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서울대병원과 이비인후과 개원의 이원석 원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약제비 환수 반환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림에 따라 향후 건보공단의 항소 및 그 결과, 그리고 의료기관의 줄소송 여부에 대해 관심이 촉발하고 있다. 특히 전재희 복지부장관이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복지부와 공단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데일리메디는 지난 3년 동안(2005~2007년) 원외처방 약제비 조정현황을 분석했으며, 이번 법원판결에 대해 정부 및 국회, 그리고 의료계의 입장을 정리해 봤다.[편집자주]
원외처방 약제비 계속적 증가…복지부 “법적 근거 마련” 서울대병원과 개원의사 이원석 원장이 제기한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소송에서 법원이 병원측의 손을 들어주자 복지부 및 공단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난감해 하는 동시에 향후 사태 수습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5~2007년 동안 원외처방 약제비 조정현황[관련기사 참조]분석에 따르면 계속해서 심사조정된 명세서 건수와 삭감조정금액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복지부는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에 대한 법률적인 근거 마련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전재희 복지부장관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인사검증에서 “적정진료의 경우 삭감은 타당하지 않지만 과잉진료에 대해 삭감이 어렵다면 건강보험의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혀 약제비 환수에 대한 입법계획을 암시했다.
그는 또한 “서울서부지법 재판에 대해 차후 항소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표명을 분명히 했다.
향후 복지부는 정치권과 연계해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와 관련된 입법발의를 준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복지부 보험평가과 고위 관계자는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의원들과 관련 법안 발의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법 개정뿐 아니라 심평원의 현 심사시스템 역시 검토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보험평가과 관계자는 “지난 3일 복지부, 건보공단, 심평원 관계자들이 미팅을 갖고 이번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서 논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심사 시스템에 대한 총론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고 강조했다.
국회 역시 과다 원외처방으로 판단되는 것에 대해 법적인 환수 근거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 향후 개정안 통과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8대 정기국회에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고 약제비 절감 측면에서도 법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1항 개정 여부가 관건
지난 12일 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률안의 핵심은 건보공단은 거짓이나 부당한 방법으로 다른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보험급여비용을 받게 한 요양기관에 대해 그 보험급여비용에 상당하는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박기춘 의원은 “요양기관의 부적절한 과잉처방에 따른 부담주체를 명확히 규정하고, 부당한 약제비의 환수근거를 마련해 과잉처방을 방지하며 건보재정의 누수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적절한 처방으로 인한 부당한 약제비가 지급된 경우,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 과잉처방금액을 환수하겠다는 조치”라며 “법적 근거가 없이 진행돼 온 공단의 의료기관에 대한 과잉처방금액 환수조치에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기 위함”이라고 피력했다.
건보공단 역시 52조 1항에 대한 일부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52조 1항의 경우는 보험급여를 받은 자 또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는데 이를 처방권을 갖고 있는 의사 또는 의료기관에게 더욱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공단의 입장이다.
공단은 지난 2006년까지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에 따라, 의료기관의 부적절한 처방으로 인한 부당한 약제비가 지급된 경우,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 과잉처방금액을 환수해 왔다.
하지만 2006년 12월 대법원이 의료기관에게 부당이득이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징수대상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려 공단은 민법 제750조를 근거로 환수하고 있으며 미징수건에 대해서는 요양기관별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온 바 있다.
의료계, 법원 판결에 분위기 ‘대만족’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당연하고도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의협 관계자는 “법원이 의사의 진료권과 처방행위가 중요한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며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진료행위가 형식적인 요양급여기준보다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측면의 정당성이 부여된 만큼 환영할 만한 일이다”고 언급했다.
승소한 서울대병원의 경우도 이번 판결로 인해 의사가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됐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병원은 처방전만 발행하고 약제비는 약국에서 받고 있음에도 병원으로부터 약제비를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