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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처방제의 문제점 14351
신성태 2007-11-09
 최근 대한내과학회에서 강의한 내용입니다. 관심 있으신분 보시도록 여기 올립니다.


성분명 처방제의 문제점      

신성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학술이사)


< 서론 >


보건복지부에서는 2007년 9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성분명 처방에 대한 시범사업을 5가지 계통의 20개 약품, 32개 품목을 대상으로 국립의료원에서 시행하며, 그 결과를 분석한 후 성분명 처방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성분명 처방 제도는 문제가 많은 제도이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시행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성분명 처방이란 의사는 약의 이름을 지정하지 않고, 성분명으로만 처방하고, 약국에서 약사가 그 성분의 약품들 중 하나를 선택하여 조제해 주는 제도이다. 정부가 이 제도를 시행하려는 의도는 건강보험의 약값 지출을 줄이고, 약국이 같은 성분의 여러 제약회사 약을 준비할 필요가 없고, 약국의 재고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약국의 재고 부담을 줄여주는 것 등이 국민 건강과 바꿀 수 있는 일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 본론 >


성분명 처방제을 시행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며, 그 피해가 환자 넓게는 온 국민들에게 파급될 것인데, 그 문제점을 몇 가지 살펴본다.


1. 약제 생동성 실험의 부실 문제


약제 생동성(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을 하는 과정은 19-50세의 성인에게 오리지널약과 제네릭약을 1주간격으로 번갈아 투여한 후 혈액 검사를 하여, 약의 혈중농도가 최고일 때의 값(Cmax)과 총 혈중 약물농도, 즉 AUC(area under the concentration-time curve)를 비교해 보아, 제네릭 약물의 Cmax 와 AUC가 오리지널약물의 80~120% 범위에 들면 시험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제네릭 제품의 생동성 실험은 대부분 위탁업체에 위탁하여 시행하였는데, 위탁업체들은 제약회사에서 비용을 받고 시행해주므로 쉽게 해주는 구조를 갖출 수밖에 없고, 많은 약을 실험하기 위해서는 그 실험 과정에서 부실함이 따를 것은 짐작할 수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2006년에는 생동성시험 과정에서 조작한 사실까지 밝혀졌으며, 그것도 내부자의 제보가 없었다면 그런 부실한 실험이 그냥 묻혀서 모르고 지나갈 뻔 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약제 생동성 실험에 대한 신뢰성은 의문시되고 있다.

그리고 2007년 2월 기준으로 생동성인정 품목이 4,386품목인데, 그나마도 이중 실제 생동성시험을 한 것은 1,238 품목이며, 나머지는 위탁제조 형태로 간접적으로 인정받은 것이어서 더욱이 생동성 통과 약물의 신뢰성은 떨어지게 된다.

또한 생동성을 인정받았다 해도 그것이 환자에게 같은 치료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은 실정이다.


2. 약품 교체 사용의 문제점


제네릭 제품의 생동성 실험이 잘 되었다고 가정해도 그 약효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게 된다. 생동성 실험은 대조약의 80~120% 범위에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용량의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환자가 A제약회사 약을 먹다가(약효 80%) B제약회사 약으로(약효 120%) 바꾸어 먹을 때 실제 그 효과는 1.5배로 증가되는 현상이 생기며, 그 반대의 경우는 약의 효과 0.67배로 감소되는 현상이 생긴다.. 특히 와파린 또는 디곡신과 같이 치료농도 범위가 적은 약물은 환자에게 치명적인 일이 생길수도 있으며, 당뇨약도 그대로 처방했는데, 복용약이 바뀌면서 혈당이 올라가거나, 저혈당에 빠지는 일이 생기는 등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3. 환자들의 권리 문제


환자들은 가격이 약간 비싸더라도 선호하는 제약회사의 약을 원할 수가 있다. 그러나 성분명 처방제도가 시행되면 약국은 그 약국에 준비되어 있는 약으로 조제하게 되므로 환자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결과가 생긴다. 시범사업에서는 약국에서 약사가 환자에게 여러 약을 이야기해주고 선택한 것으로 조제해 준다고 하지만, 성분명 처방제가 확대 실시될 경우 이는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며, 약국에 준비되어 있는 약으로 조제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4. 의사들의 진료의 어려움


현재 의사들은 환자를 진찰한 후 환자의 체질과 병의 상태 또는 경제적 상황까지 고려하여 약을 선택하여 처방해주고 있다. 환자에게 오리지널약과 제네릭약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도 환자의 상태와 약품의 특성 등을 고려한 후 의사의 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현 제도에서는 의사가 처방 후 환자가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 알 수 있지만, 성분명 처방제가 시행되면, 환자가 어떤 제약의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환자가 약을 복용한 후 증세나 소견의 호전이 없을 때 의사는 약효가 떨어지는 약이 조제되었기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등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며, 환자의 다음 처방에 대해 혼란스러워지게 되며,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이다.


