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경 약사가 본 미국 OTC 시스템 | 14363 | ||
성상규 | 2011-06-27 | ||
[24]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의약사 긴밀한 협력 처방약은 약사가 근무하는 약국 카운터에서만 판매될 수 있는 반면 비처방약인 OTC약은 약국 밖에 진열되며 약국 밖의 일반 카운터에서 판매될 수 있다. OTC 약은 수퍼나 편의점에서 판매될 수 있으나 여러가지 OTC 약을 구색을 갖춰 파는 대형 수퍼에는 대개 약국이 있다. 간단히 말해 이전 회에도 언급했듯이 OTC약은 처방전 없이 약국 및 일반소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으나 미국에서는 대개 대형수퍼체인에 약국이 있다. 캘리포니아 약사법에 의하면 비처방약은 아래와 같이 정의된다. `Nonprescription drug` means a drug which may be sold without a prescription and which is labeled for use by the consumer in accordance with the requirements of the laws and rules of this state and federal government. `비처방약은 처방전 없이 판매될 수 있으며 주법과 연방법에 준해 소비자 사용을 위해 표기된 약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떤 약물이 OTC약으로 분류될 수 있을까. 우선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의학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라도 라벨에 표기된대로 사용하면 비교적 적은 부작용으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비처방약이란 감기, 설사, 급성 통증, 발열, 일시적 위산역류, 소화불량, 계절성 알러지, 안구충혈 등 대개 단기간 해결되는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약이다. OTC약으로 3~5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비처방약 사용을 중단하고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한다. 미국에서 OTC 의약품의 안전성 문제로 인해 2000년 이후에 취해진 대표적 조처는 다음과 같다. ▶영유아용 복합성분 감기약 판매중단=2007년 영유아용 복합성분 감기약 (over-the-counter infant cough and cold medication) 제조사는 혜택보다 위험이 크다고 판단, 자발적으로 판매중단을 결정했다. 대개 동일성분의 중복 및 과다 복용으로 인한 중증 부작용 및 사망 보고가 발단이 됐다. ▶소아용 복합성분 감기약의 용량표기 연령제한=2008년 소아용 복합성분 감기약 제조사는 라벨에 4세 미만에게 적용되는 상용량을 더 이상 표기하기 않고 `사용금지(Do not use)`라고 표기하기 시작했다. 그 발단은 역시 영유아용 복합성분 감기약과 마찬가지로 보호자가 여러 복합성분 감기약을 혼용하여 동일성분의 중복으로 인한 약물 과다복용이 발생하거나 아이가 손이 닿는 곳에 약물을 보관하여 아이가 우발적으로 감기약을 다 마셔버리는 등 급성 약물중독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 및 사고로 인해 취해진 조처다. ▶수도에페드린(pseudoephedrine)의 구입량 제한=수도에페드린은 불법 환각제인 메탐페타민(methamphetamine)의 제조원료다. 미국에서 장판, 타일, 배관, 페인트, 정원용 살충제 등을 판매하는 홈디포(Home Depot)나 로우즈 (Lowe’s) 등에서 구입한 화학성분과 수도에페드린을 이용해 개인용 실험실에서 메탐페타민이제조되어 불법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수도에페드린 구입시 구입자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판매자는 신분증의 정보, 대개 운전면허증 번호, 성명, 주소 등을 장부에 기입해야한다. 캘리포니아에서 1개월 구입가능한 최대량은 9g이다. 수도에페드린은 약국 카운터 뒤에 비치한다. 주유소 등에 있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낱개포장 (1~2정) 수도에페드린 역시 카운터 뒤에 비치한다. 그러나 판매시 장부에 기입하지 않아도 된다. ▶응급피임약의 OTC전환 및 연령 제한(캘리포니아)=수도에페드린 외에 약국 카운터 뒤에 비치되는 비처방약은 성교 후 72 시간 이내에 사용해야하는 응급피임약이다. 캘리포니아에서 플랜 B나 넥스트 초이스(Next Choice) 등의 응급피임제는 약국 뒤에 비치되며 만17세 이상에게만 판매할 수 있다. 17세 미만은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
미국에서 처방약으로 비만치료제였던 제니칼(Xenical)이 OTC로 전환, 앨리(Alli)라는 브랜드명으로 약국에 상륙했을 때 대대적인 제품홍보가 있었으나 시장에서 성공하지는 못한 것 같다. 제니칼은 올리스태트(orlistat) 120mg인 함량인 반면 앨리는 올리스태트 60mg이 함량이다. 기름진 음식을 주로 먹는 미국에서 지방이 함유된 식이를 엄격하게 제한해야하는 앨리가 성공하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OTC 사용에 약사 도움 필요 안전하고 효과적인 OTC 의약품 사용을 위해서는 약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녹내장, 고혈압, 전립선비대증, 우울증으로 인해 처방약을 장복하거나 특정약물 앨러지가 있는 경우 대개 환자들은 OTC약을 사용하기 전에 약사에게 묻기 마련이다. 소송의 천국인 미국에서 의약품제조사는 제품책임소송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갖 정보를 OTC 제품 겉면포장에 표기하는데 이런 작은 글자를 읽는 소비자들은 OTC 약을 구입할 때 약사에게 들러 본인의 처방약 프로파일 보고 약물상호작용이 있는지 체크해달라고 종종 부탁한다. 월그린 시스템에서는 특정약물을 입력하고 환자 프로파일을 선택하면 약물상호작용이 있는지 쉽게 체크해줄 수 있다. OTC 약은 일시적 증상경감을 위해 단기간 사용하는 약이다. 현재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데 약국으로 와서 OTC 약을 찾고 있으면 당장 도움이 될만한 약을 일단 추천해주고 즉시 의사에게 가라고, 의사에게 진료를 받기 전까지 단기간만 사용해야한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메프라졸(omeprazole)이 OTC로 구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약사가 환자에게 위식도역류성질환이니 오메프라졸을 몇 달간 복용하고 효과가 없으면 란소프라졸(lansoprazole)을 OTC로 복용하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철저히 약사의 직능을 벗어난 행동이다. 얼마 전에 한 환자가 약국을 찾아왔다. 본인이 통풍이 있는데 현재 복용하는 처방약 프로파일을 보고 현재 복용하는 약에 영향을 주지 않는(약물상호작용이 없는) 통풍 처방약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환자에게 의사에게 일단 가봐야한다고 조언하자 환자가 말하길 의사가 처방약을 항상 받는 약국의 약사에게 처방약 프로파일을 체크하도록 부탁하고 현재 프로파일에서 가장 적합한 통풍 치료제를 추천받아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프로파일을 보고 환자에게 권고를 해준 후 얼마있다 의사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권고한 약물을 봤다면서 자기도 그 약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약이 그동안 백오더(backorder, 이월주문)인 줄 알았다면서 약국 재고를 재차 확인한 후 고맙다면서 전화로 처방을 넣었다. 이것이 바로 약사의 직능이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와 약사의 협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