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약제비 환수 법안 논의의 올바른 방향 (하) 14365
성상규 2009-03-25
약제비 환수 법안 논의의 올바른 방향 (하·끝)
2009년 03월 13일 (금) 09:56:08 의협신문 kmatimes@kma.org
  ``  
▲ 전철수(대한의사협회 보험부회장)

현재 보건복지가족부는 약제비 환수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약제비 관련 급여기준을 대폭 개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타당한 치료를 하고도 오히려 치료비를 환불해 줘야 하는 불합리한 급여기준을 대폭 손질하고, 허가사항 초과 약제에 대한 복잡한 인정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정부의 개선노력은 그동안 비합리적인 급여기준을 무리하게 적용하며 의료기관의 부담을 강요한 과거에 비해 혁신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의료법상 국민과 의사가 갖고 있는 권리와 의무를, 국민건강보험법을 통해 규제하겠다는 기본적인 입장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급여와 비급여 기준을 넘어서는 국민의 선택적인 진료영역에 대한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급여기준 내에서 환자의 다양한 특성에 따라 여러가지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의사의 재량권도 존중해야 한다.

허가사항 초과 약제 인정해야

특히 허가사항을 넘어서는 약제의 처방에 대한 부적절한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

허가사항 초과 약제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전혀 검증이 안된 약이 아니라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약이다. 다만 유효효능에 대한 새로운 기대로 사용하는 약제를 의미한다.

이러한 새로운 유효효능은 충분한 이론적 근거로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의료 현장에서 약제의 사용 경험이 축적되고 있는 약이다. 별다른 치료제가 없는 경우에 임상경험을 근거로 환자의 동의를 거쳐 비급여로 시도할 수 있는 약제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허가사항 초과약제를 처방하는 것에 대해 규제하고 있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상대적으로 작은 유효성에 대한 개개인의 선택적 경험은 유효성의 축적에 따른 보편타당한 길을 열어 의료의 발전과 보장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된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과잉진료에 대한 규제 문제다. 수량(용량의 적정성), 종류(병용요법의 타당성), 기간(약제 투여기간의 적절성), 단계적 요법(항생제·항암제·각종 고가 약제), 치료 경과 판단과 이에 따른 처방 선택의 적정성(항생제·항암제·각종 고가약), 의학적 근거의 입증 및 판단의 차이 등에 대한 합의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부(안)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근거있는 대안이 없다. 의사는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치료를 해야 하고, 의료법상 결과의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 입장은 오직 결과만 갖고 비용효과적인 보상적 차원에서 월권을 유지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급여기준 근본적 개선 필요

급여기준도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는 단지 급여기준에 대해 고시하고 심사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수시로 바뀌는 급여기준에 대해 일일이 매번 다시 확인하기 어렵다.

정부·심평원·보험자가 의료기관에 책임있게 급여기준을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보험자는 어디까지 급여를 하는지 요양기관에 상세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심평원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 찾아내 확인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또 다른 문제는 급여기준에 대한 해석과 판단의 문제이다. 급여기준은 의학적 문서라기보다는 행정적 문서다. 행정언어에 익숙지 않은 의사의 입장에서 급여기준을 본래의 의도대로 해독하는데 한계가 있다. 진료비를 지불하는 보험자의 입장에서는 가급적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환자의 입장에 서려는 의료인들은 똑같은 급여기준을 놓고도 판단을 달리할 수 있다.

사전심사제도 도입 모색해야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진료비 규모가 큰 치료에 대해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사전심사를 통해 급여여부를 결정하고, 의료기관은 이에 따라 치료를 하면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의료기관은 심사삭감의 피해 가능성을 안고, 사실상 심사기구나 보험자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 소액의 진찰료를 받고 급여가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진료행위에 대해 수 백배의 책임을 진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지금까지 심평원은 비급여로 판정한 것에 대해 국민이 민원을 제기하면 급여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원칙없는 관행 때문에 의료기관은 급여를 적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책임있는 운영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사후에 진료비를 확인하기 보다는 진료현장에 직접 나와서 국민을 상대로 급여 여부를 판정하고, 민원을 해결해 주는 현장중심의 심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잉진료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한 판단도 사전에 의료기관과 협의를 통해 급여 수준을 환자에게 알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의 책임 하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왜 급여가 안 되냐`며 환자와 다투는 일에 대해서는 이제 심사기관과 보험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행정적 의미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의료기관에 맡기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불합리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진료비 심사는 허위와 사기와 같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부당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급여기준 운용의 합리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장적 견제(전문가 간 처방전 공개, 급여의 제한)를 통해 자율적 순기능을 확립해야 한다.

규제해야 할 것과 규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방법을 통해 국민·의료인·보험자·정부 모두 균일한 책임과 권리를 나누고 상호 협력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조화로운 정책과 법을 만들어야 한다.

의협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 의협신문(http://www.kmatimes.com)
목록