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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장사대회, 성분명 낚고 정치권에 "힘" 과시 14329
이정돈 2007-11-26
약사대회, 성분명 낚고 정치권에 "힘" 과시
대선후보들 약심잡기 안간힘…약사들, "공약 신뢰도 의문"
 
[월요진단] 11.25 약사대회의 의미와 평가
11.25 약사대회가 성료됐다. 약사사회는 이번 행사에서 적지 않은 것을 얻었다. 바로 성분명처방 확대실시가 그것이다. 하지만, 약사대회에서 보여준 여야 대선후보들의 공약(空約)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불신감이 근저에 깔려 있다. 자칫 빛 좋은 ‘공약(公約)’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사대회에 참석, 약사정책에 대해 언급한 여야 후보의 발언을 분석해보고, 약사들의 입장을 짚어봤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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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약사대회는 약사들의 응집력을 대내외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1만6000여명의 약사가 참석한 행사는 보건의료계에서 약사단체라는 조직이 적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야 대선후보에게 "성분명 확대실시" 낚아

따라서, 약사회는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왔던 핵심현안과 관련 대선후보에 대해 적절한 압박을 가할 수 있었고, 그에 걸맞은 열매를 얻었다.

그것은 바로 성분명처방 확대실시. 이날 참석한 여야 후보 5명 중 3명은 다소 적극적으로, 다른 1명은 두루뭉수리하게, 나머지 1명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가장 목청을 높였던 사람은 민주당 이인제 후보. 대통령이 되면, 성분명처방 확대실시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참여정부의 정책을 계승한다는 측면에서 약사사회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정 후보는 “성분명처방은 의사들이 반대하고, 의약사간 의견이 충돌한다"면서 "그러나, 나는 의약사의 입장을 떠나 대선후보로서 국민의 입장에서 성분명처방이 바람직하다면 이것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역설했다.

전통적으로 의료계의 지지를 받아왔고 성분명처방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도 성분명처방에 대해 언급했다. 이 후보는 "이 문제(성분명)는 (의약사가) 잘 협력해 국민건강이나 의료보험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약사 결집력 과시…무시하면 대선서 참패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성분명처방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약사회 초청행사에 바쁘다는 이유로 불참한 것이 자신의 대선패배로 이어졌다고 고백해 약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는 2002년 부산에서 개최된 여약사대회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는 ‘성분명처방’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자신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

따라서 그는 이날 행사에서 “약사들의 모든 숙원을 해결해주겠다”고 밝혀, 성분명처방에 대해 우회적인 지지입장을 표명했다.

여야 후보들의 이같은 발언들은 약사회에 일면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그동안 성분명처방에 대해 의협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왜 약사회는 침묵하고 있느냐는 질타를 약사들로부터 받아왔다.

그러면서, 상대단체(의사협회)를 자극하면 오히려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궁색한 입장만을 밝혀오던 터였다.

그러나, 이날 유력 대선후보들이 성분명처방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이같은 불만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1만6000여명 운집, 대선후보 "압박"…원희목 "대회사"도 한몫

특히 사전에 배포된 원희목 회장의 대회사는 여야 후보를 압박하는 적절한 내용을 담아냈다.

‘성분명처방’이란 어휘가 직접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힘을 한 곳으로 모으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동네약국 활성화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우리의 과제’ 등의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정치권 인사들에게 이같은 표현은 약사들이 가장 희망하는 ‘성분명처방’을 의미라는 것으로 파악했을 것이고, 여야 후보들도 이런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약사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했을 것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여야 대선후보들이 성분명처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긍정한다”면서 “하지만, 약사회 내부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면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공약(空約)이 공약(公約)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근저에 깔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어렵게 시작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 내년 6월 어떤 평가가 내려지느냐에 따라, 또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지속적인 추진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선 약사들도 이날 대선후보들의 발언이 매번 대선마다 나오는 ‘의례적인 인사말’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약(空約)이 공약(公約) 안될까…약사 표심, 여전히 유동적

서울시약사회 한 관계자는 “성분명처방은 선거때마다 나오는 단골메뉴”라며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성분명은 약사들의 욕심이 아닌 국민과 건강보험재정과 국내 제약산업을 위한 것”이라며 “누구든 이런 관점에서 성분명처방을 실현시켜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28년간 동네약국을 운영해오고 있는 L약사는 “대선이 코앞인데 무슨 약속인들 못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후보자들의 의지가 한결같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기도 부천시 L약사도 "어떤 정책이든 그것을 오롯이 믿을수만은 없으며, 신중히 검토해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며 공약에 대한 맹신을 우려했다.

하지만, 성분명처방과 관련된 여야 후보들의 발언과 관련 약사들은 어느 정도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의약분업 이후 전통적으로 친 정부 성향이 강한 약사회와 입장을 같이하고 있는 후보를 선택할지, 의약사 협력을 통한 성분명처방 실시를 언급한 경제대통령을 선택할지, 5년전 약사를 무시해 대선 고배를 마시고 이번 약사대회에서 ‘모든 현안’을 수용하겠다고 언급한 후보를 선택할지 말이다.

그러나, 성분명처방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여야 후보들이 얼마나 약사사회에 진정성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약사들의 표심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다음달 19일 대선까지 앞으로 25일 남았다. 약사 표심을 잡는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특별취재팀]=홍대업·김정주·한승우 기자
 

데일리팜 특별취재팀 기자 (hongup7@hanmail.net)
기사 입력 시간 : 2007-11-26 06: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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