5. 약화사고의 책임 문제


의사는 환자를 진찰하고, 그 결과 의학적 판단에 의해 처방을 하며, 그 처방에 대해 책임을 진다. 그런데 성분명 처방제 이후 환자에게 약화사고가 발생할 때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호해진다. 결국 의사는 약을 처방하고도 어떤 약이 투약될지 걱정 하게 되며, 약화사고에 대해 책임지기 힘든 상황까지 생기게 되며, 의사와 환자가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6. 건강보험의 약제비 절감 효과


보건복지부는 성분명 처방제도 시행의 가장 큰 장점으로 약제비 절감을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과연 약제비 절감이 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약사들도 환자나 주변 의사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비싼 오리지날약 중심으로 준비하여 약을 조제해 줄 수도 있고, 의사들은 약사들이 아무런 약을 선택해서 조제해 주는 것이 환자에게 안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제네릭 약이 아직 나오지 않은 최신의 비싼 오리지날약 중심으로 처방이 옮겨 갈 수 있으며 그렇게 된다면 약제비는 더욱 증가 할 수도 있게 된다.

또 다른 측면으로 정부는 현재 보험약가가 싼 약으로 조제하는 약국에게 인센티브로 돈을 주고 있는데, 성분명 처방제 이후로도 이 제도를 끌고 가서 싼약으로의 조제를 유도할 것이다. 그 결과 효과가 부족한 제네릭약이 환자에게 투여된다면 치료가 지연되거나 실패되는 결과도 발생할 수 있고, 이때문에 의료비가 추가 지출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할 부분이다.



7. 약국의 불편과 재고문제


성분명 처방제를 시행하려는 목적중 다른 한가지가 약국에서 같은 성분의 약을 여러 가지 준비해야하는 불편함과 약품의 재고가 증가하는 것을 해소해 주기 위함에 있다.

그러나 현재 의약분업이 정착되면서 약국들은 그 동네의 병의원에서 처방하는 약의 이름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어서 약품 준비에 큰 어려움은 없는 상태이며, 현재 대부분의 환자들은 진료 받은 병의원과 가까운 약국을 이용하고 있으므로 환자의 불편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환자가 먼 곳에 있는 약국에 가서 조제하더라도 현재 규정상 의사에게 알린 후 대체조제가 가능 하도록 되어 있다.

즉 약국은 가까운 병의원에서 주로 처방하는 약품과 널리 처방되는 약품만 준비해도 되는 것이며, 모든 약품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상기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약국의 약품 재고를 줄이는 것은 제약회사에서 약을 포장할 때 작은 양의 포장단위를 생산하거나, 유통 방법을 개선시키는 등의 여러 방법을 연구, 시행하여 해결해야 할 일인 것이다.


8. 외국의 사례


선진국들은 대개 성분명 처방을 허용하고는 있으나, 이를 강제로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상품명으로 처방했을 때 대체 조제에 대해서는 허용하지 않거나 엄격한 기준에 따라서만 대체조제가 허용되고 있다.


< 결론 >


이상과 같이 문제점이 많은 성분명 처방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환자를 대상으로 생체 시험하는 것과 같은 위험한 발상인 것이다. 현재 시행중인 시범사업은 비교적 위험성이 없는 약품 34개 품목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그 결과 큰 문제점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비교적 안전한 약품 몇 가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라고 시행한 후 문제점이 없다고 이를 확대 시행한다면 큰 혼란과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의약분업을 실시할 때의 약속중 하나인 상품명처방을 이제 와서 파기한다면, 이는 의약분업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며, 정말 환자와 국민의 편의를 위하고 재정의 절감을 원한다면 선택분업 (환자가 약의 조제를 직접 병의원에서 받는 것과 처방전을 받아서 약국에서 조제하는 것을 선택하게 하는 것)을 시행하면 될 것이다.

정부는 의약분업 실시 때에도 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하여, 결국 의료비 절감은 커녕 의료비의 막대한 상승을 가져왔던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며, 정책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의사들은 국민 건강을 위하여 성분명 처방제의 실시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함을 물론 이런 문제점이 있음을 국민과 정부 등에 널리 알려야 할 의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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