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갑상선암으로 치료 받은 사람은 2만4295명으로 전년도의 1만8361명보다 무려 32.3%나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11가지 암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갑상선암으로 진단받는 사람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면서 갑상선암 수술 뒤 받아야 하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 병실이 너무 부족해 환자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6개월에서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갑상선암 환자들은 암 세포가 아주 작은 초기가 아니면 대부분 수술 뒤에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갑상선 암은 다른 암과 달리 일반 항암치료가 잘 듣지 않아,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수술로 제거하지 못한 미세 갑상선 조직을 제거하고 재발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란 30~300mCi (100mCi는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방사능의 1천억 배 수준)의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알약을 한 알 먹는 것이다. 알약처럼 생긴 약만 먹으면 되므로 무척 간단해 보이지만 문제는 약을 먹고 난 뒤 환자의 몸에서 강한 방사선이 흘러나온다는 점. 이 때문에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는 2~3일간은 특수 처리된 병실에서 혼자 지내야 한다.
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 등 4개 대학병원에서 올해 상반기에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사람은 평균 1000여 명. 이중 70%만 방사성 요오드 입원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한 병원 당 약 700명이 올해 안에 방사성 요오드 치료실을 이용해야 한다.
각 병원당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가능한 병실은 평균 2.5개. 이 병실은 1인실이 원칙이며, 한번 치료하는데 대개 2박3일이 걸리므로 올해 하반기에 휴일 없이 병실을 운영해도 한 병원당 최대 152명만 치료 받을 수 있다. 갑상선암 수술 환자 5명 중 1명만 올해 안에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겨우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동위원소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방사성 요오드 치료 병실은 70개, 환자들의 평균 대기 일은 4.3개월이다.
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 전문클리닉 코디네이터 오영자 간호사는 "우리 병원은 병실이 한 개밖에 없어 내년 3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서울의 경우 기본으로 6개월에서 1년을 기다려야 하며, 지방은 1년 이상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병실 부족으로 인한 환자들의 고통은 극심하다. 갑상선암 인터넷 카페 "나비의 꿈" 대표 성원숙(36)씨는 "병실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정해진 병실료보다 더 받는 병원도 있다. 환자들이 이를 문제 삼으면 나중에 치료를 거부당할까봐 말도 못한다"고 했다.
갑상선암 방사성 요오드 치료 병실이 이처럼 부족한 이유는 병실을 만드는데 드는 엄청난 비용 때문이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 병실은 출입문과 방 전체를 모두 납으로 차폐하며, 환기구나 화장실에서 나오는 오물도 방사능을 제거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추고 있다. 치료 받는 환자의 몸뿐 아니라 먹고 남은 음식이나 대·소변에서도 방사능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인하대병원 핵의학과 김창호 방사선기사장(대한핵의학기술학회 회장)은 "방사성 요오드 치료 병실을 한 개 만드는 데 1억5천만~2억 원이 든다. 그런데도 병실 한 개의 하루 입원료는 10만원에 불과하다. 어느 병원이 이런 적자를 감수하며 병실을 여러 개 만들겠나"라고 했다.
가장 심각한 경우가 갑상선암 세포가 너무 커서 수술로 암세포를 모두 제거하지 못했거나 암이 폐로 전이된 중증 환자들. 이들은 다른 환자들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자주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필요해 별도의 병실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남성모병원 핵의학과 김성훈 교수(대한핵의학회 이사장)는 "우리 병원은 작년까지 중증 환자를 위해 병실 한 개를 비워놨었는데 올해부터는 갑상선암 환자들이 너무 많아 이마저 불가능해졌다. 지금은 병의 중증도에 상관없이 정해진 차례가 되기 전에는 누구도 먼저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갑상선암 환자들을 위한 방사성 요오드 치료 병실 부족 문제는 이미 10년여 전부터 문제 제기가 돼왔다. 하지만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최근 몇 년간 갑상선암 진단을 받는 환자들이 크게 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찾아왔다. 정부는 지난 5월 갑상선암 방사성 요오드 치료실 입원료 수가를 종전 하루 6만3080원에서 9만4620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병원이나 대한핵의학회는 이 정도 비용으로 병실을 증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세브란스병원 핵의학과 윤미진 교수는 "지금의 입원료로는 기존 병실의 현상유지만 근근이 할 수 있다. 추가로 병실을 더 만들려면 하루 입원료가 30만원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보험급여과 이중규 사무관은 "방사성 요오드 치료 병실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수가를 2배로 올렸다. 이 입원료로도 병실이 계속 부족한지 1년쯤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 환자들의 어려움은 안타깝지만, 수가 인상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 병실 부족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전문가들은 먼저 현재의 입원료에 "방사능 안전관리 비용"이라는 새로운 항목을 만들어 수익자(환자)로부터 추가로 비용을 받는 방법을 제시한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실은 방사성 물질 관리를 위한 교육·훈련, 폐기물 관리와 심사 비용 등 초기 병실 설비 비용 외에도 별도의 관리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대한핵의학회 보험수가대책위원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한 병실당 별도 관리 비용이 월 40만원이었다.
또 의료기관 평가를 할 때 방사성 요오드 치료 병실이 몇 개나 있는 지에 따라 가산점을 주는 방안, 방사성 요오드 치료 병실의 특수성을 고려해 건축 기준이나 의료 설비 기준을 완화해 초기 건립 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윤미진 교수는 "일반 병실을 방사성 요오드 치료병실로 리모델링하는 데 3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병실이 부족해 수천 명의 환자들이 하루하루 애태우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hym@chosun.com 2008.11.18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18/200811180111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