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한의사협회는 “메르스 환자 치료에 대한 한의학계의 입장” 발표를 통해, WHO보고서를 인용하여 “사스 창궐시 한․양방 병행치료가 양방 단독치료보다 효과 좋았으며, 향후 긴급 공공보건관리 상황시 한의학 치료 병행 권고”하였다며, 메르스 환자 치료를 위해 한방과 병행치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의 주장을 보면 마치 한방이 메르스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방이 주장한 WHO 보고서를 보면 한방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인지 알 수 있다. 한방이 참고문헌으로 제시했던 “SARS: Clinical Trials on Treatment Using a Combination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and Western Medicine”는 제목 그대로 전통적인 중의학과 현대의학과의 병행치료에 대한 결과일 뿐, 우리나라 한(韓)의학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한의사들 스스로 한(韓)의학은 우리 민족의 순수학문으로 중국의 전통의학인 중의학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중의학과의 차이점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고, 한의학이라는 이름도 漢의학에서 韓의학으로 바꾼 것이 바로 우리나라 한의사들이다. 그러면서 중의학에 대한 연구결과를 마치 한(韓)의학의 결과인 양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중의학과 한(韓)의학이 일부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중의학의 결과를 한(韓)의학의 결과로 해석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韓)의학에 의한 치료방법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는데에 있다. 하나의 증상이나 질환에 대해 한의사들마다 자신만의 비법인 양 처방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중의학의 치료행위와 한(韓)의학의 치료행위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위 WHO의 보고는 사스에 대한 중의학과 현대의학의 병용요법이 현대의학 단독요법에 비해 일부 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치료의 최종결과인 사망률 비교에 대해서는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사스에 중의학 치료가 효과가 있다고 단정적으로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설령 중의학이 사스에 일부 효과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현재의 메르스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부터 다르고 예후나 치료 방법 역시 차이가 있다. 특히나 사스에 비해 사망률도 높고 폐와 신장 기능 부전에 대한 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 등, 사스에 비해 더욱 강도 높은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스의 중의학 치료 경험만으로 메르스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현재까지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의학과 한(韓)의학은 같은 학문이 아니므로 중의학의 치료결과로 한(韓)의학의 치료결과를 가늠할 수 없다. 둘째, 설령 중의학과 한(韓)의학이 일부 비슷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표준화된 치료법이 없어 중의학의 효과와 단순비교할 수 없다. 셋째, 대증치료이건 경험적 치료이건 현재의 한(韓)의학은 사스는 물론 메르스에 대한 치료 경험이 없다. 넷째, 메르스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호흡부전이나 신부전에 대한 한(韓)의학의 표준화된 치료법이 없다.

이러한 사실관계만 보더라도 한(韓)의학으로 메르스를 치료하겠다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자신들 학문으로 치료할 방법이 없다면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의 의사들은 메르스 퇴치를 위해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치열하게 환자 진료에 전념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한의사들이 마치 메르스에 대한 치료법이 있는 양 혹세무민하고 있는 반면, 대다수의 현대의학 의사들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마치 한(韓)의학이 메르스 치료에 효과가 있는 양 주장하는 것은 메르스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막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혼란만 더욱 부추길 뿐이다. 한의사협회가 정히 할 일을 찾고 싶다면 메르스 치료방법이 있다면서 뻔뻔하게 거짓말을 해대며 국민들을 우롱하고 속이고 있는 일부 한의사들에 대한 자체적인 단속이나 제대로 하면 될 일이다. 다시 한번 주장하지만, 한의사와 한의사협회는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