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문 `초음파는 의사 업무영역, 한의사 사용불가` | 14364 | ||
성상규 | 2012-03-05 | ||
헌재 `초음파는 의사 업무영역, 한의사 사용불가` ------------------------------------------------------------------ 한의원을 운영중인 청구인들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경영하는 한의원에서 환자들에게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 'Osteoimager plus'를 이용해 성장판검사를 해 왔다. 이들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한약을 처방해 주고, 그 대가로 금원을 교부받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하다 적발돼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으로부터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이들 한의사는 기소유예처분이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처분의 근거조항인 보건범죄 단속 특별조치법 제5조, 의료법 제27조 등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준비서면 등을 제출했다. 이에 맞서 2011년 8월 대한의사협회, 영상의학과 전문의 1인, 내과전문의 2인은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및 행정소송법 제16조에 의거해 피청구인인 검찰을 위한 제3자 참가를 신청하고 나섰다. 보건범죄 단속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의료법 제25조 규정을 위반해 영리를 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하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1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한다. 이와 함께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인 한의사들은 처분 근거조항이 '의사'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고, 면허범위에 대한 기준도 제시하지 않아 그 의미를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한의사들이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해 환자를 진단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침술 등 치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학적 지식이나 방법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못 박았다. 또 헌재는 `우리나라 의료법은 아직 한의사와 의사의 업무영역과 면허범위를 구별하는 이원적 체계를 취하고 있는데, 초음파검사는 기본적으로 의사의 진료과목 및 전문의 영역인 영상의학과의 업무영역에 포함되어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와 함께 헌재는 의대와 의전원에서 행하는 초음파검사 관련 교육이나, 전문의 수련과정 등을 보면, 원칙적으로 초음파 진단기를 통해 얻어진 정보를 기초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의사의 업무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한의사들의 행위는 의료법상 한의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기소유예처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김종대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김 재판관은 `한의사에게 면허된 한방의료행위로서 어떤 의료용 진단기기 사용은 허용되고, 어떤 기기의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지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방의료행위의 의미를 보더라도 용어가 모호하고 막연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한의사로서 할 수 없는 의료행위인지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기소유예처분를 취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 사건의 개요 ○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의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 피의사건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들은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들인바, 의료인인 한의사는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경영하는 한의원에서 피해자들에게 의료기기인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 ‘Osteoimager plus’를 이용하여 성장판 검사를 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한약을 처방해 주고, 그 대가로 금원을 교부받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업으로 하였다」 ○ 청구인들은 2009. 11.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들의 평등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이후 위 기소유예처분의 근거법률인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의료법 제27조 등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준비서면 등을 제출하였다. ○ 한편, 위 심판 계속 중인 2011. 8. 사단법인 대한의사협회, 영상의학과 전문의 1인, 내과전문의 2인은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및 행정소송법 제16조에 의거하여 피청구인을 위한 제3자참가를 신청하였다. ―심판의 대상과 근거법령 가. 심판의 대상 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규정 ○ 구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1990. 12. 31. 법률 제4293호로 개정되고,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부정의료업자의 처벌) 의료법 제25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치과의사가 아닌 자가 치과의료행위를, 한의사가 아닌 자가 한방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자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한다. ○ 구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고, 2011. 4. 12. 법률 제105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부정의료업자의 처벌) 「의료법」 제27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치과의사가 아닌 자가 치과의료행위를, 한의사가 아닌 자가 한방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자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한다. ○ 구 의료법(1997. 12. 13. 법률 제5454호로 개정되고,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 결정이유의 요지 가. 제3자참가 신청의 적법 여부 나. 이 사건 처분의 근거 조항에 대한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청구인들은 이 사건 근거조항이 ‘의사’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고, ‘면허범위’에 대한 기준도 제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의미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바, 이러한 주장은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1) ‘의료행위’의 의미 (2) ‘한방의료행위’의 의미 다.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피청구인의 법리오해 등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 이 사건 수사기록 등 증거 자료에 의하면, 청구인들은 초음파기기를 사용하여 환자들의 성장판 상태, 성장 부진 여부, 골다공증 등의 진단을 하거나 이를 토대로 한약을 처방하였다고 할 것인데, 한의사인 청구인들에게 면허된 의료행위는 한방의료행위라 할 것인바, ① 청구인들이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환자의 병상과 병명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침술 등 치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학적 지식이나 방법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우리나라 의료법은 아직 한의사와 의사의 업무영역과 면허범위를 구별하는 이원적인 체계를 취하고 있는데, 초음파검사는 기본적으로 의사의 진료과목 및 전문의 영역인 영상의학과의 업무영역에 포함되어 있는 점, ③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에서 행하는 초음파검사 관련 교육이나, 전문의 수련과정 등에서 이루어지는 초음파검사 실습의 실태 등을 보면, 원칙적으로 초음파 진단기를 통해 얻어진 정보를 기초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또는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의 업무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청구인들의 행위는 의료법상 한의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이 사건 근거조항에 의거해 행하여진 처분으로, 피청구인이 그 근거조항을 적용함에 있어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이 사건은 한의사인 청구인들이 초음파기기를 사용하여 환자를 진단함으로써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기소유예처분)된 사안이므로 그 처벌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법률상 명확해야 하나, 이 사건 근거조항으로는 한의사에게 면허된 한방의료행위로서 어떤 의료용 진단기기의 사용은 허용되고 어떤 기기의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지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판례를 통해 정립된 ‘우리 옛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라는 ‘한방의료행위’의 의미를 보더라도 그 용어가 모호하고 막연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한의사로서 할 수 없는 의료행위인지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하게 예측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근거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조항들을 근거로 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취소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