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명박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의료비, 휘발유, 쌀, 통신비, 학원비 등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생활필수품 52개 품목을 집중 관리한다는 소위 "MB물가지수"를 발표했다. MB지수에 의료비도 포함돼 있어 의료계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며 MB지수 통제로 인해 올 수가계약에서도 의료계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수가가 책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고유가로 인해 치솟는 물가가 원인이 돼 올 하반기 수가협상시 낮은 수가가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편집자주]MB물가지수, 이래저래 공급자 수가계약에 불리작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 역시 의료계의 현실이 감안된 수가책정은 기대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MB물가지수에 의료비가 통제관리 품목으로 선정된 것은 의료계 입장에서 낙관적이라고 할 수 없다. 정부가 그동안의 성장위주 정책을 탈피, 물가안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이며 그 중심에 바로 MB지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인사는 "MB지수에 해당되는 품목은 앞으로도 집중적인 관리대상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며 "정부의 경우 야심차게 내 놓은 프로젝트를 무용지물이 되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만약 MB지수를 통해 의료비 인상이 엄격하게 통제된다면 수가 역시 낮게 책정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의료비 인상을 막아 민심도 얻고 건보재정 안정도 기대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언급했다.
반면 MB지수가 정부의 의도대로 실효를 거둘 것인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많다.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해보면 앞으로 MB지수에 해당되는 품목이 정부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게 계속해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현재 MB지수 상승률이 소비자물가를 상회하면서 MB물가지수가 소비자물가를 견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MB지수는 지난 4월 5.9%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4.1%)와의 차이가 1.8%p 수준이었지만 6월에는 각각 7.6%대 5.5%로 격차가 2.1%로 커졌다. 이는 소비자물가 인상보다 MB지수 상승속도가 더 빨라 MB지수가 소비자물가를 이끌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MB지수의 탄생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정부 한 인사는 “MB지수가 누구에게서 나온 아이디어냐는 식의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MB지수에 속해 있는 품목의 물가가 오른다면 의료계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MB지수가 오르면 당연히 소비자물가가 오른다고 판단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물가가 인상하는 만큼의 수가책정을 고려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 확대할까
의료계 한 인사는 "물가가 오르면 당연히 소비자들이 민감해 질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공급자 단체는 적정수준의 수가를 책정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인상해서 수가를 인상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시 국민들의 저항이 부담된다면 정부는 국고지원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옳다"며 "현 정부가 단순히 시장논리만 내세우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면 의료계는 계속해서 힘든 상황에 방치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즉, MB지수가 오르던 내리던 수가계약에 불리한 것은 명확한 사실로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고유가 및 장기요양 실시로 인한 보험료 인상도 걸림돌
지난해 복지부는 의원(2.3%)과 병원(1.47%)의 수가 인상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유가로 인한 경제 여건 및 서민생활 악화를 고려해 건보료 인상 부담이 최소화 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유가가 더욱 폭등했으며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상승해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경제난은 훨씬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 즉, 올해 수가계약은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 하므로 경제난으로 힘든 서민생활에 큰 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보험료 인상과 의료수가는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므로 수가인상률을 낮게 책정해 보험료 인상률을 최소화 하는 방안이 정부 입장에서는 타당할 것이다.
정부 한 인사는 "유가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보험료를 인상시켜 의료계가 원하는 적정수가를 보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향후 공급자단체와의 협상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적정수가 실현 대안은 물가지수 연동?
물가지수를 고려해야 한다면 현시점에서는 물가 및 경제지수 등에 연동한 수가책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지난해 제도개선소위에서 시민단체 등 공익측이 수가 조정방식 개선방법과 관련해 물가, 소득상승률 등에 연동한 환산지수자동조정방안을 개발하자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급자측 역시 당초 물가 및 임금상승률을 고려한 인상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그런측면서 올 수가계약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원칙 면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복지부의 경우 물가인상률을 고려하겠다고 하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복지부 한 인사는 "아직 본격적인 협상시즌이 아니므로 구체적인 언급은 할 수 없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며 "차후 물가인상률을 고려한 수가책정이 이뤄질 것이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공급자 측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경청할 것이며 정책적 판단에 참고할 계획이다"며 "하지만 공급자 입장을 모두 반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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