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발표된 당뇨병 급여기준변경(안) 너무 황당합니다.
아마도 환자를 보지는 않고 책상에 앉아 근무하는 사람이 몇가지 아는 지식과 논문 등을 찾아보고 나름대로는 열심히 만든 것 같으나 실제 환자를 보는 의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이미 진료할때마다 소견서 써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약, 골다공약, PPI제제 등) 당뇨약까지 써야한다면 업무가 무진장 늘어날 것이고, 또 어쩌다 실수로 소견 쓰지않으면 환자가 복용한 약제비 수만원씩 우리에게 환수해 갈 것입니다.
결국 당뇨 환자 진료하는데 시간은 2-3배 걸리고 (처방이 고시에 맞는지 생각을 많이 해야하고, 소견서 써야하고), 환자가 먹은 약값을 무진장 내줘야 할겁니다. (환자 위해서 약 처방하다 보면 규정에 안맞는 경우도 생기고, 소견서 빼먹을 수도 있고)
환자의 혈당 관리보다는 고시에 맞추는 것이 우선이 되고, 환자를 위한 처방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겁니다.
이번 기준대로라면 혈당이 500-600인 환자가 와도 HbA1c 나올때까지 약도 못주고 2-3일 기다려야 하고 등등 ..
이번 고시같은 황당한 것은 만드는 것 자체를 절대 반대해야 하고, 힘들더라도 이번 고시는 무산시켜야 합니다. 약 처방은 각 의사들의 처방권을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환자마다 체질이 다르고 약 처방이 다를수 있기 때문 입니다. 물론 고가약을 너무 많이 쓰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정도의 통제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이번 고시안은 너무 심합니다.
우선 생각나는 제시할 수 있는 반대 이유로 1. 환자마다 체질과 조건이 달라서 이런 일률적인 고시가 맞지 않는다. 2. 우리나라 사람 당뇨병은 서양인과 달라서 서양의 연구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3. 이런 규정대로 하다보면 환자 치료가 제대로 안되어 환자가 피해를 보게되며, 결국 장기적으로는 의료비가 더 들게 된다. 4. 의사는 환자에게 딱 맞는 약을 처방해야할 의무가 있고, 환자도 본인에게 맞는 약을 먹을 권리가 있다. 5. 그리고 한국의 당뇨병 진료지침을 만들고 있으니 그때 그 기준대로 처방하도록 의사들이 스스로 노력할 것이다.
또 한가지 보건복지부에 제안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꼭 이런 고시를 만들어야 한다면, 새로이 위원회를 구성하여(심평원, 학회, 개원의대표 등이 참여하는) 현실에 맞는 급여 기준을 새로 만들고, 그때 적용시키자는 의견인데 좋은 방법인지는 토의가 필요합니다.
소극적인 방법으로 이번 급여기준안은 인정하면서 몇가지 조항이라도 개선하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는데, 저는 반대지만 역시 토의할 필요는 있습니다. (이 방법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뇨병학회, 교수님들, 당뇨병 환우회 등도 같이 협력이 필요한 상황으로 생각합니다. 어쨋든 보건복지부에 강력한 항의(여러방법으로) 가 있어야겠습니다.
이번 당뇨 급여기준안이 시행된다면 향후로 고혈압, 고지혈증 등 여러 질환에 대한 이런 비슷한 급여기준이 계속 나올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혈압은 1차약으로 이뇨제만 되고, 다른 약을 쓸 경우는 소견서 써야 한다 등)
제가 몇분의 의견을 통합해서 의견을 올린 것인데, 회의 등에서 토의 후 결정된 내용은 아니므로 참고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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