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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14336
이정돈 2007-12-26
[월요칼럼]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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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 속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투표율이 낮았다 해도 50%의 지지율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아무래도 매우 컸나 보다.  

의료계는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이 후보가 당선된 것을 무척 반기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지난 10년의 고통을 이제야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국민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지나친 "의료 사회주의" 때문에 의료계가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는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실제 "뉴라이트의사연합"이나 "청년의료인모임" 등 일부 의료단체들은 이런 점 때문에 공식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는가.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는 이 당선자가 내놓는 정책이 보다 "친(親) 의료"적 성격이 강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당장 장밋빛 현실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대통령 당선자가 기업 경영을 오래 했고, 자본주의 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해도 나라 경영은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의료계 이슈를 포함한 보건복지 영역은 쟁점이 된 적이 없다. 아직 이 대통령 당선자의 의료계 정책에 대한 명확한 의중을 알 수도 없다.

물론 힌트를 얻을 수는 있다. 대선 운동기간 대한의사협회가 각 후보들에게 의료정책 방향에 대해 공개 질의한 적이 있다. 당시 이 후보 측의 답변 내용을 보자.

건강보험과 관련해 당시 이 후보 측은 참여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국민건강의 증진과 의료 발전을 위해 보험재정을 확충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건강보험 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보였다.

필자는 이 답변에 대해 별 감흥을 받지 못했다.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극히 원칙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은 답변이란 얘기다.

현재 건보재정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건강보험 수가 또한 비현실적인 부분이 적지 않다. 동시에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저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이 답변에서 찾을 수 없다. 차기 정부가 현명한 해법을 내놓을 것을 기대한다.

이 대통령 당선자는 보건복지 분야 공약에서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고 병원 영리법인에 대해 설립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자칫 의료 서비스가 지나치게 영리를 추구하는 쪽으로 재편됨으로써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혜택은 크게 줄어 결과적으로 의료 양극화를 초래할 우려가 없지 않다.

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사회안전망을 강조하는 공약도 많다. 가령 공약 중에 "생애 희망 프로젝트"란 것이 있다. 빈부와 상관없이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애주기별로 예방 차원의 맞춤형 보건복지 서비스를 실현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보건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급여와 기초생활보장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또 12세까지 필수예방접종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고 만 5세 이하의 아동에게는 의료비를 지원하며 빈곤층 자녀에 대해서는 국가장학금을 주겠다는 공약도 있다.

공약이 그대로 이행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이에 필요한 예산만 11조 원에 이른다. 이 예산은 어디에서 확보할 것인가.

요컨대 차기 정부의 구체적인 의료정책은 아직 나온 게 없다는 얘기다. 필자는 차기 정부의 의료정책이 획일적이고 하향평준화를 지향하는 현 참여정부의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그 결과가 의사들의 바람에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의료단체들도 정책제언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차기 정부가 우리 편"일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은 버리는 게 좋다. corekim@donga.com

 
의협신문  
입력: 2007.12.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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