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규제 일변도의 의료정책과 반 의료계적 사회인식으로 심한 몸살을 앓아왔던 의료계에 오랜만에 훈풍이 돌고 있다.
초가을 무렵을 전후해 답답한 의료계의 숨통을 터주는 판결이 잇따라 나온데 이어 일부 의료정책이 처절한 의료계 현실을 포용하기 시작한 것.
특히 9월에 들어 굵직한 낭보가 이어지면서 의료계의 시름이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속 시원한 판결, 의료계 희색
우선 지난 "8년"이란 시간 동안 의료계를 벙어리 냉가슴 앓게 했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가 정부의 부당한 처분이라는 판결에 의료계는 환호성을 질렀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달 28일 "원외처방에 대한 공단의 환수조치는 적합하지 못하다"며 "공단은 서울대병원으로부터 환수한 금액 전부를 되돌려 주라"고 판시했다.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의 법적 근거도 없을 뿐더러 환자 치유를 위한 의사의 처방권을 훼손하는 환수처분은 정당치 못한다는게 법원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법원이 의사의 처방권을 인정했고 의료기관의 약제비 책임 전가에 일침을 가했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같은 달 1일에는 태아의 성감별 고지를 금지한 현행 의료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재판관 위헌의견 8대, 합헌의견 1로 태아성별에 대한 고지 금지가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선고했다.
기존 의료법 조항이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와 태아 부모의 태아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게 위헌 판결 취지다.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의사들은 21년 만에 임신 후 일정 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부모들에게 태아의 성별을 고지할 수 있게 됐다.
규제→포용, 선회하는 의료정책
"규제" 일색이던 의료정책 역시 의료계의 현실을 감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이달 9일 국회는 의료급여비 지급 지연에 따른 의료기관들의 고충 해소 차원에서 2747억원의 예산을 추가배정했다
이는 정부가 요청한 의료급여 경상보조금에 올해 연말까지 발생할 수 있는 부족분까지 더한 것이어서 의료급여 미지급금의 완전 해소가 기대된다.
여기에 이틀 후인 11일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병·의원에 의료급여를 10일 이상 지연 지급할 경우 연 5%의 이자를 추가 지급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복지부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매년 되풀이 되던 정부의 의료급여비 미지급으로 인한 병원들의 경영난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8월에는 복지부가 임의비급여 양성화 일환으로 허가사항 범위를 초과한 임의비급여 약제 가운데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된 약제의 경우 합법적으로 비급여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는 "의학적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령상 해당 의약품의 사용이 금지돼 있는 임의비급여를 개선, 적정 진료행위를 보장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지난 5일 청와대가 마련한 "생활공감정책"에 무료 예방접종 지원 계획이 담겨 있어 개원가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현재 보건소에서만 적용되던 아동 필수예방접종 지원을 일반 병·의원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보건소가 독점해오던 필수예방접종 사업이 일반 의료기관으로 확대되면서 개원가는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상백신으로는 B형간염, 결핵(BCG), 티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IPV,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일본뇌염, 수두, 파상풍/디프테리아(Td)등 8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