날려서 호흡기에 들어갈 우려는 있다. 바르는 화장품이 건조될 경우 석면이 함유된 가루가 실내 공기 중에 흩어져 인체에 흡입될 가능성도 있다.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석면이 검출된 탈크가 사용된 1,000여 개 의약품 가운데 상당수가 9일을 기점으로 판매가 전면 중지되고, 시중에서 회수될 전망이다. 이 경우 해당 제품을 복용하던 환자들은 ‘석면 탈크’를 쓰지 않은 대체 약품을 새로 구입하거나, 해당 제약사에서 동일 성분의 약품을 개발할 때까지 복용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8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석면 탈크’로 제조된 의약품 가운데 대체 약품을 구할 수 없는 경우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판매 금지 및 회수 조치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식약청은 9일 석면 탈크가 사용된 1,000여 개 품목을 공개하고 곧바로 판매 금지 및 회수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상 제약회사는 100여 개로, 국내에 영업 중인 제약회사가 400여 개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중앙약사심의위원장인 이병무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석면은 호흡기로 흡입했을 때 암을 유발할 수 있을 뿐, 투약했을 때는 인체 위해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그러나 미량이나마 의약품에 석면이 포함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식약청에 따르면 알약이 코팅재료나 제조기계에 들러붙지 않게 하는데 쓰이는 탈크는 통상 제품 무게의 1~6%로, 탈크의 석면 검출량이 2%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알약 1개당 0.02~0.12% 가량의 석면이 들어있을 수 있다. 또 점도를 높이기 위해 쓰이는 시럽의 경우 탈크 사용량이 용량의 0.1%로 시럽의 석면 함유 가능성은 0.002% 정도다.
이 위원장은 “설령 의약품에 석면이 있다 해도 미량이기 때문에 기존에 약을 복용해오던 환자 등 인체에는 거의 무해하다는 게 학계 의견“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