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汎) 의료계의 정치지형도가 변화하고 있다. 정치력 논란이 일었던 의사들이 명성을 되찾았고, 간호계가 약진했다.
의사, 약사 중심의 보건의료계 정치지형도가 간호계의 선전으로 변화를 예고한다.
그동안 상당한 정치력을 발휘했던 약계가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지 못한데 반해 간호계는 5명의 지역구 공천자를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까지 지역구 공천자를 확정지은 직능단체는 의사·간호사단체 5명, 한의사단체 1명, 치과의사단체 1명 등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총선 공천에서 상당한 성과를 걷었다. 현역 신상진·정의화·안홍진 의원이 공천에 성공했다.
김철수 대한병원협회장과 김연수 서울대 교수 등 정치 신인들도 공천 티켓을 거머졌다. 이들 상당수가 당선권에 들어 있어 원내 진출이 기대된다. 비례대표에서도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 20여명이 도전해 1~2석을 기대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지역구에서 성과를 얻었지만, 본선경쟁은 가봐야 안다"며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간호사단체의 성과에 같은 의료인으로서 축하를 보내며,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간호계의 선전에 놀라움을 표했다.
5명의 지역구 공천자를 배출한 간호계의 성과는 그야말로 눈부신다. 범 의료계 정치지형도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모임 전 의원(전 복지부장관) 등 역대 3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했던 간호계는 이번 총선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한나라당 이재순 예비역 육군준장(경북 구미을)은 당선이 확실시되고, 통합민주당 양승숙(충남 논산계룡금산) 후보도 당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앞서 간호계는 매년 간호정우회에 수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다양한 정책활동을 벌여왔다. 이번 총선에서도 선거와 관련해 법률자문 등 후보자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간호정우회 고위 관계자는 "지역구 공천자를 5명이나 배출했고, 일부는 당선이 확실시 돼 고무적"이라며 "최초의 지역구 의원을 기대하게 됐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어서 더욱 활발한 정치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의계에서는 윤석용 한나라당 중앙장애인위원장이 서울 강동을 공천을 따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비례대표에서도 1석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대 2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는 전언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원내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지역구 1석과 비례대표에서도 1석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과계는 현역 김춘진 의원이 공천에 성공한 가운데 주동현 대한치과의사협회 섭외이사가 공천 경쟁 중이다.
최대 이익단체로 명성을 얻어왔던 약계는 이번에 지역구 공천자를 얻지 못했다. 앞으로 비례대표를 통해 원내에 진출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정치력 부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약사회 관계자는 "직능단체가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공천자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며 "현재로서는 총선 결과를 묵묵히 기다려 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