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민간 보험사로부터 위탁을 받아 실손의료보험과 관련된 비급여 진료비를 심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하지만 비급여 진료에 대한 진료확인이 현실화 될 경우 심평원과 정부는 보험사를 통한 대규모의 비급여 진료 자료를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반발이 일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방안을 골자로 하는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을 30일 발표했다.
정부는 보험금 지급 적정화 유도를 위해 보험금 청구내역을 투명화하고 심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보험사들이 청구된 비급여 진료비 확인의 한계로 인해 지급보험금 관리가 어려워 이를 보험료 인상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비급여 의료비 청구내용, 즉 세부진료 내역 확인을 위해 전문심사기관인 심평원을 활용하는 법적근거와 관리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사가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내역이 과하다고 판단해 심사위탁대행기관에 심사를 요청하면 이 대행기관은 다시 심평원에 심사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마다 각기 다른 비급여 수가로 인해 비급여 진료 수가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이러한 편차를 줄이고, 심사요청이 이뤄지면 비급여 진료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현행 진료비 확인제도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현재 심평원에 심사를 요청하는 심사위탁대행기관으로는 보험개발원 등이 논의 선상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별로 다른 비급여 세부진료내역서 서식 때문에 내용 확인이 어려워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급여 의료비 항목의 기재방식(명칭, 코드, 양식 등) 표준화도 추진된다.
비급여 진료 항목 기재방식의 표준화가 이뤄지면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비교·확인이 쉬워져 보험금 지급 소요일이 단축되고 불합리한 보험료 인상요인이 억제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부당청구건 등에 대해 공·사간 보험금 지급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마련되고, 소비자·정부·보험업계가 보장범위, 진료비 심사방법 등을 주기적으로 협의하는 '민영의료보험협의회'가 신설된다.
특히 실손의료보험을 다른 보장과 묶어 통합상품 형태로 판매하는 것과 달리 소비자가 실손상품만 원할 때 가입 및 변경할 수 있도록 단독상품 출시가 의무화된다.
복지부와 금융당국은 또 10%로 일률 적용되는 낮은 자기부담금 수준 역시 모럴해저드로 인한 과잉진료를 유발한다는 판단에 따라 자기부담금 비율이 20%인 상품도 출시해 가입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위탁대행기관을 통한 비급여 진료비 확인, 비급여 영수증 표준화, 보험금 지급정보 공유 등의 방안도 내년 중 시행될 전망이다.
한편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이 추진되면 민간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의 보충형 보험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실손의료보험 단독상품 출시와 민간보험의 심평원 위탁심사 등은 민간의료보험이 공보험의 보충형 보험 역할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돼 왔다.
실제로 복지부와 민간보험단체, 금융감독원이 등이 참여하는 가운데 작년 10월 구성된‘개인의료보험정책협의체’에서도 이러한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류장훈 기자
jh@rapport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