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의료에 대한 생각이 없는 나라 | 14439 | ||
신창록 | 2013-07-17 | ||
동네 의원, 홈페이지 폐쇄하는 속사정 AD요즘 아파트 상가 등지에서 작은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이 홈페이지 때문에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져 있다. 모든 의료기관 홈페이지가 장애인 웹접근성을 법적으로 의무 보장하도록 되면서, 아직 장애인 웹접근성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동네의원이 낯모르는 곳으로부터 소송까지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11일부터 적용 대상이 확대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에 따라, 국내 모든 병·의원은 장애인이 웹사이트에서 의료 정보 등을 원활히 얻을 수 있도록 웹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 문제는 산부인과·소아과 등 환자 감소로 사양길에 접어든 진료과목의 소규모 동네의원은 1년 내내 장애인 환자의 문의조차 드물지만, 홈페이지 웹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원래 홈페이지를 만들 때 들었던 비용보다 더 드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에 처했다는 점. 이 법은 2008년 4월에 처음 발효돼 2009년에는 종합병원, 2011년에는 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요양병원에 적용됐다. 올해부터는 의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과 약국까지 포함됐다. 의료기관 외에도 모든 법인 기관의 홈페이지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서울 변두리에서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에서 ‘병원 홈페이지를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김 원장은 “3년 전 의원을 낼 때 홈페이지 전체 제작 비용이 350만원이었는데, 웹 제작업체에 문의해보니 장애인 웹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개편하면 최소 700만원이 든다는 말을 들었다”며 “지난 3년간 우리 병원에는 장애인 환자의 문의 전화조차 거의 없었는데 홈페이지의 모든 내용을 개편해야 하니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아직 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확보하지 못한 몇몇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한 시각장애인의 소송대리인 변호사가 ‘1개월 이내에 장애인 웹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개선하고, 이를 위반할 시 1일당 30만원의 시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할 것임’을 알리는 내용 증명을 보내고 있다. 일부 개인의원을 대상으로는 실제로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진행됐다고 의사협회는 밝혔다. 현재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에 따르면 법무부의 시정명령을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나 징역 3년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동네의원 원장 중에는 아예 홈페이지를 폐쇄한 경우도 적지 않다.
웹 제작업계에 따르면, 장애인 웹 접근성을 확보하려면 아무리 소규모 홈페이지라도 10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고,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웹접근성 의무를 준수한 기관에 제공하는 ‘웹접근성 품질마크’를 받으려면 수수료 명목으로 200만원 이상 비용이 추가로 든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일선 병·의원에 보낸 공문에서 “장애인 웹 접근성은 이미 법에 명시돼 있는 사항으로 홈페이지를 계속 운영하려면 비용을 들여서라도 제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만약 평소 홈페이지 이용이 저조해 운영을 계속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는 홈페이지 운영의 일시 중단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경영에 여유가 없는 중소 병·의원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믿을 만한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선정해 가능한 저렴한 비용으로 웹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