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발표한 "영유아 무료 건강검진" 사업은 "치명적인 문제가 내포돼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진 자료가 건강보험공단에 "보관"된다는 의미인데 진료정보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현재 이 사업이 시행된다면 진료정보 유출 등 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주장은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는 인식 속에서 개원가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제기된 것이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의료와 사회포럼(공동대표 박양동 외)은 15일 "영유아 무료 건강검진 사업의 문제점이 보완되지 않고 시행되면 훗날 심각한 인권 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제도가 보완될 때까지 사업 시행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와 사회포럼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공단의 개인 정보 유출 문제와 맞닿아있다.
의료와 사회포럼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수차례 지적됐듯 현재 공단의 자료 유출은 너무나 손쉽게 발생하고 있다"며 "영유아의 건강검진에 대한 자료는 공단에 보관될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진료정보 유출이라는 위험성을 내포, 결국 인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검진의 내용은 영유아의 신체 발육상황, 선천성 질병들, 정신질환 가능성과 관련된 중요한 자료일 것인데, 진료정보 자료에 관한 법적인 보완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는 무료 건강검진이 한 개인의 인생을 좌절시키는 사회악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의료와 사회포럼 측은 "이후 영유아 무료검진 내용이 유출된다면 이 자료는 학업, 취업, 결혼, 각종 보험 가입 등에 있어 필터링 자료로 악용될 것"이라며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꼴로 돌이킬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단의 진료내역 보관에 대한 신뢰가 없는데 무료 검진 시행으로 그 피해를 어린 아이에까지 확산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의료와 사회포럼은 "영유아 자료 유출은 인생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강조하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진료정보와 관련된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사업을 보류하라"고 촉구했다.
만약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사업이 강행된다면 여러 시민단체와 협력, 철회를 위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의료와 사회포럼은 천명했다.
또 의료와 사회포럼 측은 "이 사업이 확정되기까지 회의 내용, 국민 의견 수렴 과정, 참여 단체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야 한다"며 "제도 시행에 앞서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친 후에 검진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의료와 사회포럼은 "정부가 이번 사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가 보완될 때까지 사업 시행을 유보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복지부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와 사회포럼은 박양동(전 경상남도의사회부회장), 조동근(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남은우(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우봉식(노원구의사회장) 등 4명을 공동대표로 지난 2004년 출범한 단체다.
현재 회원 130명이 가입해 있으며 획일적인 형평지상주의를 반대하며 공보험과 함께 민간 분야의 효율과 다원성을 인정하는 보건의료 환경을 구축하자는 기조를 표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