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확대에 대한 대한개원내과의사회의 입장
최근 정부는 기존의 의료인-의료인간의 원격진료를 의료인-환자간 원격진료로 확대하고, 처방전 대리수령 및 전자처방전에 대한 근거규정을 마련한다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고, 내년 1월 3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의협은 의원급 의료기관만 허용하는 것을 전제로 정부의 원격진료 확대방안을 전격 수용하였다.
외국의 경우 확실한 의료전달체계 하에서 다양한 보험자들이 질병관리서비스를 통해 대면진료를 지원하는 형태의 원격의료를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인 의료인-환자간 원격진료를 시행하여, 환자, 의료인, 보험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질병관리서비스에 대한 개념없이, 대면진료를 의료인-환자간 원격진료로 완전히 대체하려 하고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이 외래 수입에 치중하고 있고, 단일 공보험에 의해 의료현실이 심각하게 왜곡된 상황에서, 비록 의료소외계층에 한정된다고는 하나 전 인구의 10%에 달하는 450만명에게 의료인-환자간 원격진료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향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보통신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시진, 촉진, 타진, 청진 등의 기본적인 진찰행위를 통한 대면진료를 대신할 수 없다. 원격진료가 일반 환자로 확대되는 경우 자본력, 기술력 및 인지도가 떨어지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몰락은 필연적이며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원격지에 의약품이 제대로 비치되지 않은 경우 성분명처방에 대한 요구 및 원격진료시 진찰행위에 대한 인식 왜곡으로 처방전 리필제의 요구도 우려된다. 원격진료를 위한 시스템 구축 및 유지비용이 의료인과 환자에게 전가되는 경우, 대면진료에 대한 기회비용을 상쇄한다해도 당연히 의료비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또한 부정확한 진찰로 시의적절한 환자 치료가 지연되어 더 큰 병으로 발전하는 경우 의료비용이 상승할 것이다.
원격진료 확대의 실효성도 대단히 의심스럽다. 시스템 구축비용, 원격의료의 대상, 수가책정, 전자처방전 관리주체를 비롯하여 의료사고 발생시 법적책임 등 최소한의 기본적인 전제들이 전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진료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혼란만을 부추길 뿐이다. 근본적으로 세계 최고의 의료접근성을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주장대로 전 인구의 10%나 원격진료가 필요한지도 미지수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원격진료 확대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정부는 의료취약지에 대한 접근성 강화 그리고 의료산업의 시장확대 및 고용창출 등을 근거로 원격진료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의료취약지에 대한 접근성 강화는 의료인력의 원활한 수급을 선결한다면 현재의 의료인-의료인간의 원격진료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고 의원급 의료기관이 몰락하는 상황에서 의료산업의 시장확대와 고용창출이 과연 가능할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블루오션 창출이라는 주장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단일 공보험”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원격진료가 언제라도 건강보험재정 절감의 방편으로 악용될 수가 있고, 또다른 의사 탄압의 도구로 사용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잘못된 의약분업의 책임을 의사들에게 전가하고, 신종플루 확산에 대해 자신들이 해야 할 전염병 관리마저 일반 의료기관에 맡기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마저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정부의 한심한 작태로 미루어보아, 원격진료의 문제점 발생시 그 책임 역시 의사들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시범사업 없이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된 원격진료를 주장하는 의협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에 본 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장하는 바이다.
1.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의료인-환자간 원격진료 확대를 적극 반대한다.
2. 의료소외지역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서는 의료인 인력수급을 통한 기존의 의료인-의료인간 원격진료의 활성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의료인-환자간 원격진료는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3. 의료소외지역 이외의 원격진료 확대를 위해서는 의원급 의료기관 시범사업,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한 철저한 준비작업, 의료전달체계의 명확한 확립, 그리고 환자중심의 경쟁적 복수보험자 도입 등이 선결되어야 한다.
본 회는 이러한 선결과제 충족없이 의료인-환자간 원격진료 확대를 논의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진료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의도적으로 말살하겠다는 것으로 규정하고,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원격진료 반대에 앞장설 것임을 분명하게 천명하는 바이다.
2009년 9월 일
대한개원내과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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