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을 되돌아본다] ④의료계 2007년 정해년은 그야말로 의료계의 수난시대였다. 연초부터 복지부와는 의료법 전면개정 문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고, 4월엔 국회 금품로비 사건으로 장동익 당시 회장이 낙마해 법정에 서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이어 9월엔 의약계 마지막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성분명처방 시범사업까지 시작됐기 때문이다. 수난의 시대였던 의료계의 올해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편집자주]
‘황금복돼지 해’라고 불렸던 2007년 정해년. 그러나, 의료계는 정초부터 복지부의 의료법 전면개정안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이 문제는 의협 내부의 문제로까지 확산돼 의료법 전면개정 실무에 참여했던 인사의 사퇴로까지 이어졌고, 궁극적으로는 장동익 집행부의 발목을 잡기에 이르렀다.
의료법 전면 개정안 놓고 정부·의료계 대충돌
당초 의료법 전면개정안에 포함됐던 주요 내용은 ▲의료의 정의 ▲유사의료행위 근거 ▲의사의 설명의무 ▲비급여 진료비용 환자고지 및 할인 허용 ▲병원내 의원신설 허용 ▲간호사 업무에 ‘간호진단’ 포함 ▲환자의 유인·알선 허용 등이었다.
의협은 이에 대해 전면투쟁 및 총파업 등으로 으름장을 놨지만, 복지부는 2월5일 의료법 개정안을 전격 발표하는 등 강수를 뒀다.
이에 대해 의협과 한의협, 치협, 간호조무사 등 소위 범의료 4단체는 3월21일 우천 속에서도 4만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법 개정 반대집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 집회는 이미 2월6일 서울시의사회의 궐기대회에서 좌훈정 홍보이사의 할복 또는 자해소동으로 김이 빠진 상태였다.
이에 따라 여론전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정부는 의료계의 요구사안 가운데 유사의행위 근거규정과 비급여진료비 할인 및 면제허용 조항 등을 삭제한 채 마침내 5월10일 국회로 개정안을 제출했다.
의료법에 발목 잡힌 장동익…금품로비설로 끝내 낙마
의료법 개정안이 전격 발표되기 전부터 장동익 당시 회장은 회장직을 사퇴하겠다고 공공연히 언급해 왔다.
그러던 그가 4월29일 전격 사퇴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 이유는 바로 의사응대의무화 법안과 의료법 전면 개정안을 놓고 국회에 금품로비를 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된 때문이었다.
발언의 핵심은 장 회장 발언의 핵심은 정형근 의원에게는 1000만원을, 양승조, 김병호, 안명옥 의원 등에게 매월 200만원씩 용돈을 줬다는 것.
이 발언은 지난 3월31일 강원도의사회 정기총회에서 언급한 것으로, 녹취록이 공개돼 의약계는 물론 국회에서 이익단체의 장을 불러 소위 ‘청문회(4월24일)’를 실시한 초유의 사태까지 야기시킨 것이다.
장 회장의 금품로비설이 터지기 전,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2006년 10월 발의한 의사응대의무화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던 터라 장 회장의 말이 ‘허언이 아닐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장 회장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국회와 정부, 의료계 내부의 압력을 받으면서 마침내 4월29일 전격 사퇴하고, 직무대행에 김성덕 부회장(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가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의협은 이어 6월27일 보궐선거를 통해 주수호씨를 제35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한편 장 회장은 금품로비사건이 발단이 돼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았으며, 11월16일 서울지법으로부터 공금횡령 등의 혐의가 인정돼 1년6월의 실형이 구형됐다. 장 회장은 현재 재판결과에 불복, 항소를 진행하고 있다.
성분명 시범사업 진행…의협, 1인 반대시위 전개
주수호 집행부는 그 어느때보다 많은 현안과 직면해야 했다. 보궐선거로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끌어모으는 것부터가 그랬다.
그러나, 9월엔 의협이 그렇게 우려했던 사태가 발생했다. 바로 9월17일부터 국립의료원에서 20개 성분, 32개 품목에 대해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앞서 의료계는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을 놓고 ‘국민이 실험용 쥐인가?’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게재한 일간지 광고전을 펴는 등 이의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의약계는 성분명처방과 리베이트 문제를 연계, 치열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의료계는 “성분명처방이 되면 약사가 리베이트를 챙긴다”고 주장했고, 약사사회는 “현행 체제에선 의사가 리베이트를 챙기지 않느냐”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복지부는 의협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국회 장복심 의원에게 제출했던 자료대로 9월17일부터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에 돌입한 것이다.
의협은 이에 따라 국립의료원 앞에서 좌훈정 보험이사가 8월21일부터 실시한 1인 반대시위를 12월14일까지 이어갔고, NMC 근무의사들과 환자들에게 성분명처방의 부당성에 대해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이 시행된 첫날 10%에 불과했던 성분명처방 비율은 12월말 35%에 이르는 등 의협의 의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장동익 집행부와 마찬가지로 주수호 집행부 역시 내외부로부터 많은 역공을 당해 흔들릴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친 의료계 ‘이명박 당선’…성분명 사업 중단 기대
올 한해 가시밭길을 걸었던 의료계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12월19일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친 의료계인 한나라당 출신인데다 사위가 의사인 것도 고무적이다. 결국 이 당선자가 그동안 DJ정부와 참여정부에 소외당해온 설움을 말끔히 씻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당선자는 11.25 전국약사대회에 참석, 성분명처방 확대실시와 관련 ‘의약간 협의를 통한 시행’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이는 의료계의 기존 입장과 같은 맥락이며, 결국은 의료계의 입장이 대폭 수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의협 역시 26일부터 꾸려진 인수위원회에 의료계 인사를 포진시켜, 의협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갑작스런 정책변화는 없을 것이란 희망사항을 읊조리고 있지만,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결과가 ‘실용성’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성분명처방 정책은 잠정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막판에 ‘동아줄’을 잡은 의료계로서는 ‘행복한 5년’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급부에 서 있는 약사사회는 당분간 어두운 터널을 걸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의협이 국민 입장에서 약사회 등 타직능과 손잡고 나아갈 경우 의약간 관계개선은 물론 보건의료계는 "실용성"을 바탕으로 보다 발전적인 틀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