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의 한증엽씨 `살려주세요` 비명 듣고 주위 만류에도 뛰어들어강원도 인제의 한 계곡물에 빠진 부녀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 50대 의사(醫師)가 부녀를 구한 뒤 익사했다. 24일 오후 1시 59분쯤 강원도소방본부 종합상황실에 다급한 목소리의 구조 요청 전화가 걸려왔다. `세 사람이 물에 빠졌다. 2명은 구조했는데 1명은 심폐소생술을 해도 의식이 없다. 빨리 와달라`는 전화였다. 출동 지령을 받은 인제소방서와 강원소방본부 제2항공대(양양 소재)는 각각 구급차와 소방헬기를 인제군 내설악 '아침가리' 계곡 현장에 투입했다. 이곳은 작은 폭포 아래에 2m 깊이의 연못이 형성돼 물이 소용돌이치는 곳으로, 물살에 휩쓸리면 빠져나오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후 2시 40분쯤 현장에 도착한 소방헬기는 중년 남성 2명과 10대 여성 한 명을 헬기에 태우고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했다. 양양 항공대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며 `40대 남성과 10대 여성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이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50대 남성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날 숨진 남성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 중인 한증엽(55· 사진)씨였다. 수영동호회원 10명과 함께 계곡을 찾은 한씨는 이날 가족 여행을 왔다가 물에 빠진 정모(41)씨와 그의 딸 정모(11)양이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 딸이 급류에 휩쓸려 허우적대는 것을 보고 아버지 정씨가 곧바로 물에 뛰어들어간 상황이었다. 한씨가 물에 뛰어들려 하자 동호회원들이 말렸다. 하지만 한씨는 `아니야. 들어가서 구해야 해`라고 말하고는 곧바로 뛰어들었다. 한씨는 정양을 물 밖으로 밀어올린 뒤 아버지 정씨도 구했지만 정작 본인은 거센 물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10여년간 수영동호회 활동을 해온 한씨는 매일 새벽 수영을 할 정도로 수영을 즐겼다고 한다. 소방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한씨는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고, 정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고 말했다. 한양대 의대 13회 졸업생인 한씨의 빈소는 모교인 한양대병원에 차려졌다. 유족으로는 부인(51)과 중학생 딸(14)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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