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주 쓰시고 서울시의사회 임원 하신 옆 지역에서 개업하고 계신 김원장님 글 인용해 봅니다. ********************************
우리나라 좋은 나라<12>(펌)
`미국의 의료비가 살인적이고 보험료가 충격적인데 우리나라는 30년 동안 의료인의 자질이나 진료 범위가 이 정도인 건강 보험을 갖게 된 것이 경제 성장 기적 같은 대한민국 사회 성장의 기적이다'는 내용의 일간지 컬럼을 읽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을 도입하고 발전시킨 역대 대통령들의 결단에 찬사를 보내는 글이었고 건강보험이 자유민주체제를 지키는 요새와 같다고 했다.
혹시나 하면서 끝까지 글을 읽었지만 이 글 어디에도 의사의 역할과 의사가 감당해야 하는 부당함은 한마디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의료의 중심에 있으며 의료 제공자인 의사로서 우리나라 의료 제도에 대한 찬양에 자랑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우울하기까지 하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를 부러워하고 벤치마킹하고 싶다는데 과연 진정한 자유민주체제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정책이 도입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의 오마바 대통령은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해 의료 서비스의 국유화 등 대대적인 의료개혁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데 결국은 의사들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규제하면서 보험급여 비용을 줄여본다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의사들의 반발도 문제지만 자신들의 생명과 건강상태에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정부가 결정하게 둘지 의문이라는 것이 현 의료개혁을 보는 미국인들의 시각이라고 한다.
며칠 전 뉴욕에 거주한다는 교포 환자가 진찰을 받으러 왔다. 접수를 할 때 친지의 건강보험 카드를 갖고 내원했다가 직원들과 마찰이 있었던 것 같았다. 본인 확인이 안 되어 모르고 진료를 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알고도 허위 진료를 하는 것은 보험사기 공범에 해당된다는 평소 지론대로 결국은 일반 진료를 받게 하였다. 내 설명에 환자도 흔쾌하게 자신의 행동을 사과한 후 며칠 동안 요로감염에 대한 치료를 받고 부인과 건강검진도 받았다.
많은 교포들이 한국의 의료비가 싸고 전문의의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있다고 1년에 한 번씩 서울에 올 때마다 정기 건강검진을 받고 간다고 한다. 자신도 미국에서 매달 미화 1000달러를 보험료로 지불하지만 검사나 치료를 받을 때 해당되지 않는 항목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건강보험제도를 정착시키는 데는 정부에서 사회주의적인 의료정책을 추구한 것이고 의사들의 일방적인 희생이 너무 많았습니다. 지금 의사들은 예전의 의사가 아니고 경영이 어려운 의사들이 많습니다”라는 내 말에 한국은 정말 대단하다면서 미국에서 만약 한국 같은 국가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의료 개혁을 한다면 의사들이 모두 파업하고 난리가 날 것이라고 한다. 미국에는 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힘이 세다고 한다.
`의사들에게 불합리한 의료 정책이 도입될 때 우리나라 의사들은 왜 힘이 세지 못했을까?' 그러나 지난 세월을 뒤돌아볼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지금 당장도 의료계를 옥죄고 의사들을 궁지에 몰려는 건강보험정책은 물론 의료법 개정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런 문제들에 대해 수수방관하다 세월이 지난 후 우리는 힘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해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의료진의 진료를 가장 싸고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나라'라는 이 구호를 언제까지 외치면서 유지할 수 있을지 힘 있는 정부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