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의 검진기관 기준을 놓고 보건복지가족부와 일부 의사단체, 임상병리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이 사안에는 병·의원의 수익성과 일자리 문제가 얽혀져 있어 갈등 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의사단체 간부진이 보건복지가족부를 방문해 임상병리사 고용없이 병·의원의 검진기관 지위를 유지하는 방안을 요청했다는 전언이다. 복지부도 이 같은 요청을 긍정적으로 판단, 오는 2009년 3월 22일 시행되는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반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핵심은 건강검진기본법 제14조 제1항에 규정된 검진기간 지정기준에 대한 이해관계다.
지난 3월 21일 제정된 건강검진기본법은 검진기관의 인력·시설·장비 등 기관 지정기준과 절차를 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령에 의해 검진기관 기준이 결정된다. 현행법상 검진기관으로 승인받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임상병리사 등 관련 의료기사를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의사단체가 이 기준을 변경하고, 복지부령에 반영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의료기사 없이 수탁기관에 검체를 의뢰할 때도 검진기관으로 인정받는 시행령을 만들자는 내용이다.
의사들이 비교적 간단한 채혈과 심전도 검사를 직접 하겠다는 의사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관의 경영난의 심화되는 상황에서 검진기관을 유지하기 위해 임상병리사 등을 고용하기에는 비용부담이 크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실제로 복지부는 이 같은 제안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오는 31일 관련 공청회에서 각 보건의료단체 의견을 수렴해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에 반영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선 병·의원에서 검사업무를 맡고 있는 대한임상병리사협회는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또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단체의 입장이 반영되면 자연스럽게 임상병리사의 실직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진단검사의학회도 진단검사 정도관리 유지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고 병리사협회 측은 설명했다.
임상병리사협회는 특히 많게는 3000명의 대량실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검체의 수탁기관 의뢰가 대폭 확대되면 진단검사의 질이 하락할 것이며, 의사가 모든 채혈 업무를 맡을 가능성도 작다고 판단하고 있다.
의사가 매번 진료와 소변검사 등을 동시에 수행할 가능성이 높겠냐는 반문이다.
임상병리사협회 고위 관계자는 "진단검사의학회와 복지부를 방문해 이의 제기를 했으나, 전혀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며 "오는 31일 공청회에서 본격적인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난립하는 검진기관을 퇴출시키는 근거를 만들고, 건강검진 효율성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많다"며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시행령 제정에서 임상병리사가 빠지는 일은 없고 토론회에서 교통정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